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프로축구 FC서울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서울은 18일 포항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하며 최근 2연패에 빠졌다. 서울은 전반 포항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조영욱이 선제골까지 넣었지만, 수비와 중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윤영선과 오스마르가 부상으로 교체된 후반에 내리 3골을 내주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서울은 이로서 3승 1무 8패(승점10)로 10위에 머물렀다. 현재 8패는 서울보다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른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3무 8패)와 함께 K리그1 공동 최다패 기록이다.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2018년(9승 13무 16패 11위)보다도 페이스가 더 나쁘다. 당시 서울은 24라운드에서 8패째를 당했는데 올해는 2년전보다 절반이 줄어든 12라운드만에 불명예 고지에 올랐다. 서울은 6월에만 한때 5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4일 수원(3-3)과의 '슬퍼매치'도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서울의 동점골 상황에서 심판의 오심이 아니었다면 패배는 더 늘어날수도 있었다.
 
 속 타는 최용수 감독

속 타는 최용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불행 중 다행은 2년전에 비하여 강등의 압박감은 다소 덜하다는 것, 내년에는 군팀 상주 상무가 올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자동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라 성적순으로는 최하위 1팀만 추가로 강등된다.

현재 인천이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어서 다른 하위권과도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다. 2년전 승강플레이오프의 아찔한 기억이 남아있는 서울로서는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인천이 전통적으로 후반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고 서울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안심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실 서울의 경기력은 2018년과 비교해도 올해가 훨씬 더 심각해보인다. 서울은 전반기 상위 빅5(울산-전북-상주-포항-대구)와의 대결에서 모두 완패했다. 최하위 인천에게도 이겼지만 고전했고, FA컵에서 2부리그 대전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는 등 졸전의 연속이었다.

서울은 12경기에서 벌써 26실점(경기당 2.16골)을 내주며 리그 최다 실점을 허용할만큼 수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서울을 제외하고 20실점을 이상을 내준 팀은 아직 전무하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실점을 허용한 강원(11경기 19실점)보다도 7골이나 더 내줬다. 반면 득점은 고작 10골(0.8골)에 그치며 득실마진도 -16로 역시 리그 최악이다. 대구전(0-6) 참패를 비롯하여 3골 이상을 내준 경기가 벌써 4번이나 된다.

설상가상 부상자마저 속출하고 있다. 수비 보강을 위하여 울산에서 임대 이적으로 데려온 윤영선은 2경기 연속 PK를 허용하는 등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고, 포항전에서는 전반 막판 호흡곤란과 심장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중 교체되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스마르는 이전에 부상당했던 종아리 부위에 또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부상 부위를 감안할 때 두 선수 모두 조기에 그라운드 복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 서울에 긍정적인 소식은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기성용의 복귀 가능성이다. 기성용은 최근 스페인 마요르카와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의 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최근 기성용과 서울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기도 했고, 서울 구단도 계약에 상당히 근접해있는 상태임을 인정한 바 있다.

기성용이 가세한다면 특유의 패싱력을 앞세워 중원 운용에 안정감을 줄 수 있고 공격수들에게 양질의 찬스를 제공하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는 오스마르의 공백을 대체할 수도 있고, 오스마르가 복귀하더라도 수비수로 돌릴 수 있는 등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화제성이 높은 기성용의 영입으로 인한 인기몰이와 마케팅 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다.
 
 기성용

기성용 ⓒ 연합뉴스

 
하지만 기성용이 가세한다고 해도 혼자 힘만으로는 서울의 상황을 반전시키에는 당장 역부족이다. 일단 기성용은 잉글랜드 뉴캐슬 시절부터 1년간 잔부상과 주전 경쟁-코로나 사태 등 여러 가지 악재로 실전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한 상태다. 올시즌 K리그에 복귀한 또다른 스타인 이청용만 해도 울산에서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로테이션으로 출장하고 있다. 기성용에게도 K리그 복귀에 대한 적응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서울의 더 시급한 문제는 오히려 공격진과 외국인 선수 영입이다. 아드리아노-조영욱-박주영 등으로 구성된 서울의 공격진은 리그 최약체 수준이다. 포항전에서 조영욱의 골 장면을 제외하면 서울 공격진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상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파괴력 있는 외국인 전방 공격수 영입이 절실하다. 올시즌 서울은 공-수에 걸쳐 외국인 선수 효과를 전혀 보지못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최근 익숙한 스리백을 포기하고 포백 전술을 시도하는 등 많은 변화를 단행하고 있지만 현재의 선수층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울에게는 남은 시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예년보다 경기수(38경기→27경기)도 줄어든 올 시즌 서울에게 남은 시즌 동안 상위권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선두 울산과는 벌써 승점 16점차이며, 3위 상주를 제외하고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포항과도 13점차다.

서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는 리그에서는 상위스플릿 진출 정도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우고, 모든 역량을 FA컵에 올인하는 전략이다. 서울의 FA컵 우승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서울은 현재 FA컵에서는 8강에 진출하여 우승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전북-울산 등 전원 K리그1 강호들만이 이변없이 8강까지 살아남으며 FA컵 타이틀도 어느 때보다 험난한 혈투가 예상된다. 그야말로 서울에게는 산넘어 산인 2020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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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기성용 최용수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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