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아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이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감했다. 11일 밤 방송된 <골목식당>에서는 석바대 골목의 모녀김밥집, 고기국숫집, 춘천 닭갈빗집의 마지막 솔루션이 공개됐다.

고기국숫집 사장님 부부는 메뉴 선정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주 방송에서 사장님의 취향인 담백한 육수와 '원조'에 가까운 진한 제주도식 육수는 시식단으로부터 각각 4:7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장님은 "새로운 걸 하면 기존에 오시던 단골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라고 갈등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겪어봤을 법한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고집 꺾을 줄 아는 유연함이 빛난 고기국숫집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 중 한 장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 중 한 장면. ⓒ SBS

 
고기국숫집 사장님은 결국 다수의 평가를 받아들여 진한 육수를 선택했다. 사장님은 백종원과의 대화에서 "처음에는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해오던 방식으로 4년 해서 반응이 안 나왔는데 계속 그대로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진한 육수를 택했다. 사장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고 원래대로 뽑아낸 육수와 비계를 넣어서 더 진해진 육수까지 두 종류를 준비하는 열정을 보였다.

백종원은 두 가지 버전의 고기국수를 시식해보고는 비계를 넣지 않은 국수를 선택했다. "육수가 전보다 훨씬 진해졌다. 이 정도면 제주도 고기국수 사장님들이 긴장해야 한다. 이 맛만 유지할 수 있다면. 국물을 제대로 내서 맛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몇 주간 사장님 성격을 지켜보니 충분히 이 맛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소리치는 것"이라며 격려했다.

또한 백종원은 주방 구조를 고려할 때 가게를 좀 더 큰 곳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가게가 자리잡을 때까지 당분간 고기국수 단일 메뉴만으로 운영하라"고 강력하게 권유하는 등, 메뉴 솔루션 외의 경영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장님 부부는 불안해하면서서도 백종원의 조언을 따랐고 다행히 손님들의 반응은 호평일색이었다.

고기국수집은 '요리사'로서는 의지-실력-책임감까지 모두 갖췄지만 정작 '경영자'로서의 안목과 판단력이 부족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제작진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부인은 앞으로의 보완점에 대하여 "(남편이) 요리밖에 모르는 사람이어서, 요리 외의 경영이나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이 서툴다"라고 지적했고, 남편 사장님도 쑥쓰러운 웃음을 지으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장님은 달라진 고기국수 메뉴에 대해 "짧은 기간에 나온 것치고는 괜찮은 것 같다. 주어진 여건에서 늘 하던대로 최선을 다한다면 변함없는 맛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 전문가의 조언과 고객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집을 꺾을 줄도 아는 유연함을 보여줬기에 솔루션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감동 준 모녀김밥집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 중 한 장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 중 한 장면. ⓒ SBS

 
모녀김밥집은 점심 장사를 앞두고 백종원과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백종원은 묵은지땡초 김밥과 돈까스 김밥을 먹고 "짜증나는 맛이다. 하나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못가고 한 줄 더 먹고 싶게 만든다"라고 반어적인 표현으로 극찬하며 모녀 사장님을 미소짓게 했다. 백종원은 돈까스 고기 두께와 고추 풋내 잡는 법 등에 대하여 조언하며 "앞으로도 연구는 계속 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모녀김밥집은 장사가 시작되자마자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연이은 돌발상황을 맞이했다. 재료가 일찍 동나서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고, 딸인 새봄씨는 수동 김밥 절단기를 사용하는 데 미숙하여 잇달아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사장님 모녀는 죄송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손님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모녀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응원하며 오히려 더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사장님은 "너무 행복했다. 몇 줄을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온다는 자체가 행복했다"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새봄씨는 목이 메인 음성으로 "처음엔 욕을 먹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모녀의 사연)를 안 좋게 바라보시거든요. 그런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응원에 힘입어 더 열심히 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모녀김밥집은 친엄마와 딸이 아니라 재혼 가정으로 맺어진 인연을 공개하며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러 새봄씨는 친아빠가 아니라 새엄마를 따라가겠다고 선택했다. "그냥 가족이고 내 자식이다. 제 아이가 되어줬다. 그 이상의 선물이 없다"는 사장님, "한 번도 엄마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던 새봄씨, 서로에 대한 두 모녀의 애틋한 감정은 뭉클함을 선사했다.

