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새롭게 합류한 전 메이저리거 김병현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새롭게 합류한 전 메이저리거 김병현 ⓒ KBS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관찰하는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지난 29일 또 다른 스포츠 스타를 새 인물로 등장시켰다. 그 주인공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원조 핵잠수함' 김병현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전무후무한 월드시리즈 2차례의 우승을 차지한 마무리 투수였던 그는 은퇴 후 해설자와 방송인으로 색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MBC <편애 중계>를 시작으로 JTBC <뭉쳐야 찬다> <뭉쳐야 쏜다> 등의 고정 멤버를 거쳐 각종 예능의 감초 초대손님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여기에 덧붙여진 김병현의 또 다른 직함은 다름 아닌 햄버거집 사장님이다. 수백억 연봉을 손에 쥐었던 그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요식업계에 뛰어든 것일까?

유니폼 벗고 선택한 햄버거집 사장님​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 KBS


​현재 그는 광주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햄버거 사장님으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진행자들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혹시 취미로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김병현은 "고향 광주에 (마음의) 빚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미국 무대를 점령한 후 돌아온 김병현에게도 국내 프로야구의 벽은 높았다. 히어로즈와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자리를 옮기면서 재기를 도모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그는 결국 은퇴를 택했다. 많은 선수들이 현역 생활을 마감한 후 지도자 생활을 택하곤 했지만 김병현은 조금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다름 아닌 방송 그리고 요식업. 오랜 미국 생활에서 친숙해진 햄버거는 새로운 도전 계기를 마련해 줬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내 전성기가 아니었다.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조금이나마 고향분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던 그로선 맛있는 음식을 선사할 수 있는 요식업이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어디 뜻대로 될 일인가. 지난해 KIA 홈구장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야심차게 매장을 마련했지만 코로나 직격탄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8~9월 이후론 전혀 손님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이 지속 중이지만, 김병현은 틈나는 대로 후배 선수들에게 햄버거를 대접하면서 내일을 기약하고 있었다.

웃음 자아낸 친구같은 리더십​​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본인은 어떤 보스냐"는 질문에 김병현은 "어린 나이에 미국에 가서 친구 같은 수평적 리더십이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실제 그의 모습도 그러했을까? ​KIA 선수들을 위해 70개의 햄버거를 만드느라 애쓰는 직원들 틈 속에서 '사장님' 김병현은 느긋하고 평온한 자세를 유지했다. 다들 바쁜 손놀림으로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김병현만큼은 예외였다. 그 이유는 무척 단순했다. 요리를 못하기 때문.

​운동 후엔 외식하는 게 다반사였기에 다양한 음식을 사 먹으면서 나름 미식가 입맛을 갖췄다고 자부하지만 솜씨가 없는 탓에 햄버거 조리는 전적으로 직원들의 몫이었다. 직원 중에는 메이저리그 경기도 직접 관람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가 뭘 하던 인물인지 전혀 몰랐다는 1998년생 어린 친구도 있었다. 가게 속 모습은 비교적 화목한 분위기였다.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직원에 대해 연신 야구 이야기를 일장 연설하는 김병현에게 스튜디오 패널들은 장난 섞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아랑곳 없이 야구와 모교(광주일고) 자랑을 늘어놓는 김병현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겐 색다른 웃음꽃을 안겨줬다.

예능을 통해 발견한 의외의 모습​​
 
 채널A '내일은 야구왕'의 한 장면.

채널A '내일은 야구왕'의 한 장면. ⓒ 채널A


사실 현역 시절 김병현의 이미지는 살가운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동선수 출신 선배 방송인들인 서장훈, 안정환, 최근의 허재에 이르는 상당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까칠하고 거친 반항아적 분위기가 강하게 지배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다시 만난 그는 우리의 생각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국내외 야구 중계 해설에선  사투리 억양을 최대한 줄이면서 차분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이어나가는가 하면 예능에선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유쾌한 즐거움을 만들어준다.

​그 결과 <뭉쳐야~> 시리즈에선 경기 실력뿐만 아니라 예능적 재미를 양산하는 핵심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낸다. 허재의 초대로 등장한 JTBC <해방타운>,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또한 넉살 좋은 입담으로 프로그램 속 유연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비록 몸은 야구계를 떠나 있지만 여전히 김병현은 야구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유소년 야구팀 감독으로 등장 중인 채널A <내일은 야구왕>에선 이전까지의 예능 속 그와는 전혀 다른 자세를 견지한다. 전국 대회 출전을 목표로 연습하는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면서 방송 이전에 지도자의 임무를 100%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른바 스포테이너, 스포츠 예능이 속속 제작되면서 은퇴 선수들에겐 예능은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연예인들과는 차별화된 색다른 재미를 생산하면서 늦깎이 스타들도 하나둘씩 탄생하고 있다. 김병현 또한 선후배들과 호흡하면서 왕년의 메이저리거는 어느새 2021년이 발견해낸 늦둥이 예능 유망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사장님귀는당나귀귀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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