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반지를 낀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이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한다.

유한준의 소속팀인 KT 위즈는 2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유한준이 프로 생활을 정리하고 현역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KT가 한국시리즈 4전 전승으로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확정한 지 6일 만에 전해진 소식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나이를 고려한다면, 유한준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올해 우승 도전이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고 결과적으로 팀이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을 때 해피엔딩으로 자신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이 유니폼을 벗게 됐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이 유니폼을 벗게 됐다. ⓒ KT 위즈


화려하진 않았지만, 늘 꾸준했던 유한준

유신고와 동국대를 거쳐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게 된 유한준은 이듬해인 2005년 1군 무대에 데뷔했고, 그 이후 프로 통산 1650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0.302 151홈런 883타점 OPS 0.817의 기록을 남겼다.

현대와 히어로즈를 거치면서 줄곧 팀의 주전 멤버로 활약한 유한준의 존재감이 돋보인 시기는 바로 2014년, 팀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시즌이었다. 그해 유한준의 정규시즌 성적은 122경기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 OPS 0.925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21타수 7안타 타율 0.333으로 박병호, 강정호 등과 함께 막강 타선을 구축하는 등 준우승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던 유한준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5시즌 이후였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유한준은 KT 위즈와 4년 총액 60억 원이라는 적잖은 금액에 도장을 찍으면서 둥지를 옮겼다.

팀은 이강철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9년까지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어도 유한준은 '먹튀'라는 오명 한 번 듣지 않고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이러한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KT는 2019시즌 이후 유한준과 2년 총액 20억 원에 다시 한 번 FA 도장을 찍으면서 신뢰를 보여주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면서 올해 처음으로 우승반지를 낀 유한준(왼쪽)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면서 올해 처음으로 우승반지를 낀 유한준(왼쪽) ⓒ KT 위즈

 
우승으로 해피엔딩, 마지막 퍼즐조각 완성 후 떠나는 유한준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한 2010년대 중반 만큼 성적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외야 수비 소화도 갈수록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유한준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작아진 것은 아니었다. 지명타자 역할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고,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덕아웃 안팎에서 고참 노릇을 확실히 하며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으로 떠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부재를 두고 팀의 공격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늘 그랬던 것처럼 유한준은 타선의 한 축을 지탱했다. 덕분에 정규시즌을 극적인 우승으로 장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6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에 시리즈를 압도한 강백호나 황재균 등에 비하면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강백호, 호잉과 중심 타선을 이룬 것만으로도 상대인 두산 베어스에게 큰 압박감을 주었고 후배들 역시 든든하게 큰 경기를 치러냈다.  

구단을 통해 은퇴 소감을 밝힌 유한준은 "통합 우승 팀의 일원으로 은퇴를 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마무리를 맞이하게 됐다. 성장을 도와주신 모든 지도자 분들과 함께 땀 흘렸던 동료 선수들, 그리고 언제나 열정적인 성원과 사랑으로 힘이 되어주신 모든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수 유한준의 야구는 11월 24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구체적인 거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그를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을 빛내기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한 유한준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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