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코파 아메리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2021 코파 아메리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 EPA/연합뉴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마침내 '국가대표 무관'의 꼬리표를 끊어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앙헬 디마리아의 결승골에 힘입어 브라질을 1-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메시와 조국 아르헨티나에게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우승이었다. 남미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는 1993년 우승 이후 무려 2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또한 통산 15번째 우승으로 우루과이와 역대 최다우승 타이기록도 수립했다.

아르헨티나의 심장이자 축구영웅으로 꼽히는 메시에게는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성인 국가대표팀의 첫 우승이었다. 메시는 2004-2005시즌 1군 데뷔 이래 스페인 명문 클럽 바르셀로나에서만 17시즌을 뛰며 정규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0회, 국왕컵(코파 델 레이) 7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3회 등 무수히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클럽 무대에서는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만큼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보인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도 무려 6차례나 수상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5년 8월 헝가리와의 친선전을 통하여 A매치에 데뷔한 16년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총 151경기에서 출전하여 76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대 최다출장-최다득점자 기록이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 4회, 대륙선수권인 코파아메리카에는 5번이나 출전했지만 단 한번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우승문턱에서 준우승만 4번(2014 월드컵, 2007, 2015-2016 코파)이나 차지하며 눈물을 흘려야했다.

그나마 2005년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경력이 있기는 했지만, A매치로 인정받지 못하는 연령대별 대회였다. 대선배 디에고 마라도나는 메시와 정반대로 클럽에서의 커리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대표팀에서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지금까지도 아르헨티나는 물론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최고선수 논쟁'에서 메시가 유일하게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던 것이 바로 국가대항전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높은 기대치는 메시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2016년 칠레와의 코파아메리카 결승 승부차기에서 본인의 뼈아픈 실축으로 또다시 우승이 좌절되자 눈물을 흘리는 메시의 모습은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충격에 빠진 메시는 대회 직후 한때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깜짝놀란 아르헨티나는 축구계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메시의 은퇴를 만류했다.

메시는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메시의 복귀 이후에도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 2019 코파 아메리카 3위에 그치며 여전히 우승과 거리두기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메시도 어느덧 30대를 넘기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2021 코파아메리카는 어느덧 34세가 된 메시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었다. 메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를 본인의 경기력으로 몸소 증명하며 조국을 다시 한번 결승으로 이끌었다. 메시는 4골 5도움을 올리며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12골 중 9골에 관여했으며, 득점과 도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네이마르(브라질)와 대회 공동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어 기쁨이 두배가 됐다. 그야말로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대회였다.

메시는 콜롬비아와 4강전에서는 상대 선수의 축구화에 찍혀 발목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는 투혼을 불태웠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은 우승직후 인터뷰에 따르면 메시가 이미 준결승전부터 햄스트링 부상을 안은 채 출전을 강행한 것도 뒤늦게 고백했다. 메시에게 얼마나 이번 대회 우승이 간절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메시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고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절친 세르히오 아게로와 결승골의 주역 앙헬 디 마리아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동료들이 모두 달려와 메시를 안아주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내내 메시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우승 트로피를 혼자만 독식해서 들고다닐 정도였다. 대표팀 동료들 누구도 메시에게 트로피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메시나 얼마나 오랫동안 이 우승트로피를 기다려왔는지, 그가 얼마나 큰 압박감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장면이었다.

한편 메시가 국가대표 무관의 꼬리표를 마침내 끊어내며 동시대 라이벌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커리어 비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지난 유로2016(유럽대륙선수권) 우승에 이어 2018-2019 유럽 네이션스리그 우승으로 메시보다 먼저 국가대표 무관에서 탈출했다. 공교롭게도 메시가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했던 지난 7월 11일은 정확히 5년 전인 2016년 호날두가 유로2016 결승에서 국가대표 메이저대회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날과 같다.

세기의 라이벌로 꼽히는 두 선수는 우승 횟수, 개인수상 등에서 모두 팽팽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발롱도르 수상도 메시가 6회, 호날두가 5회로 나란히 역대 최다 수상 1, 2위에 올라있다. 20대까지는 그래도 메시가 한수위라는 평가가 전반적으로 우세했지만 30대 이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와 국가대표팀에서의 우승 등 메시가 이루지 못한 업적들을 쌓아올리며 격차를 뒤집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올해 메시가 코파아메리카에서 정상에 오르며 마침내 유일한 약점이던 국가대표에서의 우승 타이틀도 호날두에 밀릴 게 없게 됐다. 반면 호날두는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유로2020에서 벨기에의 벽에 막혀 16강에서 조기탈락했다. 메시보다 2살 많은 호날두에게도 유럽선수권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호날두는 우승을 놓쳤지만 유로 대회 역대 본선 최다골(14골)-A매치 단일 선수 역대 최다득점(109골) 등 화려한 개인기록을 추가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소속팀과 대표팀에 걸쳐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이룬 메시와 호날두에게 이제 유일하게 남은 목표는 월드컵 타이틀 뿐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은 35세가 되는 메시, 37세의 호날두에게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시는 2014 브라질월드컵 준우승, 호날두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의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두 슈퍼스타에게 카타르월드컵은 역대 최고 선수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종착역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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