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배구 여제' 김연경이 18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특유의 유쾌한 매력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짓궂고 입담 좋은 연예인 멤버들 사이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분위기를 사로잡는가 하면, 2교시인 퀴즈 대결과 1대 7 배구 대결 등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댄스와 몸 개그까지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연경은 최근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전격 복귀했다. 터키-중국 등에서 활약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던 김연경은 친정팀 흥국생명을 통해, 국내 복귀를 선언하며 연봉을 대폭 자진삭감하는 결단으로 큰 화제가 됐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 제도 안에서 고액 연봉자인 자신의 입단으로 인해 다른 동료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아는 형님>에서 김연경은 한국 복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내년에 올림픽이 있는 만큼 경기를 무조건 뛰어서 경기력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안전한 나라고 컨디션을 올리는 데 최적화되어있다고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운동 선수에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인 '돈'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김연경은 거침이 없었다. 한때 배구선수 세계 최고 연봉을 자랑했던 김연경에 대한 강호동이 "제일 큰 제안을 받았을 때가 언제인가?"라고 묻자, "중국에서 뛰다가 터키로 다시 이적할 때 구단 사이에 배팅이 붙었다. 중국과 터키 구단간 경쟁을 하면서 몸값이 점점 올라갔다.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어서 '연봉과 상관없이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고 싶기 때문에 터키로 가겠다'고 알렸다. 그랬더니 중국 구단에서 마지막엔 백지수표까지 주며 원하는 액수를 적으라고 하더라"며 놀라움을 안겼다. 김연경은 "줄곧 세계 최고무대에서 뛰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백지수표를 받고 난 뒤에는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고 덧붙이며 웃음을 안겼다.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백지수표를 거절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냐"는 물음에 김연경은 몇 초간의 침묵 이후 머쓱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상민이 "백지수표를 받기 전의 제안은 어느 정도였나"라고 묻자 "그것도 언론에 알려진 것 이상"이라고 시원하게 답변했다. 덧붙여 김연경은 "(올해는 연봉을 양보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최고로 받아야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귀여운 선전포고로 연봉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내가 최고'라는 김연경의 자부심은 <아는 형님> 방송 내내 계속됐다. 김연경은 부담이 큰 중요한 승부처에서 에이스들은 "나한테 올려"라고 오히려 동료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못해도 내 책임, 잘하면 내가 칭찬받는 것"이라며 에이스의 역할을 설명했다. 강호동이 "네가 봐도 자신이 멋있어?"라고 묻자, 김연경은 약간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렇게 느낄 때도 있다. '잘하네, 멋있네' 하고"라며 귀엽게 인정하기도 했다.

이제는 김연경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은 '식빵 언니' 캐릭터도 언급됐다. '식빵 언니'는 경기 도중 비속어를 사용하는 김연경의 모습을 일컫는 별명이다. 김연경은 "경기 중에 실수를 저지르고 아쉬운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리우 올림픽 한일전이었는데, 내가 공격을 시도한 것이 미스가 났다. 아쉬운 마음에 뒤로 돌아서서 '식빵을 구웠는데'(비속어를 썼는데) 생각보다 크게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희철이 "혹시 베이커리 광고는 안들어왔냐"고 놀리자 김연경은 "지금도 노리고 있다"고 능청스럽게 답변했다.

김연경은 종목과 성별을 넘어서 한국 스포츠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다. 여자배구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는 실력도 그렇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자기애'와 하고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솔직함'은 해외와 달리 국내 선수들에게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다. 해외 진출 사례 자체가 드문 한국 배구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들며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것, 선수가 거대한 구단이나 국내 배구계의 잘못된 관행과 맞서 싸워가며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한 전례없는 일화 등도 이러한 김연경만의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솔직하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은 팬들의 주목을 받지만, 그만큼 모난 돌 취급을 받을 때도 많다. 서장훈, 이천수, 김병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스타들도 거침없는 행보 때문에 한때 괴짜나 비호감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김연경도 흔한 국내 운동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숨기지않고 굳이 억지로 겸손한 척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경기 중 수시로 욕설을 내뱉는 '식빵' 이미지도 장난스럽게 희화화되기는 했지만, 팬들이 보기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거침 없고 할말 다 하는 것 같아도, 그런 언행들이 그다지 밉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김연경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JTBC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김연경은 <나혼자산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집사부일체> 등 과거에 출연했던 수많은 방송에서도 한결같이 일관성 있었던 모습이었다. 예능에 나와서는 예능답게 몸을 사리지 않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망가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한 당당함의 밑바탕에는, 오랜 세월 한 분야에서 기복없이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기까지 김연경의 노력과 열정, 진심을 지켜봐온 대중들의 신뢰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리라.

스웨덴의 축구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자기애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자신을 왕이나 사자에 빗대는가 하면,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가 트레이드 마크다. 과도한 허세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로 그만한 실력과 업적이 뒷받침되었기에 이러한 즐라탄의 개성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김연경이 보여주는 솔직함과 약간의 허세도, 그녀가 당당히 이뤄낸 성과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반가운 일이다. 실력으로나 개성으로나 김연경같은 선수가 다시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경 아는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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