계모와 양녀를 바라보는 세상의 삐딱한 편견을 무색케하는 모녀의 사연에 많은 시청자들이 감동했고, 온라인에서도 "이런 가게가 잘 되어야 한다", "돈쭐내주자"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날 모녀김밥집들을 찾은 손님들도 진심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녀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석바대 골목편에서 가장 훈훈하고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마감했다.

닭갈빗집, 당장은 해피엔딩... 이후엔?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 중 한 장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편' 중 한 장면. ⓒ SBS

 
마지막으로 문제의 닭갈빗집의 최종 이야기가 공개됐다. 닭갈빗집 아들 사장님은 백종원의 추천으로 필동 함박스테이크집에 전화해 소스 비법 전수를 부탁했다. 함박집 사장님은 오랜 연구 끝에 어렵게 개발한 소스를 알려주는 것에 대하여 고민했지만 결국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닭갈빗집 사장님은 이를 이용해 로제 닭갈비를 신메뉴로 개발했고, 시식에 나선 MC 김성주와 금새록은 호평을 보냈다.

백종원은 가게 운영에 대하여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식당 하는 사람들은 외로워야 한다. 지인한테 의지하면 절대 안 된다.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본인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 와신상담하라"며 닭갈빗집 사장님에게 충고했다.

며칠 후, 노사연-노사봉 자매가 닭갈빗집 시식을 위해 상황실을 찾았다. 노자매는 로제 닭갈비를 먹은 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사연은 지난 방송에서 닭갈빗집 사장님이 태도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친구들이 친구 가게에 와서 밥값도 안 내는 건 진짜 친구가 아니다"라고 따끔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사장님의 모친은 "골목식당 찍으면서 아들이 많이 변해서 만족한다"라며 아들을 두둔했다.

사장님은 솔루션을 마감하며 "그전에는 제가 여기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몰랐다. 다른데 가면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이제는 제 삶을 여기에 다 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엄마를 위하는 척하면서 나를 위한 일들만 했던 것 같아서 죄송하다. 앞으로는 엄마가 힘든 게 뭔지 알고 먼저 찾아갈 수 있는 아들이 되겠다. 사랑한다"라고 다짐했다. 사장님의 엄마도 "우리 아들을 철들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들에게는 "앞으로도 달라지고 진지한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를 부탁해"라며 애틋한 모정을 드러냈다.

닭갈비집은 석바대 골목편 방영이 시작된 이후 형편없는 위생과 무성의한 태도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특히 첫 점검이 끝나고 백종원과 제작진이 모두 철수한 이후, 가게에 설치해놓고 간 카메라에서 "방송용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알려지며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다. 사장님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린 건 진심이었고,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떤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닭갈빗집은 백종원과의 면담을 통하여 사장님의 진심을 믿고 다시 솔루션에 임했다. 하지만 닭갈빗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여러 사장님들의 진정성까지 덩달아 의심 받게 되는 좋지 않은 계기가 됐다.

골목상권 부활이라는 <골목식당>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언제부터인가 출연자의 인성문제나 사생활 갱생까지 개입하려던 '오지랖'이 초래한 사고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비록 강요는 아니라고 하지만 방송을 내세워 함박집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스비법을 전수 받은 것도 닭갈빗집에 또다른 과도한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닭갈빗집 솔루션의 경우, 방송특성상 당장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모양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고객들의 반응이나 방송에서의 재점검 등을 통하여 후일담이 더 궁금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골목식당>은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 새로운 포맷의 방송을 깜짝 공개했다. 기존 방송이 이미 존재하는 골목상권들의 부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도 제주도를 무대로 창업에 도전하는 8팀의 도전자들을 불러들여 창업 서바이벌을 예고했다. 석바대 골목 편에서 기존 포맷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감동'과 '최악의 빌런'을 동시에 보여준 <골목식당>이 앞으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어떤 돌파구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골목식당 석바대골목 모녀김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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