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한 달 동안 이어졌던 7연패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9, 25-19, 22-25, 20-25, 15-11)로 승리했다. 에이스 이재영의 부상 이탈 후 7연패를 당했던 흥국생명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연패에서 탈출하면서 승점 39점으로 4위 KGC인삼공사(34점)와의 차이를 5점으로 벌렸다(11승13패).

흥국생명은 부상 복귀전을 가진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27득점을 책임지며 공격을 주도했고 김미연이 11득점, 이주아가 1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자리에 이한비를 비롯한 여러 선수들을 투입하고 있는데 최근 박미희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선수는 바로 2라운드 출신 루키 박현주다. 박현주는 도로공사전에서도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14득점을 기록하며 신인왕 경쟁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위에 있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1라운드 출신 후보들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이다현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출전 시간이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이다현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출전 시간이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선명여고 시절 190cm의 큰 신장을 앞세워 '리틀 김연경'으로 불린 정호영은 인삼공사의 1순위 지명을 받고 엄청난 기대를 모으며 프로에 입단했다. 하지만 신인왕과 MVP를 휩쓸며 리그를 완전히 지배했던 김연경(엑자시바시)의 루키 시즌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아직 자신의 포지션도 찾지 못한 정호영이 프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호영이 주춤하는 사이 먼저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바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중앙공격수 이다현이었다. 이다현은 현대건설에 양효진과 정지윤, 정시영 등 중앙 공격수 자원이 풍부함에도 고교무대에서 가장 완성된 미들블로커라는 평가 속에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그리고 이다현은 쟁쟁한 언니들의 지원 속에 22경기에서 24개의 블로킹과 40.7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신인왕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즌 초반 컨디션이 들쭉날쭉하며 이다현에게 많은 기회를 내줬던 정지윤이 다시 특유의 강한 공격력을 되찾으며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의 컨디션 회복은 이다현의 신인왕 경쟁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성적이라면 아무래도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세트에 출전하는 선수가 신인왕에 선정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대구여고를 이끌었던 에이스 권민지(GS칼텍스 KIXX)는 윙스파이커로 활약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김유리의 부상 때 중앙 공격수로 출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재능과 넘치는 패기는 권민지의 최대 장점이지만 시즌 중반 이후 트레이드로 합류한 2년 차 문지윤의 출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강릉여고 출신의 세터 이현도 아직 이고은과 안혜진의 벽을 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181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남성여고의 안예림 세터를 지명한 도로공사는 이효희 세터의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이원정과 안예림 체제로 세터진을 이끌어 가려 한다. 하지만 안예림은 아직 5경기에 출전해 33번 세트를 시도한 게 전부일 정도로 경기 출전 경험이 턱 없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남은 시즌 동안 신인왕을 노릴 정도로 많은 기회를 얻긴 힘들다는 뜻이다.

신인 선수 최다출전-최다득점에 빛나는 신인왕 다크호스
 
 박현주는 V리그 출범 후 여자부에서 한 번도 없었던 첫 2라운드 출신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다.

박현주는 V리그 출범 후 여자부에서 한 번도 없었던 첫 2라운드 출신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이다현과 함께 중앙여고를 이끌었던 박현주는 작년 9월에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전체 7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사실 V리그 역사를 돌아봐도 성공사례가 황연주(현대건설)와 문정원(도로공사)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왼손잡이 공격수는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는 포지션으로 꼽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박현주의 전체 7순위 지명은 꽤나 높은 순번의 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인 만큼 부상 선수가 없다면 2라운드 출신 신인 선수가 경기에 나설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박현주는 좀처럼 범실을 저지르지 않는 강하면서도 정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며 '원포인트 서버'로 제법 많은 기회를 얻었다. 시즌 초반부터 이다현과 함께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신인 선수는 단연 박현주였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가 맹장 수술을 받고 결장한 사이 공격수로 출전해 의외로 날카로운 공격력을 뽐낸 박현주는 이재영이 무릎부상으로 이탈한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고 있다.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72세트 동안 활약하며 97득점을 올리고 있는 박현주는 22경기 67세트 70득점의 이다현, 16경기 44세트 58득점의 권민지를 제치고 신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흥국생명이 7연패를 탈출했던 16일 도로공사전에서도 박현주의 활약은 매우 돋보였다. 박현주는 4세트 중반부터 이한비와 교체됐지만 교체될 때까지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32.43%의 공격성공률로 14득점을 올렸다. 조송화 세터는 도로공사 수비가 루시아와 김미연에게 공격이 집중될 때마다 박현주에게 공을 올렸고 박현주는 신인다운 패기를 앞세운 공격으로 꾸준히 득점을 적립했다.

사실 박현주는 이재영이 부상에서 돌아와 흥국생명이 '완전체 전력'을 구축한다면 벤치로 물러나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재영의 복귀시점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박현주는 한 동안 출전 시간을 보장 받을 전망이다. 그리고 박현주가 꾸준한 출전으로 흥국생명의 봄 배구 진출을 이끈다면 여자부 역대 최초로 2라운드 출신 신인왕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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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박현주 신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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