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낚시예능 <나만믿고 따라와-도시어부>는 5월부터 시즌3에 돌입하면서 시작부터 큰 위기를 맞이했다. 이덕화-이경규-이태곤-이수근-김준현 등 핵심멤버들이 모두 건재한 가운데 야심차게 출항했으나, 내리 세 번(자유낚시, 여수, 붕친대회)의 출조에서 모두 처참할 만큼 목표달성에 실패하는 최악의 조황을 기록했다.

단순히 고기를 못잡은 정도가 아니라 방송 분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도시어부> 구성상 세 번 출조면 약 6회 정도의 분량이 나와서 정상이었지만, 28일 방송에서 <도시어부>는 블과 4회만에 벌써 4번째 긴급출조(지난 5월 14일)를 해야하는 다급한 상황에 몰렸다. 장시원 PD는 "이대로면 4년 만에 첫 결방위기다. 시말서까지 미리 작성하고 나왔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채널A 낚시예능 <나만믿고 따라와-도시어부> 한 장면.

채널A 낚시예능 <나만믿고 따라와-도시어부> 한 장면. ⓒ 채널A

 
극적인 반전의 연속

경남 고성에서 진행된 참돔 낚시는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참돔 기록 경신을 기대했던 박 프로의 호언장담과 달리 이번에도 성과는 부진했고 결국 출연자 전원이 방송 최초로 밤샘 선상낚시를 강행하는 고군분투가 펼쳐졌다.

제작진은 '감금어부' '올드 드론'같은 자막을 사용하며 자조했고, 이경규는 '출연자를 배에 가두는 방송이 어디 있냐'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모두가 지쳐가던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이태곤이 18시간의 기나긴 침묵을 깨고 참돔 46cm를 낚는 데 성공하며 드라마 같은 명장면을 연출해냈다. 오랫동안 무입질과 허탕에 지쳐있던 상황과 대비되며, 단 한번의 성공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낚시만의 환희와 중독성을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채널A 낚시예능 <나만믿고 따라와-도시어부> 한 장면.

채널A 낚시예능 <나만믿고 따라와-도시어부> 한 장면. ⓒ 채널A

 
이처럼 <도시어부>가 시즌3 방송 한달 동안 보여준 고난의 행보는, 낚시를 소재로 한 방송이 얼마나 무모하고 만들기 어려운 도전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낚시를 주제로 한 방송에서 고기를 못 낚는다는 것은 이경규의 표현처럼 "축구경기를 하는데 축구공이 없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도시어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골치아픈 낚시 예능을 무려 4년째나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가장 신기한 매력은, 낚시가 잘 되면 잘 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얼마든지 계속해서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도시어부>의 출연자들이 고기를 못낚더라도,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목적인 시청자를 낚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시어부>는 매주 한 회차당 무려 2시간 가까운 분량이 방송된다.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과 맞먹는 분량인데 특별하게 다양한 코너나 구성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로 70-80%는 전국을 돌며 낚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후반 20-30%는 저녁을 먹으며 그날의 에피소드를 정리하는 토크쇼로 이어지는 구성이 거의 매주 반복된다. 그저 단순하게 낚시 이야기로만 채우기에는 쉽지 않은 분량이다.

<도시어부>는 그 여백을 다채롭고 개성넘치는 '캐릭터쇼'의 매력으로 메운다. <도시어부>만의 강점은 출연자들이 모두 진짜 낚시광이라는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칠순이 된 이덕화가 첫회부터 제작진의 만류에도 자청해서 밤샘 낚시를 불사하고, 촬영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혐오하는 예능대부 이경규가 거의 감금에 가까운 야간 추가 촬영도 불평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오직 <도시어부>에서만 볼수 있는 희귀한 장면이다.

그런데 <도시어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불편하는 커녕 오히려 즐겁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낚시를 단지 일이나 방송으로만 여겼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고기를 못잡아도 지치거나 싫증내지 않고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이 세상 수많은 '덕후'들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처럼 낚시에 미쳐있는 중장년 아재들의 모습에서 다채로운 '부캐'들을 줄줄이 낚아낸다. 특히 조황이 저조했던 시즌3 초반의 방송 분량은 큰형님 이덕화가 하드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덕화는 <도시어부> 멤버중에서도 낚시에 관한 집착이 강한 인물 중 한명이다. 다른 방송 같았으면 자칫 불편한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도시어부>는 오히려 순수하게 낚시에 빠져있는 이덕화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프로그램만의 '아이덴티티'로 적극 활용한다.

최악의 조황을 기록하며 모두가 지쳐가던 상황에서 뜬금없이 뉴트리아를 새총으로 사냥하는 원맨쇼로 분량을 뽑아내는가 하면, 까마득한 후배 앞에서 자신의 약점인 모발을 스스로 언급하는 자폭개그로 권위를 내려놓고 편안한 웃음을 유도해낼 수 있는 인물이 이덕화말고 또 있을까.

이덕화를 중심으로 최근 <도시어부>의 캐릭터쇼는 고정멤버들뿐만 아니라 게스트와 도우미, 제작진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첫 게스트로 출연한 농구선수 출신 박광재는 시작부터 고정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낚시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짠내' 캐릭터로 전락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상 반고정이나 다름없이 활약하고 있는 KCM은 <도시어부> 멤버들 사이에서 '진절머리'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출연할 때마다 프로그램에 묘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시즌1부터 함께했던 박진철 프로는 <도시어부>에 완장만 차고 나오면 구박당하는 캐릭터로 전락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제작진인 정재환 드론감독(드로니), 경남 고성 편에서 선장님으로 등장한 구선장 등은 등장한 해당 회차에서 사실상 식스맨(제6의 멤버)에 가까운 존재감을 드러내며 <도시어부>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유튜브 방송도 큰 호응

한편으로 <도시어부>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낚시에 대하여 잘 모르던 젊은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시도도 두드러진다. <도시어부>는 유튜브 채널 '도시어부 Grrr'를 개설해 방송 하이라이트와 미방송분-무편집본 등을 공개하며 본방과는 또다른 호응을 얻고 있다. 사전 티저영상으로 제작된 '부본색' 도시어부 멤버들의 '먹방' 풀영상, 이덕화 낚시 채비 과정 등이 큰 호응을 얻으며 개설 한 달 만에 벌써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조회수도 500만뷰를 넘어섰다.

충북 괴산에서 진행된 붕친 특집에서는 이홍기-김새론-윤보미 등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청춘스타들이 대거 지인으로 등장했다. 제작진은 여기서 첫 라이브 방송과 함께 '낚시 중계'라는 색다른 기획을 시도하기도 했다. 게임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전용준 캐스터를 비롯하여 김정민-KCM 해설위원이 출격하여 고기를 단 한마리도 낚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현란한 만담으로 분량을 뽑아내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도시어부>는 최근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강철부대> 출연자들과의 콜라보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도시어부>와 <강철부대>는 같은 제작진이 담당하고 있기에 가능한 기획이다. <강철부대>에 출연 중인 박군(박준우) 등 일부 출연자들은 향후 <도시어부> 멤버들의 고향인 '왕포'에서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여 낚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도시어부>가 풀어낼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해 보인다. 가장 정적이고 지루해 보이던 낚시라는 소재를 예능의 블루오션으로 새롭게 발굴해낸 <도시어부>는 이제 장르개척을 넘어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낚시 월드'로 진화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어부 이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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