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프로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선배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겁 없는 신인, 내야수 이재현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은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6-2로 승리를 거두었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투입시켰는데,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선발 투수로 나선 허윤동은 3이닝 동안 3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스타트를 잘 끊었다. 뒤이어 등판한 최하늘 역시 3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이재현이다.
 
 3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합격점을 받은 '신인' 이재현

3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합격점을 받은 '신인' 이재현 ⓒ 삼성 라이온즈


단 1경기였지만 많은 것을 보여준 이재현

2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재현은 김지찬과 함께 테이블세터를 구성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두 번째 타석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2회말 1사 1, 2루서 KIA 선발 투수 이민우의 초구를 그대로 밀어쳐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 주자 김성윤이 3루를 도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2루까지 진루한 이재현은 후속 타자 김재혁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백미는 세 번째 타석이었다. 4회말 1사 3루서 유승철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덕아웃에서 이를 지켜보던 선배들은 홈런을 치고 돌아온 이재현을 반갑게 맞이했다. 비공식적으로는 이 타구가 그의 프로 데뷔 이후 첫 홈런이었다.

6회말에 기록한 2루타를 포함해 3안타 경기를 완성한 이재현은 수비에서도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3회초 무사 1, 2루서 박찬호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김지찬과 함께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이날 구단 공식 유튜브를 통해 일일 해설을 맡은 최태원 코치는 "이재현의 주포지션이 유격수다.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2루 연습을 했는데,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당히 좋은 선수다"라고 이재현의 수비를 칭찬했다.

유격수로 이동하고 나서도 이재현의 활약상이 이어졌다. 6회초 이우성의 강습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내더니 노바운드로 1루수에게 공을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8회초 실책을 한 차례 범한 것 이외에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연습경기였지만, 이재현이 프로 무대 입성 이후 처음으로 쏘아올린 첫 번째 홈런이었다.

연습경기였지만, 이재현이 프로 무대 입성 이후 처음으로 쏘아올린 첫 번째 홈런이었다. ⓒ 삼성 라이온즈


첫날부터 맹활약한 신인... 삼성 내야진 지각변동 일어나나

경기 종료 이후 허삼영 감독은 이재현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허 감독은 "좋은 재능을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시즌 내 든든한 전력감으로 기대가 된다"며 이재현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이재현은 "경기 전 연습을 할 때 타격감이 가장 좋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선배님들이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홈런을 친 타석에서는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와서 무의식적으로 스윙했는데, 운 좋게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본적으로는 이원석, 김지찬, 김상수, 오재일 네 명의 선수가 올 시즌에도 주전으로서 내야진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삼성에 지명될 때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1차 지명' 이재현, '2차 1라운더' 김영웅의 합류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을 모았다.

김영웅의 경우 지난달 19일 수비 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재현은 스프링캠프가 반환점을 돌고 나서도 큰 문제 없이 시즌을 준비해왔다. 지금 같은 활약이라면 개막전 엔트리에서 이재현을 제외시킬 이유가 없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은 갖춰져 있어도 내야진 뎁스가 두껍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오랫동안 삼성이 안고 있던 고민이자 1차 지명으로 이재현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첫 연습경기부터 기대에 부응한 이재현의 활약에 삼성 팬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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