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UAE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UAE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 장면

▲ 한국 vs UAE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UAE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 장면 ⓒ 박시인 기자

 
벤투호가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앞세워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압하고,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아랍에미리트(UAE)와의 5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3승 2무(승점 11)을 기록한 한국은 이란(승점 13)에 이어 A조 2위를 유지했다.
 
아쉬운 골대 불운, 강도 높은 압박으로 UAE 압도하다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이용-김민재-권경원-김진수로 구성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 앞 선은 황인범-이재성, 전방은 황희찬-조규성-손흥민이 포진했다.
 
초반부터 강도 높은 전방 압박과 많은 활동량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흐름이었다. 한국은 수 차례 기회를 엮어내며 UAE 수비를 위험에 빠뜨렸다. 전반 5분 만에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든 손흥민이 기회를 잡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전반 7분에는 손흥민이 올린 코너킥을 이재성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전반 12분에는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조규성이 오른발 터닝슛이 골대를 팅기면서 홈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반 29분에도 황인범의 절묘한 스루패스가 손흥민에게 전달됐지만 이후 골키퍼와의 일대일에서 마무리 슈팅이 옆그물에 맞고 말았다.
 
계속 두들기던 한국은 마침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전반 33분 상대 진영에서 강한 압박이 주효했다. 이재성의 패스를 받으며 돌아서는 과정에서 황인범이 UAE 수비수의 발에 걸려넘어졌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리고 전반 35분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오른쪽 하단 골문으로 성공시켰다.
 
전반 44분에는 손흥민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하프 라인 밑에서 상대의 횡패스를 가로채며 1인 역습을 시도했다. 상대 밀집 수비 틈 바구니 속에서 돌파에 이은 왼발슛을 날렸지만 왼쪽 골 포스트를 팅겨나왔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오른쪽에서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 얼굴에 막히면서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전반전 동안 슈팅수 13-1, 73%-27%의 볼 점유율 차이에서 드러나듯 한국이 일방적으로 압도했던 경기 양상이었다. 후반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센터백 김민재는 공간이 열릴 때 마다 직접 전진 드리블을 통해 공격의 물꼬를 틀었다. 한국은 후반 16분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 알자비의 슈팅을 김승규 골키퍼가 쳐냈다.
 
이후 한국은 줄기차게 추가골 사냥에 나섰다. 후반 28분 김진수의 크로스를 손흥민이 강력한 헤더로 돌려놨지만 또 다시 크로스바를 팅겼다.
 
벤투 감독은 후반 32분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조규성을 빼고 송민규를 투입했다. 최전방은 송민규-손흥민-황희찬 라인으로 재편했다. 이어 후반 36분에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김민재가 빠지고, 박지수가 대신했다. 손흥민은 후반 37분과 38분 연이어 골문을 두들겼지만 모두 골키퍼에 막혔다. 점수차를 벌리는데 실패한 한국은 결국 한 골차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벤투호, 점점 발전하는 전술적 완성도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에는 3만 152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2019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일본전 이후 약 2년 만의 100% 관중이 입장한 경기였다.

관중들의 함성을 들은 태극 전사들은 초반부터 빼어난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득점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 35분 황희찬의 페널티킥 선제골에 힘입어 내심 대승을 기대할 수 있는 흐름이었지만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긴 경기였다. 조규성이 한 차례, 손흥민이 두 차례 골대를 팅기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충분히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상대 진영에서 강도 높은 압박 전술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UAE의 빌드업을 사전에 끊고, 빠르게 공격으로 전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UAE는 슈팅 4개에 그칠만큼 한국을 상대로 철저하게 고전했다.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하는 압박의 강도가 거셀수록 후반으로 가면 느슨해질 법도 한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유지해나간 것은 벤투호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주전 골잡이 황의조의 부상 공백에 대한 대처 또한 훌륭했다.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은 조규성은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버텨내며 공을 소유했고,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벤투호는 지난달 최종예선 첫 경기인 이라크전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우려스러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레바논, 시리아전에서 단조롭고 느린 공격 전개에서 탈피하며, 빠르고 직선적인 패스와 적극적인 슈팅 시도를 통해 많은 문제점을 상쇄했다.
 
또, 악명 높기로 소문난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 경기에서는 피파랭킹 22위(아시아 1위)의 이란을 상대로 슈팅수 16-12, 볼 점유율 54%-46%를 기록하며, 앞선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최근 이란 원정에서 잇따라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이란전은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이 조금씩 팀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이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당황하지 않은 채 볼을 소유하고, 경기를 컨트롤하며 능동적으로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졌다. 여기에 속도와 압박 전술이 더해지면서 경기를 치를수록 완성도가 향상되어가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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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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