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 <푸른 호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저스틴 전 감독.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 <푸른 호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저스틴 전 감독. ⓒ 이선필

 
미국 입양 및 이민 정책을 정면으로 찌른 영화 <푸른 호수> 저스틴 전 감독이 소수자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저스틴 전 감독은 지난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에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푸른 호수>는 한국에서 입양된 안토니오(저스틴 전)가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딸 제시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꾸리던 중 공권력으로부터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등을 받는 등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주변에 입양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4년 전부터 자꾸 입양아들이 추방도고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었다. 깜짝 놀라 알아보려는데 이 문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 3, 4년 전에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고, 2년 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동 중인 그는 <푸른 호수>에서 연기와 연출을 겸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하도록 배려해주고 그들이 기량 펼칠 수 있게 준비하는 사람이라 그게 우선이었고, 연기자로 몰입해야 할 때가 쉽진 않았다"며 "촬영 시작하기 전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고 전했다.

영화 말미엔 미국 이민 정책의 허점으로 수만 명의 입양아들이 추방되는 현실을 적시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전 입양아도 아니고 그 경험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가능한 입양된 분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하려 했다"며 "입양아들은 부모를 선택할 권리도, 어디서 살지 결정할 권리도, 심지어 친부모를 찾아야겠다는 시점을 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영화 속 안토니오의 선택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2년 이상이 걸린 것, 그리고 일부러 촬영 장소를 미국 남부인 뉴올리언즈로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저스틴 전 감독은 "남부 사투리를 쓰는 남자 아시안을 거의 볼 수 없다. 그래서 사투리도 배웠고, 배우들 캐스팅도 대부분 뉴올리언스 사람 중심으로 했다"며 "이런 선택 덕에 영화의 현실성이 부여되면서 진정성도 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영화가 아닌 미국 내 국제성이 있는 영화들이 꽤 있다. <기생충>만 보더라도 미국인과는 아주 다른 사람들 이야기지만 인류 보편의 메시지를 담고 있잖나. 미국인과 다르게 생겼지만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고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이어 그는 사회 내 소수자, 비주류 이야기를 쓸 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른 호수>를 쓸 때뿐만 아니라 뭔가 일을 할 때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를 계속 스스로에게 묻는다"며 그는 "이 영화 목적은 뚜렷했다. 이 이슈를 많이 알려서 사람들에게 느끼게 하고 행동하게 하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미국은 특히 이민자 정책이 말도 안되고 비인간적이다. 시급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바라건데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뭔가 행동해서 법을 바꾸거나 정책을 바꾸는 데에 일조해주셨으면 좋겠다. 미국인이 입양해놓고 서류 하나 작성 안 했다고 수십년이 지나 추방한다는 게 너무 잔인한 것 같다."

영화 <푸른 호수>는 오는 11일 상영을 끝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마친다.
저스틴 전 푸른 호수 미국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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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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