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 개막과 노장 이동국의 결승골 세리머니가 전 세계 축구팬들에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 스포츠가 우리 일상에 주는 직지만 큰 위안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잘 보여준 장면이다.

K리그는 지난 8일 전북과 수원의 무관중 경기로 개막을 알렸다. 지난 5일 개막한 프로야구 KBO리그에 이어 두 번째 프로스포츠 리그 재개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두 달 이상 늦은 출발이었지만 프로 스포츠의 중심지인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아직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해외 방송과 언론사 등에서 앞다투어 중계권을 획득하거나 심층 취재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팬들도 SNS와 인터넷을 통하여 한국 리그의 경기들을 즐기는 등, 'K-스포츠'에 대한 주목도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프로야구가 개막 이후 한국 타자들 특유의 '배트플립(방망이 던지기)' 세리머니 문화가 큰 이슈가 되었다면, 프로축구 개막전에서는 이동국의 '덕분에 세리머니'가 큰 화제를 일으켰다.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8일 전주에서 열린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후반 38분 터진 이동국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축구에서는 보통 골을 넣고 난 후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친다. 골을 넣은 선수가 큰 소리로 포효한다거나,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의 세리머니는 달랐다. 2020시즌 축구계 '1호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된 이동국은 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왼손 위로 오른손 엄지를 드는 자세를 취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의미가 담긴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였다.

이동국의 세리머니는 신체접촉이나 격렬한 세리머니를 자제하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지침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신 코로나 사태로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응원, 오랫동안 리그 재개를 묵묵히 기다리며 성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표현했다. '우리 사회 각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축구도 가능하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세리머니였다.

해외 언론도 이 세리머니에 주목하여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이동국의 골은 코로나19 시대의 첫 골이자 첫 세리머니"라고 정의하며 "어느 누구와도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았고, 포옹하지도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킨 세리머니였다"고 평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주요 매체들도 K리그 개막 소식과 결과를 보도하며 이동국의 골세리머니와 그 의미까지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사실상 전세계가 지켜본 K리그 개막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인상을 남긴 순간이었다.

결승골과 세리머니의 주체가 하필 다름 아닌 '이동국'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이동국은 자타공인 현재 K리그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이자 잉글랜드-독일 무대에서 활동했던 경력 때문에 유럽 등 해외 팬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다.

물론 잉글랜드 미들즈브러나 독일 베르더 브레멘 시절 등 유럽 경력은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동국은 그런 실패마저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재기의 아이콘이다. 경기를 지켜본 몇몇 해외 팬들은 이동국이 잉글랜드에서 뛰던 시절의 자료와 유니폼 등을 SNS에 올리며 잠시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K리그 개막과 이동국의 활약은 여전히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고 있는 전세계에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많은 이들이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프로 스포츠까지 재개할 수 있었던 사회-문화적 원동력을 분석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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