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신제한> 김창주 감독 인터뷰 이미지

ⓒ CJ ENM

 
<더 테러 라이브> <끝까지 간다> <터널>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들의 편집자로 활약해왔던 김창주 감독이 영화 <발신제한>을 통해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지난 23일 개봉된 <발신제한>은 의자 아래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차에서 내리기만 해도 폭발한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은 평범한 가장 이성규(조우진 분) 은행센터장의 이야기다. 22일 화상 인터뷰로 김창주 감독을 만났다.

편집감독 출신인 김 감독은 영화 편집자로 일하면서도 언제나 연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언제나 연출을 해보고 싶단 마음은 항상 갖고 있었다. 편집을 할 때도 커트만 이어 붙이는 게 아니라 사운드를 과감하게 쓴다거나, 제 몸에서 반응하는대로 작업을 하면서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놀랍게도 몇몇 제작자 분들이 연출 제안을 해주셔서 기회를 얻었다"고 입을 열었다. 

극 중에서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이성규에게 지금 당장 현금 40억 원을 송금하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차에는 아이들까지 타고 있는 상황. 이성규는 고객들에게 수익률 좋은 투자상품이 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어떻게든 돈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와중에, 도심 테러 용의자라는 오해를 사면서 경찰의 추격까지 받게 된다. 김창주 감독은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스스로 주인공 성규가 된 기분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주인공 성규라는 사람이 무서운 협박을 당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뚫고 나가고 뭔가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움직이지 않나. 영화 속 그런 모습들이 끌렸다. 영화에서 자동차를 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그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 그런 걸 관객들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나도 이성규에게 몰입해서, 거의 (이성규와) 하나가 된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원작과 틀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 달라"

<발신제한>은 2016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에 한국 정서를 더해 각색한 리메이크 작품이기도 하다. 김창주 감독은 "원작에서 큰 틀을 가져오긴 했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은 원작과 전혀 달랐다. 폭탄이 설치돼 있고 아이가 타고 있다. 그런 기본적인 설정과 전반부 전개에 관한 부분들은 원작 그대로다. 그렇지만 저는 관객이 체험하는 영화로 만들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걸 관객이 바라보는 작품이 아니라, 관객도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체험하는 영화다. 틀은 비슷해 보이지만 달려가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영화 속 대부분의 사건은 좁은 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조우진이 세밀한 표정연기로 관객의 몰입을 돕지만, 다양한 미장센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창주 감독은 "장면을 구성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가) 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그만큼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에서) 해방될 때는 공간을 과감하게 열어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부산 도심을 질주하는 짜릿한 카 체이싱 액션 신이 그것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실제로 해운대 한복판에서 촬영했던 액션 신 비하인드를 살짝 공개했다. 

"카 액션이 영화에서 1~2분 밖에 안 나와도 일주일 이상을 찍어야 한다. 한 커트를 하루종일 찍을 때도 있다. 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해운대 쭉 뻗은 길을 달리는 장면에선 제작팀이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 무전기로 상황을 지휘했다. 구역을 다 쪼개서 한 커트를 찍고, 또 이동하고 한 커트를 찍고 그런 식으로 계속 찍어서 거대한 카체이싱 신을 완성한 것이다. 더구나 그 공간을 계속 쓸 수 없지 않나. 도심이니까. 허가받은 시간 내에 끝을 내야 해서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모든 스태프가 총 동원돼서 열정적으로 찍었던 것 같다."
 
 영화 <발신제한> 김창주 감독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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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발신제한>은 개봉 첫 주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누적관객수 38만명을 돌파했다(29일 기준). 이는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이다. 특히 매끄럽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스릴 넘치는 카 체이싱 액션 신은 개봉 전부터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창주 감독은 "(영화를) 아무리 봐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제가 보기에 부족하단 느낌이 드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는 베스트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다행히 스태프분들도 끝까지 도와주셨다. 음악도 마지막 음표 하나까지 음악감독님과 함께 고민했고 심의 신청 직전까지 물고 늘어졌다. 제겐 첫 작품이다 보니까, 편집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처음 마주하는 과정이다. 아직 제 그릇이 작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 다음 작품에는 훨씬 더 많이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출자와 편집자로서 김창주가 완전히 분리"

김창주 감독은 이번 <발신제한>의 편집도 직접 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반에 스태프를 꾸릴 때는 다른 편집 감독을 모시려고 생각했는데 제가 하게 됐다. 처음에는 제가 연출한 작품을 직접 편집하는 것이라서 객관성을 잃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막상 편집할 때가 되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촬영할 때 겪었던 수많은 일들, 많은 사람들, 예산이 투여됐고 고생해서 만들었고 그런 걸 (다 알고 있다는) 주관적인 부분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데 진짜 중요한 판단 기준이 흐트러질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편집할 때는 또 편집자로서 이성규가 되더라. 현장에서 있었던 일은 생각도 안 하게 되고 화면에 찍힌 연기와 배경, 화면이 뿜어내는 에너지만 신경 쓰였다. 연출자로서 김창주와 편집자로서의 김창주가 완전히 분리되더라.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 영화는 김창주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지만 배우 조우진에게도 데뷔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으로 도약한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김창주 감독은 조우진의 역할이 대단했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영화가 94분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포스터에 있는 (조우진의) 상기된 얼굴이 계속 나온다. 영화 촬영은 거의 3개월이었다. 그 기간 동안 그 감정 속에 살아준 것이다. 촬영이 끝나도 여운이 남아 있어서 힘들어 하고 같이 다독이고 그랬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보여줬고, 함께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행운이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중학교 때 <더티댄싱>을 보고 처음으로 영화에 빠져들었다는 김창주 감독은 "앞으로도 연출을 많이 해보고 싶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연출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더티댄싱> 마지막 장면이 내게 줬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감동, 뜨거움을 관객에게 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관객을 뜨겁게 만들지, 그게 어려운 거긴 하지. 감독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관객이 얼마나 영화에 몰입해서,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는가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사람들이 무서워 하기도 하고 재밌어 하기도 하지 않나.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 게 뜨거워 지는 게 아닌가 싶다. 주인공과 함께 느끼는 영화. 그런 걸 만들고 싶다."
발신제한 김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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