<스텔라> 포스터

<스텔라> 포스터 ⓒ CJ CGV

 
올봄을 맞이해 따뜻한 웃음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스텔라>는 구성에 있어 영리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이 작품은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와 감독이 뭉쳤다. <맨발의 기봉이>와 <형>을 통해 주목을 받은 권수형 감독과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의 배세영 작가의 조합은 개떡 같은 상황 속에서 찰떡 같은 웃음을 뽑아낸다.
 
<스텔라>는 로드무비의 형식에 조폭 코미디의 유머감각을 베이스로 한다. 여기에 한국 코미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을 바탕에 둔 감동코드를 강하게 결합시킨다. 차량담보업계의 에이스인 영배는 슈퍼카를 절친 동식에게 맡겼다 도난을 당한다. 업계의 큰손 서사장은 그 책임을 영배에게 지게 하려고 한다. 이에 영배는 동식을 찾기 위해 도망친다. 영배는 동식을, 서사장은 영배를 쫓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진 포인트가 되는 지점이 판타지다. 이 판타지는 독특한 버디무비의 형태에서 비롯된다. 이 버디무비의 주인공 중 하나는 1987년식 자동차 스텔라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서사장에 의해 지갑과 차 키를 빼앗긴 영배는 과거 아버지가 몰던 스텔라를 타고 도주한다. 시속 50km가 최고속력인 스텔라와의 여정은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 미학의 핵심은 영배가 잊고 살던 아버지와의 옛 추억이다.
  
 <스텔라> 스틸컷

<스텔라> 스틸컷 ⓒ CJ CGV

 
영배가 냉혈한이 된 이유는 이 추억에서 찾을 수 있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아버지는 사고 후 빚으로 인해 이혼을 택하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다가온 불행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던 영배는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만 가득해 장례식에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허나 스텔라와 함께 조금은 천천히 여정을 떠나며 아버지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린다.
 
이 아버지란 소재는 작품을 아우르는 드라마와 감동코드, 그리고 웃음으로도 활용이 된다. 사건이 터진 날 영배는 여자친구에게서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목숨이 걸린 여정 속에서도 본인이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식 역시 자식들과 함께 살기 위해 슈퍼카를 훔쳤다는 점에서 아버지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무게감과 이를 통한 갈등의 드라마를 형성한다.
 
여기에 박영규가 카메오로 등장해 웃음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영배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이 코드에 마침표를 찍는 건 판타지다. 스텔라와 대화를 나누는 영배의 모습은 그가 스텔라를 사람처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화의 주된 내용이 불만이라는 점에서 영배가 아버지에게 내뱉는 대사라 볼 수 있다. 이 불만이 애정으로 바뀌는 순간은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증오가 풀리는 마법 같은 시간을 보여준다.
  
 <스텔라> 스틸컷

<스텔라> 스틸컷 ⓒ CJ CGV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예능 <삼시세끼>와 영화 <쓰리 썸머 나잇>의 손호준이 영배 역을,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은근한 감초 연기를 선보인 이규형이 동식 역을 맡았다. 예능 < SNL 시즌2 >에 호스트로 출연해 코믹매력을 선보인 허성태가 서사장 역을 맡았다.
 
필모그래피에 코미디가 드물면서 안정된 연기력을 지닌 세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신선한 소재에 어울리는 신선한 웃음과 후반부 감동코드를 효과적으로 살린다. 클리셰는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조폭코미디의 클리셰라 할 수 있는 패싸움을 통해 사건을 수습하는 모습을 두 번 반복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에 한국 코미디의 클리셰인 순수웃음이 아닌 감동코드를 넣는 지점은 <극한직업>에 열광했던 요즘 관객들에게 호불호 요소가 아닌가 싶다.
 
웃음의 강도에 있어서는 큰 웃음은 부족하다. 대신 잔웃음이 가득하다. 자극적인 웃음보다는 편안한 웃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이트 보다는 잽에 주력한다. 코드에 따라서는 큰 웃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순도가 높은 가학적인 웃음보다는 따뜻한 유머로 무장하며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힐링 코미디를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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