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로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의 정규 시즌을 치른다. 정규 시즌을 마친 뒤에는 각 6팀의 디비전 챔피언(지구 우승)을 포함하여 총 10팀이 포스트 시즌을 치른다. 3월 말 ~ 4월 초에 시즌을 시작하여 10월 말 ~ 11월 초에 월드 시리즈가 끝나는 것이 정상적인 일정이다.

그러나 2020년은 정상적으로 시즌이 열리지 못했다.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하여 세상의 모든 일상 요소들이 바뀌었고, 프로 스포츠들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1년 연기를 발표했지만, 2021년에도 2020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프로야구 시즌들도 영향을 받았다. 2020년에는 당장 방역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세계의 주요 프로야구 시즌들도 일정이 바뀌었다. 그나마 6주 정도 늦게 개막했던 KBO리그는 올스타 휴식기 없이 정규 시즌을 팀당 144경기로 유지하면서 11월 말 한국 시리즈까지 무사히 마쳤다.

일본의 NPB는 정규 시즌을 팀당 143경기에서 120경기로 줄였으며, 센트럴리그는 포스트 시즌 없이 정규 시즌 우승 팀이 닛폰 시리즈에 직행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퍼시픽리그의 포스트 시즌은 클라이막스 시리즈의 퍼스트 스테이지만 생략했으며, 두 리그 사이의 교류전인 인터리그는 없었다.

팀당 60경기, 사상 초유의 미니 시즌이었던 2020년 메이저리그

그러나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무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정상적으로 시즌이 열리지는 못했다.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시즌 일정과 선수단에 대한 연봉 지급 방안 등을 놓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대립했기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2020년 시즌을 단축하면서, 시즌 경기수에 비례하여 선수들의 연봉을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선수노조가 반발하면서 2020년 시즌은 결국 팀당 60경기의 미니 시즌으로 축소됐다. 그나마 그 60경기 시즌도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인 롭 만프레드의 직권으로 겨우 실행한 일정이었다.

팀당 60경기를 편성하면서 다른 지구의 팀들과 교류하는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각 지구마다 홀수 팀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같은 지역의 인터리그만 열렸다. 국제 대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승부치기까지 도입하면서 7월 말부터 9월까지 겨우 시즌을 치렀다.

일단 시즌을 치르긴 했지만, 선수들은 선수대로 구단들은 구단대로 큰 손실을 입었다. 정규 시즌이 모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었고, 그나마 관중을 조금 받았던 포스트 시즌도 중립 경기장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실상 입장권 수익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하여 재정을 확보하지 못한 구단들은 겨울 스토브리그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 지난 해 연봉에서 손해를 본 선수들도 FA 시장에서 장기 계약으로 평균 연봉을 줄이는 대신 단기 계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다. 백신 접종 이후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장기 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사무국의 154경기 일정 제안, 선수노조 거부로 162경기 정상 준비

그래도 지난 해에 상황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올해는 지난 해에 비해 개막 준비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책들이 마련된 상황이긴 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1년 시즌에 대하여 팀당 154경기의 정규 시즌을 치르는 것을 골자로 한 일정을 선수노조에 제안했다.

일정을 자세히 보면 일단 정규 시즌 개막은 4월 29일(이하 한국 시각)로 미룬다. 팀당 154경기의 정규 시즌을 치르며, 포스트 시즌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일부 팀에게 추가 진출권을 주는 것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시즌 규모를 크게 줄이지 않기 때문에 연봉 삭감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일단 사무국의 제안을 받은 선수노조는 대의원 회의를 열었다. 회의 후 선수노조는 2월 2일에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성명에서 시즌이 더 늦어지거나 축소될 경우에 대한 보장이 없다며 추가 조치 사항이 미흡한 점을 우려했다.

