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쿄올림픽으로 시즌이 잠시 중단됐을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LG 트윈스와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2루수 서건창을 내주고 우완 투수 정찬헌을 품었다. 후반기 돌입에 앞서 선발진을 보강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팀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기존 투수들로 반전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외국인 투수 2명 가운데 에릭 요키시만 완주에 성공했고, 시즌 초반부터 끝까지 잘했다고 할 수 있는 국내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팀 내에서 요키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최원태의 존재감이 돋보이기는 했지만, 나름 수 년간 중책을 맡아왔던 만큼 '에이스'에 걸맞은 피칭은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전남 고흥에서 진행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린 키움 최원태

전남 고흥에서 진행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린 키움 최원태 ⓒ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가 남긴 아쉬움

2015년 키움 히어로즈에 1차 지명을 받고 이듬해부터 1군 무대를 밟은 최원태는 통산 141경기 755⅓이닝 53승 39패 ERA 4.48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키움이기에 최원태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에 부응한 최원태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더니 2018년, 201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대표팀의 금메달에 기여하는가 하면, 2019년에는 데뷔 이후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이닝(157⅓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부상이 문제였다. 입단 첫해부터 2017년까지 부상을 겪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2018년에는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팔꿈치 염증으로 잔여 시즌 등판이 불가능했다. 2019년, 2020년 역시 완전한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28경기 143⅓이닝 9승 11패 ERA 4.58로, 전년도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에 불과했다. 7이닝 이상 던진 것은 세 차례에 그쳤으며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경기는 무려 8경기나 된다. 좋은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기복이 컸다는 의미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불펜 투수로 등판해 상대 타선을 잠재우려고 했으나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1군에서의 여섯 번째 시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올 시즌에도 선발 한 자리를 맡아야 하는 최원태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 시즌에도 선발 한 자리를 맡아야 하는 최원태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가 키를 쥐고 있다

박병호(kt 위즈)가 나가고 야시엘 푸이그가 들어온 야수진에 비하면, 마운드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선발진만 놓고 본다면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를 영입한 게 유일한 변화였다.

그나마 기량 면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안우진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선발진 한 자리를 맡아줄 수 있고, 2021시즌 후반기에 쏠쏠한 활약을 펼친 정찬헌도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월 말 개인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입은 한현희가 돌아오는 시점이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최대 6선발 구축도 가능한 키움이다. 홍원기 감독 역시 한현희까지 가세한다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애플러, 한현희는 현시점에서 상수보다는 변수에 가깝고 안우진은 선발 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뛴 적이 없다. 여기에 부상을 우려해 6이닝 100구 제한을 걸어뒀던 정찬헌 역시 올핸 좀 더 힘을 보태야 한다. 결국 선발진에서 확실한 카드는 요키시 한 명뿐이다. 

키움이 최원태의 분발을 바라는 이유이자 선수 입장에서도 책임감이 막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아프면 안 된다. 건강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최원태가 그동안의 아쉬움을 씻어낼지 궁금해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 최원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