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충연이 총 150경기의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며 사실상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1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최충연에게 50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300만원, 봉사활동 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소속팀인 삼성 구단도 KBO의 징계가 결정된 이후 곧바로 100경기 출전정지 및 제재금 600만 원의 자체징계를 발표했다. 이로서 최충연은 2020시즌 페넌트레이스(144경기)는 물론 2021시즌 초반 6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된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충연의 징계 수위는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지 오래였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데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이은 사건사고에 대한 야구 팬들의 실망감도 크게 누적된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물의를 일으킨 최충연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설픈 관용보다는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야구계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충연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는 과연 적절한 것일까.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를수 있지만 일단 전례를 감안할 때 최충연에게 내려진 처벌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사실상 1년을 출전정지로 날리게 된 것은 꽤 치명적이다. 그동안 유명 프로선수들의 일탈에 야구계가 온정주의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하는 여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도 의미가 있다. 역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 정형식과 LG 윤대영, SK 강승호 등은 모두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고 삼성 박한이는 은퇴했다.

최충연의 징계는 최근 시민 폭행 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LG 트윈스 배재준과도 비교되고 있다. 공통점은 KBO리그에서 공식적으로 내린 징계보다도 구단 자체 징계가 훨씬 강하다는 점이다. 배재준은 피해자와는 합의했으나 KBO는 폭력행위를 저지른 자체만으로 프로야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평가하며 40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으며, LG 구단은 배재준에 '무기한 선수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구단의 결정 하에 언제든 해제할수 있는 징계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최충연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전력 구상에서는 배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징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음주운전, 폭행 등 엄중한 사안에 대해서는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임의 탈퇴를 통해 야구계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 최충연

삼성 최충연 ⓒ 연합뉴스

 
현실적으로 최충연은 퇴출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구단이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같은 음주운전이라도 경중의 차이다. 정형식과 강승호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낸 뒤 이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숨기려고 했다가 뒤늦게 밝혀지며 괘씸죄가 추가된 측면이 있다. 반면 최충연은 음주운전이 적발되기는 했지만 이후 바로 구단에 자진 신고를 했다. 일부 팬들은 삼성이 기대하는 유망주 투수라서 비슷한 사례로 적발된 다른 선수들보다 최충연의 징계 수위를 다소 낮춘 게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음주운전이나 폭행같은 범죄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여론이고, 팬들이 더 엄격하고 체계적인 '기준'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KBO 상벌위원회의 규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빚는 행위들에 대하여, KBO과 각 구단들이 시대 흐름을 반영할수 있는 분명한 규정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다.

KBO는 음주운전이나 폭행 행위에 대하여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나름의 징계 기준을 가지고 있다. 최충연처럼 음주운전이 단순 적발된 경우 50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500만 원, 봉사활동 80시간의 징계가 내려진다. 하지만 인명 사고같은 큰 문제가 발생했을때도 120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1000만 원 , 봉사활동 240시간이 고작이다. 가중 처벌은 있지만 3회 이상 발생 시에야 3년 이상 유기 실격 처분이 내려진다. 팬들 사이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각 구단에도 이런 사안에 대하여 자체적인 징계 기준은 있지만 KBO처럼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결국 KBO가 내린 징계 수위나 과거의 선례를 기준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달라진 시대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KBO의 처벌 자체가 약하다보니, 각 구단 입장에서는 KBO보다 자체 징계를 조금만 더 강하게 해도 중징계를 내린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준도 없이 여론 재판에 끌려가다 보면 스타급 선수에게는 관대하고, 유명하지 않은 선수만 본보기로 중징계를 받는 '고무줄 잣대'가 나올 수도 있다.

KBO와 각 구단은 이 기회에 관련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에게는 사회적 일탈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선수의 지명도나 팀 내 위상에 따라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도 확고한 기준에 따른 사후 대처가 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더이상 '술김에' '욱하는 심정에' 같은 핑계도, 일단 사고를 치고난 이후에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야구만 잘하면 용서해주겠지'같은 생각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름이 알려진 스포츠 선수로서 징계는 둘째치고 자신이 한 순간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대중들 사이에 영원히 회자되는 '주홍글씨'로 남을 수 있다는 게 더 무서운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차라리 공식적인 징계는 시작과 끝이라도 있지만, 팬들의 여론재판에는 공소시효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 기회에 더 이상 야구계에서 폭행이나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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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연징계 배재준 KBO리그품위손상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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