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터커가 8회 말 1사 1, 2루에서 스리런홈런을 날리고 홈인하며 최형우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터커가 8회 말 1사 1, 2루에서 스리런홈런을 날리고 홈인하며 최형우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KIA가 토요일의 대패를 일요일의 대승으로 되갚으며 시리즈 스윕(3연패)을 막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12-3으로 대승을 거뒀다. 금요일 경기에서 0-5, 토요일 경기에서 2-14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KIA는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한 일요일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며 가벼운 마음으로 대전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2승4패).

KIA는 선발 양현종이 6이닝 동안 홈런2방을 맞았지만 4피안타1볼넷3탈삼진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2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타선에서는 대량득점을 올렸음에도 3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한 김선빈과 2안타 2타점 2득점의 최원준, 그리고 외국인 선수 프레스턴 터커를 제외하면 크게 활약한 선수가 없다. 터커는 이날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무려 5안타 6타점 2득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KIA의 완승을 이끌었다.

브렛 필-버나디나, KIA의 화려했던 외국인 타자 역사

각 구단이 외국인 야수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2014년 이후 KBO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타자는 단연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다. 하지만 테임즈를 보유했던 NC다이노스조차 2018년 자비어 스크럭스가 타율 .25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작년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타율 .246 8홈런29타점)와 제이크 스몰린스키(타율 .229 9홈런42타점)라는 '흑역사'에 가까운 시절도 있었다.

반면에 외국인 투수에 있어서는 명암이 있었던 KIA는 외국인 타자 만큼은 거의 실패를 몰랐다. KIA가 외국인 야수 영입이 가능했던 2014년 처음으로 데려 온 선수는 바로 내야수 브렛 필(털사 트릴러스 타격코치)이었다. 필은 KIA 유니폼을 입고 3년 동안 367경기에 출전해 타율 .316 61홈런 253타점 216득점 34도루를 기록했다. 장타력이 다소 아쉽다는 이유로 퇴출된 2016년의 타율이 무려 .313였을 만큼 필은 매우 우수한 외국인 타자였다.

KIA가 검증된 외국인 타자 필을 포기하고 영입한 선수는 바로 빅리그 7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였다. 빅리그에서 통산 548경기에 출전해 28홈런 121타점 59도루를 기록했던 버나디나는 2017년 KIA에서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20 27홈런 111타점 118득점 32도루를 기록하며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버나디나는 2018년에도 타율 .310 20홈런 70타점 106득점 32도루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KIA는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와 떨어지는 장타력을 고려해 '재계약 포기'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필과 3년, 버나디나와 2년 동안 함께 했던 KIA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외국인 타자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를 봐도 KIA처럼 외국인 타자의 복을 넘치게 받은 팀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버나디나를 보낸 KIA는 작년 시즌 제레미 해즐베이커라는 엄청난 지뢰(?)를 밟고 말았다. 해즐베이커는 '버나디나의 젊은 버전'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11경기에서 타율 .146 2홈런 5타점이라는 끔찍한 숫자를 남기고 팀을 떠났다. 그래도 KIA는 해즐베이커를 일찌감치 퇴출하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일찍 인정했다. 그리고 KIA는 작년 5월 해즐베이커라는 악몽을 잊게 만들어준 또 한 명의 '복덩이' 터커를 데려 왔다.

벌크업 후 장타력 급상승하며 올 시즌 거포로 변신

터커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빅리그에서 3팀을 거치며 243경기에서 타율 .222 23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도 코너 외야수로는 크게 돋보이지 않는 .281였다. 터커는 해즐베이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급하게 데려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기록도 썩 내세울 게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터커가 KIA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자리 잡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터커는 작년 시즌 우익수와 좌익수를 두루 오가면서 95경기에서 타율 .311 9홈런 50타점 50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버나디나 만큼 뛰어난 장타력이나 폭발적인 주루능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정확한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으로 테이블 세터부터 중심타선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외국인 선수였다. KIA는 작년 12얼 터커와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터커는 지난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한층 커진 몸집으로 나타나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작년 9홈런에 그친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몸을 키우는 소위 '벌크업'을 단행한 것이다. 물론 작년 팀 홈런 최하위(76개)였던 KIA에서 외국인 선수가 많은 장타를 때려 준다면 이보다 반가운 일은 없다. 하지만 갑작스런 벌크업은 장타 향상은커녕 자칫 가지고 있던 장점마저 잃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터커는 6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476 3홈런 11타점으로 타율 2위, 홈런 공동1위, 타점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KIA의 국내 타자들 중 5타점을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터커가 얼마나 압도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터커는 10일 삼성전에서도 3회와 4회 백정현으로부터 각각 2점과 3점짜리 홈런을 터트리는 등 하루 동안 5안타 2홈런 6타점 2득점을 쓸어 담았다.

KIA는 올 시즌 팀 득점 부문에서 8위(26점), 팀 평균자책점에서 7위(6.58)에 머물러 있다. 아직 윌리엄스 감독이 시즌 전에 구상했던 주요 전력이 공수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선수들이 투타에서 조금만 더 분발해 준다면 KIA가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KIA에는 시즌 초반 리그 최고의 거포이자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터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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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프레스턴 터커 벌크업 연타석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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