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는 가져왔지만 하마터면 승점 2점을 허공에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서기까지 더 긴박한 고비가 그들의 앞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전 2골로 비교적 느긋하게 후반전을 뛸 수 있었지만 추가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곱씹어야 한다. 8강과 4강 게임을 치르면서도 절호의 추가골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12일(한국 시각) 오후 7시 15분 태국 송클라에 있는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남자 챔피언십 C조 이란과의 두 번째 게임에서 2-1로 이겨 남아있는 우즈베키스탄과의 게임 결과와 상관 없이 8강 진출 티켓을 가장 먼저 거머쥐었다.

2부리거였던 그들, 해결사로 승리 합작

중국과의 첫 게임과 달리 한국은 7명의 새로운 스타팅 멤버를 내보냈다. 그 중심에 골잡이 조규성이 있었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원두재가 게임 내내 듬직한 살림꾼 역할을 해낸 덕분에 우리가 목표한 뜻을 이룰 수 있었다.

극장골로 중국을 주저앉힌 이동준은 이 게임에 스타팅 멤버로 나와서 22분에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가장 좋은 컨디션을 확인시켜 주었다. 가운데 미드필더 맹성웅이 재치있는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을 때 이동준이 오른쪽 측면에서 달려들어 이란 골키퍼 압바시가 멀리 쳐내지 못한 공을 오른발로 밀어넣은 것이다. 

그로부터 13분 뒤에는 골잡이 조규성이 자신의 이름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추가골이자 8강 확정 결승골을 터뜨렸다. 맹성웅이 기습적으로 찔러준 공을 잡아서 180도 방향을 바꾼 조규성은 바로 앞에서 막아서는 이란 센터백 아레프 아가시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왼발 중거리슛을 이란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은 것이다.

전반전 시간이 10분 이상 남아있었지만 2골을 먼저 달아난 우리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 있는 게임 운영을 펼치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 두 골을 넣은 선수들이 2019년까지 2부리그(K리그 2) 소속 선수들이었다는 점이 묘한 공통점이었다. 

이동준은 부산 아이파크를 2020년부터 다시 1부리그에 올려놓은 날개 공격수이고, 조규성은 비록 승격 팀의 골잡이는 아니었지만 FC 안양에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2020년부터는 K리그 1 챔피언 팀 전북 현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인물이다.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더이상 물러설 곳 없게 된 이란의 하미드 에스틸리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가운데 미드필더 모헤비를 빼고 왼발잡이 측면 미드필더 쇼자에이를 들여보내는 특단의 조치로 한국의 측면을 흔들기 시작했다.

후반전 초반에 이란의 따라붙기 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데흐가니가 오른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공격형 미드필더 레자 셰카리가 한국 골문 바로 앞에서 헤더로 꽂아넣은 것이다. 세트 피스 수비에 가담한 공격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셰카리의 마크맨이었지만 끝까지 그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게임 흐름이 이렇게 변하자 그야말로 1골 싸움으로 변했다. 전반전에 먼저 2골을 달아날 때까지만 해도 더 많은 골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망상일 뿐이었다.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수비 라인을 과감하게 밀고 올라오는 이란을 상대로 효율적인 역습 전술을 펼치지 못한 것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점 3점을 불안하게 지키게 된 원인이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원두재가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원두재가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85분에 이동준 특유의 빠른 역습 드리블 기회가 찾아왔고 이란 수비수들은 이동준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동준은 자신의 드리블 속도만 믿고 무리하게 솔로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차단당했다. 반 박자 빠르게 측면으로 열어주는 패스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발표되고도 우리 선수들은 교체로 들어온 미드필더 김진규의 역습 드리블 기회가 이동준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게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김진규가 무리한 드리블 욕심만 부렸다. 중국과의 첫 게임 흐름을 뒤집은 패스 타이밍과 정확도를 바로 이 순간에도 발휘했다면 이번 대회 어느 팀도 넘보기 힘든 강팀 이미지가 새겨질 수 있는 쐐기골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김진규의 무리한 역습 드리블이 이란 수비에 막히고 곧바로 반대쪽 골문 앞으로 이란의 동점골 기회가 이어졌다. 이란 교체 선수 쇼자에이가 날카로운 왼발 유효 슛을 날린 것이다. 이에 우리 골키퍼 송범근이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기다리다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다. 이 슈퍼 세이브가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 선수들은 다 잡은 승점 3점을 허공에 날리는 것이었기에 그 직전까지 만들어낸 추가골, 쐐기골 기회의 가치가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을 아찔하게 느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5일(수) 오후 7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8강에 올라가는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는 8강에 올라 D조 1, 2위 중 한 팀과 엇갈려 만나기 때문에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이나 아랍에미리트, 요르단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2020 AFC U-23 챔피언십 C조 결과(12일 오후 7시 15분, 틴술라논 스타디움-송클라)

O 한국 2-1 이란 [득점 : 이동준(22분,도움-맹성웅), 조규성(35분,도움-멩성웅) / 레자 셰카리(54분,도움-데흐가니)]

O 한국 선수들
FW : 조규성
AMF : 정우영(61분↔김진규), 정승원(61분↔김대원), 이동준(90+3분↔오세훈)
DMF : 원두재, 맹성웅
DF : 김진야, 이상민, 정태욱, 이유현
GK : 송범근

C조 현재 순위
1위 한국 6점 2승 3득점 1실점 +2 ★ 8강 진출 확정!
2위 우즈베키스탄 1점 1무 1득점 1실점 0
3위 이란 1점 1무 1패 2득점 3실점 -1
4위 중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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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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