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SK나이츠-DB프로미의 경기에서 SK 최준용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SK나이츠-DB프로미의 경기에서 SK 최준용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소속 최준용은 지난 7일 어이없는 대형사고를 저질렀다. 본인의 SNS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생방송을 진행하다가 실수로 동료 선수의 알몸 노출 사진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최준용 본인도 깜짝 놀라 바로 생방송을 중단했지만 많은 누리꾼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고, 방송 후 캡처본까지 온라인상에 떠돌면서 문제가 커졌다.

최준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이 사과문에서 "팬분들과 즐겁게 소통하고자 했던 방송에서 이런 실수를 하게 돼 죄송하다. 실수로 사진첩에 있던 사진의 일부가 노출돼 저 역시 많이 놀라 방송을 끄고 상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동료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고 너그럽게 제 사과를 받아줬다. 팬분들과 해당 선수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젊은 프로 선수의 실수가 남긴 파장은 꽤 컸다. KBL은 이 사건에 대하여 9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기로 했다. 소속팀인 SK 구단도 최준용에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 조치를 내렸다. 

주력 선수인 최준용이 빠진 SK는 지난 8일 안양 KGC전에서 실책만 18개나 쏟아내는 졸전 끝에 68-83으로 대패하며 최근 2연패에 빠졌다. 최준용의 뜻하지 않은 공백이 전력누수는 물론 팀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데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준용은 논란이 되었던 동료의 나체사진을 소장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하여 "당연히 지웠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서로에게 장난을 위해 보관하고 있었고, 저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다 큰 성인이라도 사적으로 친한 친구들끼리 짓궃고 터무니없는 장난도 칠 수 있는 게 남자들의 세계라지만, 불법촬영은 엄연히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번 사건처럼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만일 유출되면 큰 문제가 벌어질 게 분명한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련된 내용을 그저 장난을 위하여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부터 너무나 경솔한 행동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시점도 여러모로 적절하지 못했다. 그의 소속팀인 SK는 하루 전인 6일 고양 오리온에 78-96으로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팬들과의 소통도 좋지만 팀이 전날 크게 지고 다음날 또 다른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선수가 SNS에나 신경쓰는 모습부터가 국내 정서상 좋은 인상으로 비쳐지기는 힘들다.

더구나 7일, 하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유망주 신동수가 SNS 망언 논란으로 하루종일 뉴스 화제의 중심에 서며 소속구단으로부터 방출통보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젊은 운동선수들의 SNS 활용과 인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한창 쏟아지던 분위기였다. 여기에 최준용의 SNS 논란까지 추가되며 한마디로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물론 악의를 가지고 SNS에 야구계 선배-지도자, 팬들을 폄하하고 여성과 지역에 대한 막말을 지속적으로 거듭해온 신동수의 사례와 단순히 순간적인 실수였던 최준용의 사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젊은 운동선수들의 무분별한 SNS 중독과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연결해서 생각해봐야할 부분도 있다.

흔히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트위터(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어록이 다시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SNS는 그저 도구일뿐, 결국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낭비가 될 수도, 효율적인 소통과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선수들의 SNS 사용을 규제한다거나 SNS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가 가지는 영향력과 관심만큼이나 '책임의 무게'도 함께 가져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신동수는 SNS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저급하고 경박한 감정 배설의 창구로만 악용한 대가로 불과 19세의 나이에 퇴출을 당하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신동수의 SNS 행각에 동조했던 야구계 또래 동료들도 역시 징계를 받았다. 오늘날의 팬들이 선수들의 실력보다도 '인성'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최준용은 비록 악의는 없었다고 하지만,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동료와 팀에게 큰 피해를 줬고 프로농구 선수들의 이미지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 최준용이 프로 데뷔 이후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4차원적인 이미지를 고수할수 있었던 것은 바로 SK라는 구단에 속해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SK는 국내 프로농구단중 드물게 선수의 개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었고, 사령탑인 문경은 감독의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준용도 그동안 여러 번의 인터뷰를 통하여 "만일 SK가 아니라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농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소속구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SK와 문경은 감독조차도 최준용을 감싸주지 못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무분별한 자율이 오히려 방종과 해이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점에서, 최준용은 이번 일을 더욱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시대 흐름이 달라지면서 현역 선수라도 자유롭게 SNS나 유튜브 등 각종 미디어 출연 등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프로라면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SNS는 흔히 개인의 공간으로 치부되지만,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공간인 만큼 개인의 실수나 시행착오도 온전히 드러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 인기와 관심엔 항상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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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 신동수 서울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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