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선수가 유난히 많은 키움이 '잇몸의 힘'으로 연승을 만들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8-4로 승리했다. 롯데와의 원정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키움은 이날 두산 베어스에게 4-11로 패한 선두 NC다이노스와의 승차를 반경기로 좁히며 선두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58승39패).

키움은 선발 등판한 좌완 윤정현이 4.2이닝10피안타(2피홈런)1사사구1탈삼진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김선기, 양현, 신재영, 조상우로 이어지는 불펜투수들이 남은 4.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타선에서는 8회 적시 2루타를 때린 전병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부상 당한 박병호 대신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웅빈이 시즌 4번째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타점2득점1볼넷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 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 초 2사 키움 김웅빈이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 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 초 2사 키움 김웅빈이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백업선수로 차근차근 경험 쌓고 성장하는 유망주들

중앙고 시절부터 정확한 타격과 강한 어깨, 탄탄한 기본기,빠른 발을 두루 갖추며 '천재 유격수'로 불리던 김재호는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두산은 육성 선수로 입단한 손시헌(NC 2군 수비코치)이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한 해 앞서 나주환(KIA 타이거즈)이라는 좋은 유격수가 입단했지만 대형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특급 유망주를 지나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재호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단 한 번(2008년) 밖에 없었다. 그나마 손시헌이 군에 입대해 유격수 자리에 공백이 생겼던 시즌이었고 김재호는 손시헌의 전역과 함께 다시 백업으로 밀려났다. 김재호는 손시헌이라는 쟁쟁한 국가대표급 유격수의 그늘에 가려 언제나 백업을 전전했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 수록 점점 초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김재호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기도 했고 실제로 여러 구단과의 트레이드 루머에 김재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하지만 두산은 내야의 미래를 이끌 김재호를 끝까지 지켰고 결국 손시헌이 NC로 이적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비록 주전 도약 시기는 다소 늦었지만 김재호는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두 번의 골든글러브, 그리고 대표팀 주장까지 역임하며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처럼 아마추어 시절부터 최고의 유망주로 군림하던 선수들 중에는 이정후(키움)나 강백호(kt 위즈)처럼 프로 입단 후 곧바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도 있지만 김재호처럼 꽤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선수도 적지 않다. 물론 주전으로서 커리어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선수에게는 더욱 유리하지만 팀 입장에서 보면 유망주가 일정 기간 동안 백업으로 활약하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도 팀의 선수층을 위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 몇 년 간의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많은 유망주들을 확보한 키움이야말로 주전과 백업의 조화가 잘 이뤄진 대표적인 구단이다. 2017년 1차지명에서 이정후를 선택한 키움은 2차 1라운드에서도 유격수 김혜성을 지명했고 현재 김혜성은 내야는 물론 코너 외야까지 소화할 수 있는 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리고 김혜성보단 다소 느리지만 김웅빈 역시 박병호 다음 세대의 1루수 자원으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박병호 부상으로 얻은 기회, 4출루 경기로 화답

김웅빈은 서라벌 초등학교 시절 육상을 하다가 6학년 때 야구부로 자리를 옮기며 중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2009년에 창단한 울산공고를 졸업한 김웅빈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3라운드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당시 수 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지만 SK는 내심 뛰어난 재능을 가진 김웅빈을 최정의 후계자로 점 찍었다.

하지만 김웅빈은 2015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히어로즈에 1라운드로 지명되며 프로 입단 1년 만에 팀을 옮기게 됐다. 히어로즈 역시 김웅빈의 잠재력에 높은 평가를 내렸고 2016년 10경기, 2017년67경기에 출전시키며 착실히 1군 경험을 쌓게 했다. 김웅빈은 입대 후 2018년 상무에서도 타율 .291 5홈런52타점9도루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성장속도를 보였다.

2019년 9월에 전역한 김웅빈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평범한 땅볼을 놓치는 실책을 저지르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김웅빈은 올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테일러 모터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전병우에 밀려 3루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 에디슨 러셀의 가세 후 김하성과 김혜성의 3루 출전빈도가 높아지면서 김웅빈은 주전 경쟁에서 더욱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박병호가 손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는 김웅빈에겐 좋은 기회가 됐다. 김웅빈은 박병호 부상 후 키움이 치른 8경기 중 6경기에서 주전 1루수로 출전했고 28일 롯데전에서 드디어 박병호가 그립지 않을 만큼의 맹활약을 펼쳤다. 2회 첫 타석부터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기세를 올린 김웅빈은 7회와 8회 각각 중전안타와 우전안타를 때렸고 9회에는 고의 사구로 걸어 나가며 3안타4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현재 키움에는 박병호를 비롯해 에릭 요키시, 최원태, 이승호, 안우진, 이정후 등 부상 선수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많은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움은 최근 10경기에서 6승을 따내며 NC와 치열한 선두경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주전 선수의 공백에도 강한 전력을 유지하는 키움의 저력 뒤에는 김웅빈처럼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척척 메워주고 있는 '잇몸'들의 활약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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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김웅빈 3안타4출루 백업 1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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