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래윤(사진 오른쪽)과의 경기에서 알바레즈는 말그대로 완패를 당했다.

옥래윤(사진 오른쪽)과의 경기에서 알바레즈는 말그대로 완패를 당했다. ⓒ ONE Championship 제공

 
'더 언더그라운드 킹(THE UNDERGROUND KING)' 에디 알바레즈(37·미국)는 다양한 무대에서 경기를 뛰며 많은 벨트를 허리에 휘감아본, 그야말로 '타이틀 수집가'다. 'MFC, '보독파이트(bodogFIGHT)' 등 중소단체는 물론 UFC, 벨라토르(Bellator MMA)같은 메이저단체에서도 챔피언에 올라봤다. 단순히 타이틀만 보더라도 그가 어떤 선수이며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 알 만하다. 

푸에르토리코인 아버지와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바레즈는 어린 시절부터 스트리트 파이터로 유명했는데 그 때문일까. 여전히 파이팅 스타일에서는 싸움꾼의 향기가 잔뜩 묻어난다. 알바레즈는 동체급에서 신장(175.26cm)이 작은 편이고 리치도 길지 못하다. 사이즈에서 불리함을 안고 경기를 뛸 때가 많은데 이를 근거리에서의 짐승같은 타격 감각과 수준급 레슬링으로 커버해 버린다.

기본적으로 맷집과 체력이 좋고 근성이 강한지라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면 어지간해서는 밀리지 않는다. 굉장한 내구력을 앞세워 좀비파이터로 악명을 떨치던 '더 하이라이트(The Highlight)' 저스틴 게이치(32·미국)와의 혈전을 승리로 이끌어 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알바레즈를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게 만들었던 2016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한 해였다. 이전까지의 그는 강하기는 했으나 커리어, 기량면에서 압도적인 임팩트는 없었다. 메이저보다는 마이너 무대에서의 강자 이미지가 짙었다. 당시 그는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34·미국)를 힘겹게 이기고 UFC 라이트급 챔피언 도전권을 얻었다.

타이틀전에서 맞붙은 챔피언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기량을 자랑하던 하파엘 도스 안요스(37·브라질)였다. 이전까지 보여준 모습만 놓고 봤을 때 도스 안요스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알바레즈의 편이었다. 공이 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좋아하는 근거리를 잡아나간 그는 펀치 거리를 만들어낸 다음 삽시간에 도스 안요스를 때려 눕혀버렸다. 불과 1라운드 3분 49초 만에 벌어진 대이변 TKO쇼였다.

도스 안요스전 승리는 알바레즈에게 큰 기회를 안겨주었다. 격투계의 블루칩이자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와 붙게 되는 행운을 얻은 것. 만약 그 경기마저 잡아냈다면 알바레즈의 향후 위상은 지금보다도 훨씬 높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아쉽게도 알바레즈는 맥그리거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2라운드에 TKO로 무너졌다. 맥그리거와의 거리싸움에서 밀리며 완패했다. 대박은커녕 상대를 빛내주는 조연 역할에 그치며 분루를 삼켰다. 다음 해 게이치와의 난타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부활하는가 싶었으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가진 5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원챔피언십의 성적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1승 2패 1무효에 그치며 UFC 전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지난 4월 한국 종합격투기 라이트급 기대주 옥래윤(30·부산 팀매드)과의 경기는 알바레즈의 하락세를 확인한 한판이었다는 평가다. 알바레즈는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선 옥래윤에게 경기 내내 끌려다닌 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에디 알바레즈(사진 왼쪽)는 원챔피언십 챔피언 크리스천 리에게 도전장을 냈다가 괜스레 무안만 당했다.

에디 알바레즈(사진 왼쪽)는 원챔피언십 챔피언 크리스천 리에게 도전장을 냈다가 괜스레 무안만 당했다. ⓒ ONE Championship 제공

 
레전드의 굴욕, 파이터는 성적으로 말한다
 
최근 알바레즈는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챔피언 크리스천 리(한국어명 이성룡·23·미국/캐나다)에게 이른바 '팩폭(팩트 폭력)' 굴욕을 겪었다. 타이틀전을 요구했다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지적만 받은 것이다.

알바레즈는 지난달 30일 "라이트급 그랑프리 8강전 패배는 인정한다. 그러나 이후 3경기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옥래윤전도 마찬가지다. 원챔피언십은 지나치게 챔피언을 보호하고 있다"며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 자격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리는 지난 1일(한국시간) "명성이 높은 선수라는 것은 알지만 내가 열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승부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 다만 그는 최근 4경기에서 단 1승밖에 없다. 당장 직전 경기도 옥래윤에게 패했다. 챔피언에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며 알바레즈의 자존심을 구겨버렸다.

알바레즈는 2019년 3월 라이트급 토너먼트 준준결승으로 원챔피언십에 데뷔했으나 예상과 달리 KO패를 당하며 흔들렸다. 같은 해 8월 원챔피언십 전 챔피언 에두아르드 폴라양(37·필리핀)을 제압하며 이름값을 회복하는가 싶었으나 이후 2경기에서 1패 1무효로 그쳤다.

본인은 옥래윤과의 경기는 사실상 자신이 이긴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1라운드에 다운을 당하고 TKO패 직전까지 몰린 것은 물론 이후에도 효과적으로 점수를 따내지 못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2, 3라운드에서 옥래윤을 케이지 끝으로 몰아세우며 압박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위협적인 서브미션, 파운딩 등 데미지를 안길만한 공격이 없었다.

차트리 싯요통(50·태국) 대표 역시 "원챔피언십은 누가 오래 클린치 싸움을 주도했는지가 아닌 승패를 좌우할만한 공격 유무를 더욱 중요시한다. 그런 점에서 옥래윤이 확실히 이긴 경기"라며 알바레즈의 주장을 일축했다. 다른 파이터들이나 현장의 분위기도 냉담하기만 하다. 아무리 왕년에 잘나갔어도 현재의 성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바레즈가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고있는 파이터라는 것은 격투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 승부를 겨루는 MMA 무대서 파이터는 결국 성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노쇠화, 주관적 판정 불만 등은 변명에 불과하다. 경기를 선택하고 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알바레즈의 최근 행보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ONE CHAMPIONSHIP 크리스천 리 언더그라운드 킹 알바레즈 옥래윤 라이트급 왕년의 스타 굴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