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FC는 982일만에 4연승을, 수원 FC는 303일만에 5연승을 동시에 노렸지만 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근 K리그 1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팀이 만나서 골 감각이 절정이라는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와 '라스'(수원 FC)까지 자존심 대결을 펼쳤지만 양쪽의 탄탄한 수비력이 더 빛났다.

K리그1 7월의 감독상에 빛나는 조성환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8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1 수원 FC와의 홈 게임에서 아쉽게도 득점 없이 비겼다. 

수원 FC의 슛 기록, 홈 팀을 능가했지만

비록 골이 터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웬만한 골잔치보다 더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그만큼 두 팀은 상대 팀의 공격 패턴을 잘 분석하고 대응했다는 뜻이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8개의 슛 기록 중 3개의 유효 슛 기록을 남겼고, 어웨이 팀 수원 FC는 그 두 배가 넘는 17개의 슛 기록 중 무려 9개(52.9%)를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안쪽으로 날렸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골문을 지킨 김동헌 골키퍼는 8개의 선방을 위해 정신없이 몸을 날려야 했고, 반대쪽 골문을 지킨 베테랑 골키퍼 유현도 3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이 수치들을 단순 비교해도 어웨이 팀 수원 FC가 공격 지표로 홈 팀을 앞섰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K리그 1 득점 1위 라스(22게임 13골, 게임 당 0.59골)와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고 있는 스테판 무고사(11게임 7골, 게임 당 0.64골)가 만났으니 양팀 수비수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임 시작 후 17분만에 이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22세 이하 멤버들을 빼고 핵심 미드필더들(인천 유나이티드 FC '아길라르, 김도혁' / 수원 FC '이영재')을 나란히 들여보내는 순간부터 본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봐야했다.

K리그 왼발잡이 플레이 메이커의 대결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여서 '아길라르'와 '이영재'의 드리블과 패스 순간은 어느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될 정도였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아길라르는 패스 길목이 막힐 때 직접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날리기도 했고, 어웨이 팀 수원 FC의 이영재는 유능한 골잡이들과 미리 짜 놓은 패턴 플레이에 집중했다.

52분에 이영재부터 시작한 수원 FC의 선취골 기회가 찾아왔다. '이영재 - 라스 - 타르델리'로 이어지는 흐름이 날카로웠던 것이다. 라스의 절묘한 원 터치 패스를 인천 유나이티드 FC 베테랑 센터백 김광석이 알아차리고 등지는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골키퍼 김동헌과 눈빛이 맞지 않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후반전 교체 선수 타르델리가 이 상황을 꿰뚫고 그사이를 파고들어 발끝으로 골을 노린 것이다. 이 재치 있는 토킥을 김동헌 골키퍼가 몸을 내던져 막아내기는 했지만 수원 FC가 후반전에 준비한 패턴 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잘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수원 FC는 58분에도 기막힌 연결로 절호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센터백 김건웅의 후방 스루 패스가 잔디 위를 낮게 깔려 뻗어나갈 때 무릴로가 재치있게 그 공을 슬쩍 다리 사이로 흘려주었고 이 때를 기다린 듯 골잡이 라스가 빠져들어가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라스의 반박자 빠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까지 이어졌으니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습도 높은 날씨에 회전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축구공은 김동헌 골키퍼가 비우고 과감하게 달려나온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옆그물 밖에 둔 작은 핑크빛 광고물을 때렸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이대로 밋밋하게 게임을 끝낼 수 없었기에 후반전 교체 카드(63분 송시우, 86분 김보섭)를 활용하여 '시우 타임'을 기대했지만 수원 FC의 백 3 라인(잭슨, 김건웅, 곽윤호)의 견고함과 미드필더들의 빠른 커버 플레이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교체 선수 송시우가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도 거의 끝날 무렵 수원 FC 유현 골키퍼의 패스를 가로채며 버저 비터 극장 결승골을 노렸지만 마지막 얼리 크로스가 잡히는 바람에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종료 휘슬을 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 게임을 통해 2018년 12월 1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게임 3-1 승리로 만든 4게임 연속 승리 기록을 982일만에 재현하려고 했고, 수원 FC도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만든 5게임 연속 승리(2020년 10월 10일, 대전 하나시티즌 0-1 수원 FC) 휘파람을 303일만에 다시 불어보려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만 그라운드에 남겨야 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광복절(15일) 오후 8시 광주 FC와 만나서 어웨이 게임을 뛰며, 수원 FC도 같은 날 한 시간 먼저 포항 스틸러스와 만나기 위해 스틸야드로 들어간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8일 오후 8시, 왼쪽이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수원 FC
- 인천축구전용경기장(무관중)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스테판 무고사(86분↔김보섭), 김현(63분↔송시우)
MF : 김창수, 박창환(17분↔김도혁), 정혁(63분↔김준범), 구본철(17분↔아길라르), 김준엽
DF : 델브리지, 김광석, 오반석
GK : 김동헌

수원 FC 선수들
FW : 라스, 양동현(46분↔타르델리 / 78분↔한승규)
MF : 김상원, 박주호, 무릴로, 이기혁(17분↔이영재), 정동호(78분↔김주엽)
DF : 잭슨, 김건웅, 곽윤호
GK : 유현

★ FC 서울 1-0 광주 FC [득점 : 지동원(8분,도움-조영욱)]
- 서울월드컵경기장(무관중)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3게임 44점 12승 8무 3패 36득점 24실점 +12
2 전북 현대 20게임 36점 10승 6무 4패 36득점 21실점 +15
3수원 블루윙즈 23게임 34점 9승 7무 7패 31득점 25실점 +6
4 대구 FC 22게임 34점 9승 7무 6패 27득점 25실점 +2
5 수원 FC 23게임 31점 8승 7무 8패 32득점 35실점 -3
6 포항 스틸러스 22게임 31점 8승 7무 7패 22득점 23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2게임 30점 8승 6무 8패 26득점 31실점 -5
8 제주 유나이티드 22게임 24점 4승 12무 6패 24득점 27실점 -3
9 강원 FC 23게임 24점 5승 9무 9패 24득점 29실점 -5
10 FC 서울 21게임 24점 6승 6무 9패 19득점 23실점 -4
11 성남 FC 21게임 22점 5승 7무 9패 19득점 26실점 -7
12 광주 FC 22게임 19점 5승 4무 13패 20득점 27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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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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