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 스틸이 뼈아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김은정·김선영·김초희·김경애·김영미) 선수단이 14일 오전 9시 5분 베이징 국가수영센터에서 열린 미국 '팀 타비타 피터슨'과의 라운드로빈 5차전에서 6-8의 스코어로 석패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에, 경기를 풀어내기에도 쉽지 않은 아이스 상태였다.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기기도 했던 미국의 '팀 피터슨'은 후반 한국에 뼈아픈 석 점의 스틸로 일격을 안기며 승기를 잡았다. 전날 중국 상대 패배에 이어 2연패에 몰린 한국은 14일 21시부터 한일전에 임한다.

'컬' 더 들어가는 아이스에 애 먹은 선수들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팀킴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다. 2022.2.14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팀킴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다. 2022.2.14 ⓒ 연합뉴스

 
지난 네 번의 경기와는 달리 평소보다 조금 더 '컬'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스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웨이트가 덜 들어가면 호그라인을 넘을 즈음부터 스톤이 이리저리 휘었고, 그렇다고 웨이트를 조금만 더 넣었다간 그대로 하우스를 빠져나가는 까다로운 아이스였다. 기존의 아이스보다 여러모로 힘든 셈이었다.

'팀 킴' 선수들도, 미국 '팀 피터슨' 선수들도 스톤의 방향을 잡는 데 경기 초반부터 애를 먹곤 했지만, 많은 아이스를 경험해본 '팀 킴' 선수들에게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을 터. 경기 직전 드로우 샷 챌린지에서 1엔드 후공권을 가져간 한국은 첫 엔드블랭크 엔드를 만드는 등 탐색전을 이어갔다.

전반전은 종일 탐색전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먼저 2엔드 1득점을 가져가자, 미국은 3엔드와 1득점을 가져갔다. 한국 역시 4엔드 1점을 더 챙기는 등 핑퐁게임을 이어갔다.

물론 양 팀 모두 아이스 상태 탓에 애를 먹었다. 특히 5엔드 팀 킴은 버튼 위에 최대한 스톤을 위치시키는 등 싸움을 이어가며 '팀 피터슨'을 상대로 스틸을 시도했다. 특히 미국은 스킵 타비타 피터슨의 아이스 리딩 미스로 인한 미스 샷이 나오며 한국에게 기회가 되었지만, 다시 한국도 미스 샷이 나오며 스틸이 무산되기도 했다.

5엔드가 끝난 시점 스코어는 2-2. 한국이 이대로 경기를 리딩한다면 한 번의 공격 엔드를 더 가져가니만큼 한국의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 하지만 6엔드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며 경기의 무게추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충격의 석 점 스틸... 리드 되찾지 못하고 석패

6엔드가 문제였다. 엔드 중반 미국의 스톤을 테이크아웃하며 하우스 안 미국 스톤을 한 개만 남겨두고 스킵 샷으로 넘어간 대한민국. 미국은 첫 번째 스킵 샷에서 하우스 안에 스톤을 밀어넣으며 상황을 어렵게 끌었다. 하지만 한국이 스킵샷에서 두 번의 미스를 범했다. 첫 번째 스킵샷은 자신에 가드스톤에 걸리며 위기에 놓였다.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6엔드 마지막 스톤을 하우스 안에 넣는 데 성공했다. 하우스 안에 배치된 미국의 스톤은 석 개. 물론 한국의 스킵 샷이 하우스 안에 던져지기만 해도 한 점을 한국이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바깥쪽으로 밀려나간 스톤이 힘없이 한국의 가드 스톤에 걸렸다. 충격의 석 점 스틸. 스코어는 2-5가 되었다.

그럼에도 7엔드 한국은 두 점을 따라가며 절치부심했다. 김은정은 직전 엔드의 아쉬움을 씻는 스킵 샷으로 한 점을 더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이 후공을 가져간 8엔드 두 점을 다시 내주며 석 점 차 리드를 계속해서 미국이 지키게끔 했다. 

9엔드 한국에도 기회가 왔다. 한국이 하우스 버튼 가까이에 석 개의 스톤을 배치해둔 난전 상황, 미국이 하우스 안에 가깝게 배치한 석 개의 스톤의 위치가 트리플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 미국의 스톤을 모두 빼내면 한국은 넉 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던져진 엔드 마지막 스톤이 너무 두껍게 들어갔다. 미국의 스톤 하나가 그대로 하우스 안에 남겨지면서 한국은 두 점을 추격하는 데 그쳤다. 마지막 10엔드를 시작할 때의 스코어는 6-7. 

한국이 스틸을 가져가면 엑스트라 엔드까지 노릴 수 있었지만, 시작부터 호그라인 파울로 스톤 하나를 버리는 등 아쉬운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미국이 마지막 스톤에서 한국의 스톤을 밀어내면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최종 스코어 6-8. 한국이 전날 중국에 이어 미국에도 패배하며 2연패 늪에 빠졌다.

'더블 헤더' 한일전... 회복 절실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준결승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인 4강권에 들기 위한 안정권은 6승 3패. 하지만 '팀 킴' 선수들이 5경기만에 3패를 달성하면서 4강권 달성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마침 14일 오후 9시부터 열리는 6차전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대결이다. '팀 킴'은 9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로코 솔라레'와 맞붙는다.

문제는 '팀 킴'의 컨디션과 '로코 솔라레'와의 상대 전적. 2연패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팀 킴' 선수들은 오늘 전체 올림픽 일정 중 단 하루뿐인 하루 두 경기, 즉 '더블 헤더'를 겪어야 한다. 전날 패배에 이어 오늘 패배까지 겹치며 지친 선수단이지만, 저녁까지 멘탈도, 체력도 다시 회복해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로코 솔라레'와의 상대 전적도 아쉽다. '팀 킴'과 '로코 솔라레'의 상대 전적은 12승 11패이지만, 지난 2019년 컬러스 코너 어틈 골드 컬링 클래식에서의 패배 이후 올림픽 예선까지 승리가 없다. 평창 올림픽 이후 '로코 솔라레'와 '팀 킴'의 상대 전적은 '팀 킴'이 3연패이다.

하지만 '팀 킴'은 '로코 솔라레'를 상대로 3연패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여러 면에서 아쉬웠던 앞선 두 경기를 딛고 '팀 킴'이 한일전에서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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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킴 컬링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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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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