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황희찬 ⓒ AP/연합뉴스


'국산 황소' 황희찬이 또 터졌다. 황희찬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리즈에 위치한 엘런드 로드에서 열린 울버햄튼과 리즈 유나이티드의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경기에 출전하여 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시즌 4호골을 기록했다. 울버햄튼은 경기 종료 직전 리즈에게 PK를 내주며 아쉬운 1-1 무승부에 만족해야했다.

올시즌 독일 라이프치히RB에서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이후 단숨에 주전 자리를 차지한 황희찬은 이날도 선발로 출장해 아다마 트라오레, 라울 히메네스와 팀 공격을 책임졌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우는 EPL에 올시즌 첫 입성했음에도 황희찬은 리그 6경기만에 벌써 4골을 터뜨리며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EPL 득점 공동 5위까지 올라섰다.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제이미 바디(레스터, 이상 7골)과는 2골차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엄청난 효율성이다. 통계매체 옵타는 올시즌 황희찬이 총 4개의 유효슛으로 4골을 터뜨렸으며,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기록이라고 분석했다. 득점찬스에서 슈팅을 문전으로 정확하게 연결하기만 하면 모두 골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본래 황희찬의 장점은 저돌적인 드리블과 적극적인 몸싸움이었다. 하지만 골결정력은 오히려 약점으로 꼽혔다. 다소 투박한 볼터치와 슈팅 타이밍, 문전처리에서의 안정감 부족으로 인하여 수비를 잘 벗겨내고도 마무리가 되지않는 경우가 많았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시즌 두 자릿수 득점도 기록했으나 빅리그와 비교하면 수준차이가 있었고,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한시즌간 컵대회에서만 3골을 넣었을뿐 리그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국가대표팀에서도 10월 열린 최종예선 2연전에서 아쉬운 득점력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소속팀 울버햄튼에서는 호날두가 빙의한 듯한 가공할 골결정력을 선보이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달 11일 왓포드FC와 EPL 4라운드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고, 지난 2일에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작성한바 있다. 리즈전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황희찬은 팀내 득점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EPL은 현재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며 경기 템포, 압박의 강도, 선수들의 개인기량 모두 황희찬이 이전에 뛰었던 어떤 리그보다도 수준이 높다. 또한 황희찬은 울버햄튼에서 전형적인 최정방 공격수가 아닌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윙어형에 가깝게 기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적하자마자 적응기간도 없이 이 정도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 아닐수 없다. 선수 본인의 실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소속팀-감독과의 궁합 등 선수의 경기력에 크고작은 영향을 미칠수 있는 환경적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울버햄튼 역시 지난 시즌부터 득점력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강력한 돌파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넓은 활동량이 강점인 황희찬은 스피디한 역습을 강조하는 울버햄튼이 필요로 하는 성향에 잘맞는 공격 자원이었다.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가 고른 능력치를 가졌지만 부상 이후 골결정력이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마무리보다는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
 
최근 울버햄튼은 히메네스가 수비를 끌어내면 다른 2선 공격수들이 전방으로 쇄도하여 빈 공간을 침투하는 과정을 통하여 득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울버햄튼에서 이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황희찬이다.
 
리즈전 득점도 히메네스의 슈팅이 리즈 수비에 맞고 흐르자 황희찬이 집중력을 잃지않고 세컨드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황희찬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기민한 위치선정이 빛을 발한 덕목이었다. 손흥민이나 호날두같이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화려한 원더골은 없지만 쉴틈없이 상대 문전을 맴도는 황희찬은 상대팀에게는 그야말로 귀찮은 존재다.
 
황희찬은 리즈전을 마치고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기록으르 보면 단 한번의 유효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했고, 드리블 돌파를 3회 성공시킨 데 이어, 가로채기와 클리어링을 두 번씩 성공시키는 등 수비에서도 적지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울버햄튼 팬들로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데다 골까지 넣어주는 황희찬이 보물같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황희찬은 리그 두 자릿수 득점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역대 EPL 한국인 선수중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은 2016-17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 무려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바 있다. 스완지시티에서 활약했던 기성용이 2014-15시즌에 리그에서만 8골을 기록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동국-박주영-지동원-설기현 등 쟁쟁한 선수들이 거쳐 갔지만 한국인 공격수들으 성공사례가 극히 드물었던 EPL에서 황희찬이 손흥민의 뒤를 이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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