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이슈중 하나가 바로 신임 감독들의 성적표였다. 프로 10개구단 중 무려 4개팀이 올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사령탑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유일한 외국인 감독인 맷 윌리엄스 기아 타이거즈 감독을 비롯하여,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중 메이저리그에서 감독 경력이 있는 윌리엄스 감독을 빼면, 국내파 3인은 모두 올시즌이 첫 정식 감독 데뷔무대인 '초보 사령탑'이기도 했다.

현재까의 판도를 놓고보면 대부분의 신임 감독들이 비교적 무난하게 연착륙하는 모양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은 선두 NC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으며, 윌리엄스 감독의 기아가 5위, 허삼영 감독의 삼성이 6위로 치열한 5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팀전력상 가장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던 데다 본인도 무명 선수-구단 프런트 출신이라는 이유로 은근히 저평가받던 허삼영 감독의 반전은 기대이상이라는 평가다. 허 감독은 초보 감독임에도 전력분석 전문가답게 데이터를 활용한 합리적인 용병술과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허문회 롯데 감독의 평가는 아쉽다. 시즌 초반 5연승 행진을 달리며 깜짝 선두에 오르는 등 출발이 좋았던 롯데지만 이후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하며 순위가 어느새 8위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해에만 끝내기 패배를 리그 최다인 7번이나 당하는 등 접전 상황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아쉽게 놓친 경우가 많다는 게 뼈아팠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허문회 감독의 지도력에 대하여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허문회 감독에 대한 불만은 유연성 부족에서 나온다. 허 감독의 사령탑 데뷔는 올해가 처음이지만 풍부한 코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언론을 통하여 드러내는 본인의 야구관에 대한 자신감도 확고하다. 하지만 팬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고집이나 독선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에서 1,2군간 선수 순환이 되지 않아 쓰는 선수만 계속 기용한다거나, 마무리 김원중의 경직된 활용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을 향한 비판은 사실 언론을 거치며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냉정히 말해 허 감독은 인터뷰 스킬이 그리 세련된 편은 아니다. 단지 초보 감독이라서보다는 허 감독의 직설적인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불필요한 논란이 되거나 자칫 본인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을 만한 대목은 최대한 애매모호하게 대처하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허 감독은 굳이 안해도 될 언행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시즌 초반인 '30경기 정도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켜보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방임야구'라는 비난을 받는가 하면 30경기 기준으로 허 감독의 용병술 변화에 대한 평가가 매경기 분석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8월 이후 대반격'을 언급했다가 일부 팬들 사이에서 "8월에 올라가려고 지금 추락 중이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최근에는 언론보도에 불만이 쌓였는지 부적절한 인터뷰 태도를 놓고 물의를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팀 운영 방향을 놓고 구단과의 갈등설까지 흘러나오며 본인이 강하게 이를 부정하는 일도 있었다.

어쩌면 이런 과정은 롯데 감독으로서의 통과의례 같은 측면도 있다. 롯데는 성적과 별개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중 하나다. 롯데같이 팬덤이 거대하고 탄탄한 구단의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것과 동시에, 조금이라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와 비난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래서인지 롯데는 프로야구 역사상 감독교체가 가장 많았던 구단이기도 하다. 38년 역사에서 역대 감독들의 평균 임기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역대 롯데 감독치고 팬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무사히 걸어나간 감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 김명성 감독처럼 시즌중에 불행하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인물은 예외로 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감독들이 안으로는 프런트와 수뇌부의 성적 압박, 밖으로는 팬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은 감독은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자 재임 기간 내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며 롯데의 중흥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정도다.

로이스터의 후임이었던 양승호 감독은 초기만 해도 전임자가 남겨놓은 그늘이 워낙 짙었던 데다 성적부진으로 롯데 팬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후반기에 반전에 성공하며 로이스터 감독 시절을 포함하여 롯데 야구에 사상 첫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황금기를 선사하기도 했다. 로이스터와 양승호 감독의 공통점은, 당장의 성적이나 주변의 평가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자신만의 야구철학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선수들과도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소통하며 활기차고 신바람나는 롯데만의 분위기를 구축했다.

허문회 감독은 3년 계약에서 겨우 첫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면 싫든 좋든 그 감독이 자신의 야구색깔을 후회없이 펼쳐보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

원년 이래 가장 많은 감독 교체를 단행했음에도 성공보다 실패사례가 많았던 롯데 야구가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허문회 감독이 롯데 감독 잔혹사의 또다른 한 페이지를 추가하는 인물로 남을지, 아니면 제2의 로이스터처럼 중흥기를 열었던 인물로 기억될지는 앞으로의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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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감독 제리로이스터 양승호 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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