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K리그1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전북 한승규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22.3.2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K리그1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전북 한승규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22.3.2 ⓒ 연합뉴스

 
K리그 최강 전북 현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전대미문의 리그 5연패를 달성하며 K리그 최다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북은 올 시즌도 강력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시즌 초반 의외로 헤메는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4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전북은 1승1무2패, 승점 4점에 그치며 9위까지 내려앉았다. 아직 초반이지만 전북에게 벌써 2패, 9위라는 순위는 너무 낯선 상황이다. 개막전에서 최하우 수원FC를 1-0으로 간신히 제압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3, 4라운드에서는 전주에서 '복병' 포항과 '현대가 라이벌' 울산에게 잇달아 0-1로 덜미를 잡히며 '홈-무득점 2연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다. 김상식 감독 부임 첫 해였던 지난 2021시즌에는 같은 기간 3승 1무를 기록했고, 13라운드까지 8승 5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경쟁자 울산은 3승 1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전북과의 승점차를 벌써 6점으로 벌렸다.
 
물론 일시적인 부진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5연패를 달성했던 기간에도 고비는 많았고, 약점도 있었다. 전북이라고 늘 압도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무언가 한두 가지 문제가 생기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차원보다는, 전체적으로 '팀 자체가 약해졌다'는 느낌에 가깝다.
 
전북은 개막 이후 4라운드까지 트레이드 마크였던 '닥공'(닥치고 공격)이나 '화공'(화려한 공격)에 걸맞은 축구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38경기에서 71골(경기당 1.87골)을 넣으며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했던 전북은 4경기에서 아직 2골 밖에 뽑지 못했다. 송민규, 김보경이 각각 1골씩 넣은 게 전부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나란히 15골씩을 뽑아냈던 외국인 공격수 구스타보와 일류첸코가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으며 동반 침묵하고 있는 게 뼈 아프다.
 
최전방의 침묵에는 단지 외국인 선수들 개인의 책임을 넘어 2.3선의 부진과 전술적인 문제도 관련되어 있다. 올시즌 전북이 기록한 2골은 문선민의 개인 능력을 활용한 돌파와 패스를 통하여 만들어 낸 득점이지만 그 외에는 이렇다 할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 후반기 전북 우승의 주축이었던 백승호-쿠니모토를 중심으로 한 빌드업이 올시즌에는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고전하면서 전방으로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김상식 감독이 지난 시즌의 플랜A와 베스트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며 공략법이 상대팀에게 어느 정도 노출된 상황이다.
 
여기에 송민규, 문선민, 김보경 등을 주로 활용하는 교체카드 역시 뻔한 패턴이 거의 읽히면서 상대팀들은 이제 전북의 경기 스타일을 예측가능해졌다. 지난 시즌에도 아쉬움을 자아냈던 김상식 감독의 플랜B 부재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느 장면이다.
 
수비진에도 빈틈이 있다. 전북은 지난 시즌 MVP인 홍정호가 건재하지만 확실한 센터백 파트너가 부족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김민혁이 성남FC로 이적했다. 구자룡과 최보경은 이제 전북에서 주전 자리를 노리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지고, 박진섭은 멀티플레이어지만 주포지션은 어디까지나 수비형 미드필더다.
 
전북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수비수 보강을 노렸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최근에는 국가대표 풀백이던 강상우의 영입도 무산됐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기존 선수의 방출이 선행되지않는 한 성사되기 어렵다. 다만 김상식 감독은 아직 25일까지 열려있는 이적시장을 통해 수비수 영입에 대한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전북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다. 백승호, 송민규, 문선민 등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전북은 30를 넘긴 베테랑의 비중이 큰 편이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시절부터 베테랑의 가치를 존중하고 세대교체보다는 신구 조화에 더 방점을 둔 팀운영을 추구해왔다. 대신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하여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수혈하면서 스쿼드의 보수화를 피해왔다. 최근 몇 년간은 계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굳이 리빌딩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올해의 전북은 상황이 다르다. 김신욱, 김진수, 손준호 등 매년 핵심 선수들을 해외 구단에 내줘야했던 것과 달리, 올 겨울에는 주전급 선수들을 대부분 지키며 스쿼드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지난 시즌까지 2부리그(K리그2)에서 뛰던 맹성웅과 박진섭을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전력보강도 없었다는 것은 그간의 전북답지 않은 면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전북의 덜미를 잡은 울산과 포항은 모두 주력 선수들이 잇달아 해외 리그로 이적하며 전북보다도 전력누수가 더 많은 팀이었다. 울산은 전북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레오나르도를 비롯하여 아마노 준, 김영권 등 적재적소의 영입으로 빈 자리를 잘 메웠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의 유연한 용병술과 특유의 조직력-선수육성을 바탕으로 한정된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여전히 전북은 다른 팀들이 보기에 부러워할만한 리그 최고 수준의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축구가 늘 이름값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올바른 활용법, 전체적인 팀워크, 감독의 경기운영 능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강팀이라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축구가 섬세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전북은 앞으로도 녹록지 않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상대로는 유럽 무대에서 복귀한 구자철을 영입한 다크호스 제주를 12일 원정에서 만난다. 19일에는 조규성, 권창훈, 정승현, 박지수, 구성윤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김천 상무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초반 무승과 연패 행진을 빨리 끊지 못한다면 전북의 2022 시즌은 생각보다 더욱 험난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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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김상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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