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국내에서 1100만 관객을 불러 모았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45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부산행>의 월드와이드 흥행기록 1억2900만 달러는 <기생충>의 2억6900만 달러에 이어 한국영화 역대 2위의 월드와이드 흥행 기록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부산행>은 2019년의 <킹덤>, 2020년의 <킹덤2>, <살아있다>로 이어진 'K-좀비 열풍'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부산행>에는 주인공 공유를 비롯해 정유미,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인정하는 <부산행> 최고의 배우는 역시 '마요미' 마동석이었다. 실제로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없었으면 <부산행>이라는 영화의 제작 자체가 불투명했을 것이다. 마동석이라는 엄청난 피지컬을 가진 배우가 아니었다면 맨 주먹으로 좀비를 때려 잡는 인간의 존재를 관객들이 납득하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동석은 <부산행>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육체파 액션배우로 자리 잡았고 기세를 모아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의 새 작품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쉬 역까지 따냈다. 그리고 작년 12월 18일 공개돼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서도 <부산행>의 마동석 같은 역할을 한 여성 배우가 출연했다. 국내 여성 배우들 중 독보적인 체력과 운동능력으로 여전사 서이경 역을 소화한 이시영이 그 주인공이다.

역대 최초로 복싱 국가대표에 선발된 여성배우
 
 이시영이 주연한 <남자사용설명서>는 개봉 후 수 년이 지난 다음 대중들에게 재조명됐다.

이시영이 주연한 <남자사용설명서>는 개봉 후 수 년이 지난 다음 대중들에게 재조명됐다. ⓒ (주)쇼박스

 
2008년 KBS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 연화 역을 맡았던 이시영은 이듬 해 시청률 30%를 넘긴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구준표(이민호 분)에게 접근하는 오민지를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6월에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신화의 전진과 가상커플로 출연했는데 두 사람은 실제 연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하지만 전진과는 그 해 9월에 결별했다).

이시영은 2010년 KBS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서 재벌 상속녀 부태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2010년5월부터는 약 1년 간 <연예가중계>를 진행했다. 영화 선구안도 나쁘지 않았던 이시영은 2011년 송새벽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에 출연해 250만 관객을 동원했다(<위험한 상견례>는 4년 후 진세연, 홍종현 주연으로 속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위험한 상견례>를 통해 영화 쪽에서도 인정 받은 이시영은 2013년 드디어 대표작을 만났다. 바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였다. 이원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는 전국 50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이시영은 매력적인 CF 조감독 최보나 역을 맡아 오정세와 환상적인 연기호흡을 과시했다.

배우로서도 꾸준한 활동을 했지만 이시영은 복싱에 도전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졌다. 지난 2010년 복싱 관련 드라마에 캐스팅되면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이시영은 드라마 제작이 무산된 후에도 복싱 훈련을 멈추지 않았고 2010년11월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당시 이시영의 소속 체육관 관장은 바로 '4전5기의 신화'로 유명한 홍수환 전 챔피언이었다).

그렇게 연기와 복싱을 병행하던 이시영은 2013년 실업팀 인천시청에 입단했고 2013년 4월에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시영은 51kg급으로 체급을 올린 다음 48kg급에서 활약했을 때 만큼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습관성 어깨 탈구 부상까지 겹친 이시영은 2015년 6월, 배우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복싱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체지방 8% 근육질 몸으로 대역 없는 액션 소화
 
 2016년 <진짜사나이>에 출연한 이시영은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6년 <진짜사나이>에 출연한 이시영은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 MBC 화면 캡처

 
권투 선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느라 강행군을 하던 이시영은 2015년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끝으로 1년 넘게 휴식기를 가졌다. 하지만 휴식기에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남자들을 압도하는 체력을 선보이면서 '국대 출신'의 위용을 과시했다(이시영은 런닝 테스트에서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까지 제쳤다. 참고로 박찬호는 현역 시절 '강한 하체의 힘은 달리기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던 선수다).

2017년 결혼 후 아들을 낳은 이시영은 2019년1월 촬영 후 2년 이상 묵혀 두었던 영화 <언니>가 뒤늦게 개봉했다. 하지만 <언니>는 이시영의 화려한 액션 연기에도 불구하고 전국 관객 20만도 모으지 못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로 쓴 맛을 봤지만 이시영은 곧바로 출연한 KBS드라마 <왜 그래 풍상씨>가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시영은 그 해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지난 가을 MBC의 8부작 SF판타지 옴니버스 드라마 <SF8-블링크>편에서 형사를 연기했던 이시영은 2020년이 가기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 출연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공포 생존 액션 <스위트홈>에서 이시영은 특전사 출신의 소방관 서이경을 연기했다. 서이경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고 오직 드라마에서만 등장하는 캐릭터로 괴물과 직접 맞서 싸우는 여전사 캐릭터다.

사실 <스위트홈>의 장르가 장르인 만큼 이시영이 연기한 서이경은 특별히 힘든 열연이 필요한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이시영은 괴물과 맨 몸으로 맞서 싸우는 서이경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엄청난 운동량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지방 8%의 근육질 체형을 만들었다. 특히 4화에서 보여준 환풍구에서의 거미괴물과 선보인 긴장감 넘치는 추격씬은 이시영이 아닌 그 어떤 여성 배우도 소화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이시영은 <왜 그래 풍상씨>의 이화상 캐릭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철 없는 푼수 연기도 잘 소화하는 배우다. 하지만 이시영은 <스위트홈>을 통해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마동석처럼 대한민국의 'ONLY 1' 여성 액션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프라모델 만들기를 좋아하고 리버풀FC의 열성팬이기도 한 배우 이시영은 앞으로 어떤 행보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줄까.
 
 이시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 홈>에서 힘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이시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 홈>에서 힘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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