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각 구단들은 전 시즌의 활약과 다음 시즌의 기대치 그리고 선수의 커리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봉 협상을 벌인다. 하지만 그 선수의 세 시즌 연봉이 반드시 그 해 활약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이대호가 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연봉(25억 원)을 받지만 작년 시즌 이대호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팀 내 4위(1.79, 이하 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했다.

kt 위즈 역시 마찬가지. kt는 160만 달러(약 19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타율 7위(.322), 타점 공동 2위(104개)에 오르며 팀 내에서 가장 높은 5.49의 WAR을 기록했다. 이어 프로 입단 2년 만에 타율 5위(.336)에 오르며 엘리트 타자의 반열에 빠르게 진입한 '천재' 강백호가 줄어든 홈런수에도 4.74의 WAR로 뒤를 이었다.

반면에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12억 원)을 받는 황재균은 작년 타율 .283 20홈런67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WAR 순위에서 3위(4.05)에 머물렀다. 황재균은 kt 이적 후 공수에서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황재균은 올해도 팀 내 토종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을 예정이고 kt가 올 시즌 창단 첫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난 2년보다 더 좋은 활약이 필요하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초 1사 주자 2루 때 kt 장성우의 좌익수 뜬공에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초 1사 주자 2루 때 kt 장성우의 좌익수 뜬공에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실패, 창단 최고액 기록 쓰며 kt 이적 

해외진출을 노리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황재균 역시 FA를 앞둔 2016 시즌 롯데의 부진한 성적(8위)과는 별개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6년 127경기에 출전한 황재균은 타율 .335 27홈런113타점97득점25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그 해 리그에서 .330 이상의 타율과 25개 이상의 홈런, 도루, 110개 이상의 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오직 황재균 뿐이었다.

FA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은 6월 말 빅리그에 올라가 6월 29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데뷔전에서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해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3루수 에두아르드 누네즈(뉴욕 메츠)가 부상으로 76경기 출전에 그쳐 '경험 많은 루키' 황재균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빅리그의 벽은 황재균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황재균은 데뷔전을 끝으로 17경기에서 단 하나의 홈런도 추가하지 못한 채 15개의 삼진을 당했고 18경기에서 타율 .154 1홈런5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8월 초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결국 황재균은 2017년 9월 1일 지명할당 조치를 받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방출됐고 1년 만에 미국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선수'였지만 KBO리그에서 황재균은 여전히 공수주에 모두 능한 거물급 3루수였다. 황재균은 원소속구단 롯데를 비롯해 3루 보강이 필요했던 LG 트윈스 등으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황재균의 마음을 사로잡은 팀은 kt였다. kt는 2017년 11월 총액 88억 원(계약금 44억+4년 연봉총액 44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거물 3루수 황재균과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황재균의 88억 원 계약은 2015년 11월 유한준의 4년 60억 원 계약은 물론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kt의 창단 최대 규모 FA계약이었다. 황재균은 당연히 kt의 중심타자로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kt는 2018년 시즌 외국인 선수 멜 로하스 주니어와 슈퍼루키 강백호 등의 활약에 힘입어 팀 홈런 2위(206개)를 기록했지만 팀 순위는 고작 한 계단 상승한 9위에 머물렀다. 창단 첫 탈꼴찌에 만족하기엔 아쉬운 성적이었다.

이적 후 2% 부족했던 2년, 올해는 스피드로 승부

황재균은 kt에서의 첫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 25홈런88타점76득점14도루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여전히 뛰어난 체력과 꾸준한 활약을 통해 kt의 핫코너를 안정적으로 지켰지만 10억 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는 선수라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일부 야구팬들은 애초에 특급 선수로 평가 받기엔 다소 부족한 커리어를 가진 황재균에게 kt가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kt에 새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황재균을 1번 유격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황재균은 개막 2연전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유격수 황재균 카드'는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 3루수로 돌아온 후에도 황재균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 후 16경기에서 타율 .188 4홈런6타점에 그친 것. 당시의 황재균은 마치 무턱대고 장타만 노리는 전형적인 '공갈포' 같았다.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출발한 황재균은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6월부터 타격감을 끌어 올리기 시작해 타율 .283 20홈런67타점78득점10도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공인구 변화로 인해 대부분 타자들의 성적이 하락했음을 고려하면 황재균의 성적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하위타선에 배치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황재균은 작년 6번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한 '벌크업'을 시도했던 황재균은 스피드와 민첩성을 회복하기 위해 겨우내 7kg을 감량했다. 롯데 이적 초기의 날렵한 몸놀림과 스피드를 되찾기 위함이었다. 11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 중인 황재균은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황재균이 올 시즌 심우준, 김민혁과 함께 '뛰는 야구'를 선보인다면 kt에게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롯데 시절 4년 연속 전 경기 출전 경력이 있을 정도로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황재균은 작년 시즌 오르손 중지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17경기에 결장한 바 있다. kt의 3루엔 오태곤, 강민국 같은 백업 멤버들이 있지만 황재균은 여전히 kt 라인업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핵심 선수다. 체중감량을 통한 스피드 향상을 노리는 황재균은 더욱 건강하고 알찬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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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황재균 8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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