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연이은 하락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타선의 부진 탓도 크다. 9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 역시 타율 9위(0.248), 출루율 9위(0.337), 장타율 10위(0.336) 등 타격 전 부분에 걸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팀 홈런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10개 구단 중 팀 홈런이 100개가 되지 않은 팀은 키움 히어로즈(91개), 한화 이글스(80개), KIA 타이거즈(66개) 등 3개 팀에 그쳤는데 KIA의 팀 홈런은 그중에서도 꼴찌였다.

이를 의식한 듯 KIA는 비시즌 팔을 걷어부쳤다. 기존 최형우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FA 시장에서 나성범이라는 검증된 거포를 6년 1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영입했다. 기존에 보여준 실력에 더해 연고지 출신 스타플레이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 KIA 전체 팀 홈런의 절반에 해당하는 33개의 홈런을 기록한 만큼 평균 정도만 해줘도 전체 타선에 끼치는 나비효과가 기대된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 타자 역시 호타준족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크라테스 브리토(29)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제2의 로저 버나디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브리토까지 국내 무대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한다면 KIA 외야진은 최근 몇 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황대인

KIA 타이거즈 황대인 ⓒ KIA 타이거즈

 
좌타 위주 중심 타선, 우타 거포 지원 필요
 
살짝 아쉬운 부분은 세 선수 모두 좌타자라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중요한 승부처에서 상대팀의 전략적 좌투수 투입을 계속해서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셋 모두 이러한 공략법을 정면에서 깨트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타선의 조화를 감안했을 때 우타자가 포함된 이른바 지그재그 타선이 좀 더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최희섭, 김상현의 CK포가 위력적이었던 데에는 좌우의 밸런스까지 맞아 떨어졌던 탓도 크다. 김종국 감독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인터뷰에서 셋을 한꺼번에 붙여둘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확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으나 전형적인 중심타자 유형인 최형우, 나성범은 클린업트리오에, 발 빠른 브리토는 테이블세터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최형우와 나성범 역시 붙여놓기보다는 양 선수 사이에 우타자를 끼워놓는 형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심차게 구성된 조합인 만큼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KIA에 최형우, 나성범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화력을 더할 우타 거포가 있느냐는 사실이다.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는 나지완이라는 묵직한 자원이 존재한다. 신인시절부터 꾸준하게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나지완은 최근 몇 년 동안 하락세가 뚜렷하다. 장타는 커녕 강점으로 꼽히던 출루율까지 떨어지고 있다.

나지완이 우산효과를 받고 부활하는 쪽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내년 반등을 꾀하고 있는 KIA 입장에서는 '하나의 수'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우타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 선수가 있으니 팀내 대표적 거포 유망주인 이우성(27)과 황대인(26)이 바로 그들이다.

둘은 아마 시절부터 강력한 타격 파워를 인정받으며 우타 거포로 성장해온 케이스다. 이우성은 컨택과 선구안 등에서는 의문부호가 붙었으나 특유의 장타력만큼은 꾸준하게 기대를 모았다. 고등학교 시절 별명이 '대전고 김동주'였던 것만 봐도 그가 어떤 유망주였는지 새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는 2차 1라운드 지명권을 경기고 내야수 황대인에게 사용했다. 2009년 신인 안치홍에 이어 6년만의 1라운드 지명이라는 점에서 황대인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듯 이우성과 황대인은 일찍부터 우타거포로 주변의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아쉽게도 둘은 당초 기대만큼 프로 무대에서 만개하지 못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

KIA 타이거즈 이우성 ⓒ KIA 타이거즈

 
황대인과 이우성, 최종 승자는 누가될까?
 
황대인은 거포 유형치고는 신장은 크지 않지만 듬직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일품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대부분 거포 유망주들이 가지고 있는 미숙한 변화구 대처를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기도 하다. 장타력이 주무기인 황대인에게는 그 부분이 만년 유망주의 알을 깨고 나갈 수 있는 열쇠다.

재작년 시즌 출루율에 신경을 쓰며 타격 포인트를 뒤에 둔 끝에 성적 면에서는 소폭 상승한바 있다. 하지만 이는 외려 득보다 실이 많았다. 출루율은 올랐으나 강점인 장타력이 하락하고 말았던 것. 3할을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이상 황대인같은 거포형에게는 무조건 장타가 우선이다.

결국 황대인은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치는 본래 스타일로 회귀했다. 전반기에는 적응을 못하고 부진했으나 후반기에 타격폼을 되찾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9월과 10월 나란히 홈런 4개씩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홈런(13개) 타자로 등극했다. 후반기 때의 자신감을 이어갈 수 있다면 올 시즌 홈런 20개 이상도 충분히 기대된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황대인의 입지는 굳건해질 것이 분명하며 팀도 새로운 젊은 거포를 얻게 된다. 거포치고 수비력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이 부분을 중시하는 김감독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는지라 심각한 부진만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출장시간을 보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김주형의 사례에서도 그랬듯이 프랜차이즈 거포 기대주로서의 스토리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구단에서 꼭 키워보고 싶은 자원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이우성은 프랜차이즈와는 거리가 멀다. 2013년 전체 15번으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이후 NC 다이노스를 거쳐 2019년 7월 6일 이명기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왔다. 검증된 안타머신 이명기를 내주고 미완의 이우성을 데려온 것은 무모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만큼 KIA는 거포에 목이 말랐다. 과거 김상현의 사례도 있는 만큼 팀내 타선의 파워 보강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김상현 만큼의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이우성이 보낸 KIA에서의 첫 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7월 12일 광주 한화전에서 상대 투수 김범수를 맞아 쓰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이적후 첫 대포를 신고했다. 이어진 14일 경기에서도 각각 3회 솔로 홈런, 8회 중월 투런 홈런을 만들어내는 등 4타수 2안타 2홈런의 활약을 펼쳤다.

아쉽게도 이우성의 상승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레일리의 공에 종아리를 강하게 맞고 엔트리 말소되었고 이후 돌아왔으나 타격감을 잃어버린채 흐지부지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문제는 이후 시즌이었다. 사구를 맞기 전까지 활약상이 좋았던지라 KIA구단과 팬사이에서도 이우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제대로 준비하고 맞는 시즌은 분명 다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단 한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간간히 얻어낸 기회서 안타를 쳐내기는 했지만 장타가 실종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올시즌을 앞두고 이우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닐뿐더러 황대인 등 다른 기대주들이 올라오고있어 부진이 이어질 경우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겨울 결혼을 한 상태인지라 이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까지 생겼다. 열심히해야 될 이유가 더 생긴 만큼 비시즌간 그 어느 때보다도 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과연 황대인과 이우성 중 장타에 목마른 KIA 타선의 우타 갈증을 풀어줄 선수는 누가 될까? 팀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각각 포지션이 다른 두 거포가 동시에 터져서 주축전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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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우타거포 황대인 따거 이우성 절치부심 호랑이군단 오른손 거포 김종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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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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