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현장.

12일 진행된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현장. 배우 정성화와 황승언이 사회를 맡았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코로나19 팬데믹 2년 차, 국내 주요 영화제들이 하나둘 행사를 치러냈고 제법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초유의 사태였던 지난해엔 오프라인 행사를 아예 취소하거나 최소화해 관객의 직접 접촉을 통제했다면, 올해는 속속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방역과 행사의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17회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12일~17일) 또한 그 연장선에 있었다. 개막 직전 전국적인 확산세로 역대 최다 확진자 수가 나오면서 불가피하게 야심차게 기획한 오프라인 공연 다수를 취소해야 했지만, 지난해보다 많은 상영작과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해엔 22개국 84편 규모였는데 올해엔 25개국 총 116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12개 팀이 제천시 각지에서 공연을 펼친다.

13일 오후 충북 제천시 내 한 카페에서 맹수진 프로그래머를 만나 영화제 사정을 더 들어볼 수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DMZ다큐멘터리영화제, 그리고 환경영화제를 두루 경험한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지난해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꾸려 나가고 있다.

개막식 직전까지 고민한 것들

영화제 프로그래머 입장에선 분명 아쉬울 법했다. 개막작 감독을 비롯해, 거장 마이크 피기스 감독 등 해외 주요 인사를 초청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제천영화제의 상징인 청풍호반 특설 무대 공연도 준비했었다. 하지만 결국 대규모 확산세에 따른 방역지침으로 일부 해외 게스트의 내한은 취소됐고, 야외 공연 또한 실내 공연으로 축소 진행하게 됐다.

"사실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꽤 오래했다고 자부했는데 작년과 올해가 가장 힘든 경험이었다. 제천영화제는 특히 현장감이 중요해서 올해엔 공연도 하고 우리만의 특징을 살려보려 했다. 근데 오프라인 행사가 많이 취소돼서 미련이 많이 남는다. 해외 게스트 초청은 자가격리 면제 시스템을 이용하려 했는데 영화제 직전 확산세로 인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개막작 <티나> 감독인 댄 린제이 감독이 어렵게 한국에 오게 됐다. 자가격리 면제 조건을 다 갖췄지만 그의 비행기가 뜨고 나서야 한국에서도 승인이 나왔다."

제천 자체가 그나마 타 지역에 비해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꼽히기에 시나 관계 당국 입장에선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을 터. 맹 프로는 "그럼에도 조용히 시에서도 지원해주고 있다"며 "영화제의 문화적 기여도는 단순히 숫자로 판단할 수 없는 게 있기에 내년엔 더욱 지원해주시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은 정말 임시 체제로 치러진 거고, 올해엔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하고 계신다. 빠르게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개막식을 보며 아 우리 팀이 프로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 여러 영화제들이 자기 전략이 있을 것이다. 우린 우리 상황에 맞게 행사를 기획했다. 현장성이 중요한 영화제인 만큼 오프라인에 더해 온라인을 실험 중이다."

그 실험 중 하나가 OTT 플랫폼 활용일 것이다. 지난해 제천영화제는 국내 업체인 웨이브와 협업했고, 올해 또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영화제도 같은 업체와 협업했다. 일각에선 외부 업체가 아닌 영화제 전용 OTT 플랫폼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상영료 및 해외 배급 등을 위해서라도 영화에 맞는 전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라며 말을 이었다.

"영화제 사람들끼리 모여서 발표도 했고 회의도 그간 했다. 통합 OTT 플랫폼은 분명 필요하다. 근데 정말 가능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 다들 기존 플랫폼에 얹혀 가는 셋방살이를 하고 있으니 통합 플랫폼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이다. 사우스바이사우스스웨스트 같은 해외 영화제를 보면 부러운 게 많다. 온라인으로 상영하면서도 마치 오프라인 행사 느낌을 주는 듯 플랫폼을 구축해놨다. 네이버 브이 라이브처럼 채팅창에 라이브로 관객들이 얘기하고 영화제 관계자들이 그걸 보며 답을 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진 플랫폼이면 좋겠다."
 
 21일 오전 진행된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맹수진 제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JIMFF

 
공격적인 전략

단순히 행사 진행 방식을 떠나 올해 제천영화제는 한국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짐페이스(JIMMFACE) 부문을 신설해 셀럽과 관객의 소통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국내 최초 코미디 뮤지컬 영화인 <청춘쌍곡선>을 디지털 복원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그만큼 관객 친화적이고 적극적인 분위기가 읽힌다. 이에 맹수진 프로는 "국제영화제를 지향하는데 해외 경쟁만 있고 한국 경쟁이 없다는 건 좀 민망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작 지원 예산 또한 강화해서 내년엔 더욱 그 규모를 키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도 알 수 있다. 첫 시도로 올해 포럼과 디지털 복원을 해봤는데 영상자료원과 업무 협약을 통해 꾸준히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청춘쌍곡선>을 재해석해 현대 공연으로 펼치는 이런 복합 공연도 쭉 하고 싶다. 제천영화제가 전통과 그 역사를 계승하면서도 뭔가 도약할 시기라는 인식이 내부에 있다. 그래서 특별전을 기획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현장성을 강화하면서 네트워킹도 확대하려 노력 중이다. 댄 린제이 감독님이 개막작 상영 이후에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하시더라. 음악영화아카데미는 40명 정원에 수강료가 70만 원이었는데 되게 빨리 모집이 마감됐다. 이 역시 소중한 네트워크다. 국내에서 특화된 음악영화제가 아닌 정말 국제적인 영화제로 키워갈 생각이다. 아직 세계 여러 음악영화제들 규모가 작긴 하다. 이들과도 어떻게 네트워킹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영화제의 본질은 축제이고 접촉이라는 게 맹수진 프로그래머의 소신이었다. "코로나19를 맞이했다고 변해야 하는 게 아닌 단지 코로나19는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그가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에서도 축제의 기능은 더 강화돼야 한다. 어쨌든 매체 환경이 변하고 관객들의 체험 방식도 변하는 상황에서 영화제도 그 변화를 끌어안아야 하는 것도 맞는데 특정 기술이 미래 영화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기술은 축제가 주는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조장치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이든 VR이든 그런 건 현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중요한 기술이긴 하다. 이미 그 흐름을 탔으니 점점 잘해야지. 그래서 전용 플랫폼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제천영화제의 재미는 현장성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자연 공간, 그리고 시간이 주는 유일성을 온라인이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맹수진 제천 정성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