결국 선수노조는 사무국의 154경기 일정 제안을 거부했다. 사상 초유의 미니 시즌을 치렀던 2020년 겪었던 어려움을 또 다시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다. 대신 쉽지는 않겠지만 정상적인 개막을 위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작년과 흐름이 비슷했고, 결국 작년에는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대립이 길어지면서 개막이 늦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무국이 빠르게 양보를 선택하면서 2021년 시즌은 정상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무국에서도 바로 성명을 발표하여 각 구단에 정상적인 정규 시즌을 위해 스프링 캠프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정상적인 계획에 의하면 2021년의 스프링 캠프는 2월 18일 플로리다 주(그레이프푸르츠리그)와 애리조나 주(캑터스리그)에서 시작한다. 정규 시즌은 4월 2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162경기를 진행하며, 포스트 시즌도 기존의 방식대로 진행한다. 다만 관중 입장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스프링 캠프를 앞둔 코리안리거들의 시즌 준비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들도 스프링 캠프 일정을 위해 슬슬 미국으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 2월 초 각자 미국으로 출국하여 스프링 캠프 일정에 맞춰 몸 컨디션을 조절할 시기가 온 것이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포스트 시즌을 마친 뒤 10월에 귀국하여 자가격리를 마친 뒤 11월부터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가볍게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주로 체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했으며 부상 이력이 있는 어깨, 팔꿈치, 사타구니 내전근 등에 대한 체크도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

류현진은 일단 미국으로 출국하여 블루제이스의 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 주 더니든으로 간다. 미국과 캐나다에 둘 다 취업 비자가 있지만, 지난 해에는 캐나다 정부가 블루제이스 선수단을 제외한 다른 29팀의 캐나다 입국을 허가하지 않아서 뉴욕 주 버팔로에 있는 트리플A 경기장 세일런 필드를 사용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전 소속 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과 일단 함께 훈련하다가 애리조나 주 캠프장으로 갈 계획이다. KBO리그 팀들이 올해 모두 국내 캠프를 치르는 점도 있지만, 실내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역시 이전 소속 팀인 SK 와이번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다가 플로리다 주 캠프장으로 간다.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에 인수되었지만, 일단 스프링 캠프 기간에는 기존의 팀 이름으로 훈련하면서 김광현은 공교롭게 와이번스 이름을 쓰는 마지막 캠프를 잠시나마 함께하고 있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은 서비스 타임 3시즌을 넘기게 되면서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게 됐다. 구단이 185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고, 최지만이 245만 달러를 원했으나 그 사이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봉 조정을 신청했다. 연봉 조정과는 별개로 스프링 캠프 일정에는 정상적으로 참가한다.

아직 새로운 팀을 찾고 있는 추신수 그리고 양현종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추신수는 아직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의 7시즌 동안 팀이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충족하지는 못했고, 선수 개인도 잔부상에 시달리며 외야수로 출전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추신수는 그 동안 자신의 계약 협상을 담당했던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에서 제프 보리스로 교체했다. 슈퍼 스타들의 대다수를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보라스였기 때문에 보라스가 더 유명하긴 하다. 그러나 보리스 역시 배리 본즈, 박찬호, 김병현 등의 협상을 담당했던 적이 있는 메이저리그의 대표 에이전트 중 하나다.

이 쯤 되어 박찬호와 추신수의 묘한 인연이 여러 가지 요소가 겹치는 점을 볼 수 있다. 박찬호와 추신수 모두 첫 번째 FA 때는 보라스와 손을 잡고 당시의 시점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 계약을 체결했던 팀이 레인저스였다는 점에서도 같다.

그러나 둘 다 레인저스에서는 부상 등이 겹치면서 부진한 성적을 남겼고,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종료된 뒤 두 번째 FA 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까지 비슷하게 됐다. 에이전트를 보라스에서 보리스로 교체한 것까지 같은 흐름이다.

이후 박찬호는 2007년 뉴욕 메츠와 1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실패하면서 메이저리그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박찬호는 메츠 산하 트리플A 팀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트리플A 팀으로 옮기면서 다른 기회를 찾다가 결국 2008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스플릿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재진입에 성공했다.

물론 FA 시장의 흐름과 보리스의 협상에 따라 추신수가 새로운 팀을 찾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 할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다만 추신수가 올스타 게임에 출전했던 2018년 이후 두 시즌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점과 만 38세(1982년 생)의 나이를 감안하면 새로운 팀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KBO리그에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 역시 원 소속 팀이었던 KIA 타이거즈와 협상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어떻게든 밟아보고 싶다는 양현종의 의지가 강하여 선수와 팀 사이의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일단 양현종에 대하여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스프링 캠프 초청권을 노리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프링 캠프 초청권을 받는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스토브리그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추신수와 양현종이 새로운 팀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만일 추신수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팀들과 새로운 계약에 성공한다면,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는 최대 6명의 한국인 선수들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일단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더 심하게 확산되지 않는다면, 현재 발표된 정상적인 일정을 준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에 한국인 선수들이 감염 없이 안전한 시즌을 보냈던 것처럼, 2021년도 안전한 시즌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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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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