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은 2019 K리그1 정규리그가 끝을 맺는 날이었다. 이날 포항 축구 전용구장 '스틸야드'에서는 아슬아슬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울산 현대와 파이널 A(전 상위 스플릿) 진출을 노리는 포항 스틸러스가 맞붙었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세 번째이자, 통산 163번째 동해안 더비였다.

이날 경기장엔 해병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2000여 명의 해병이 스틸야드에 모였다. 자랑인 '해병대 응원'이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경기장을 울렸다. 포항 선수들 역시 해병대의 상징인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러 눈길을 끌었다.
 
 해병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해병대원들

해병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해병대원들 ⓒ SPOTV 중계 화면 캡쳐

 
경기는 전반부터 치열했다. 양 팀 시작부터 모두 공격적으로 나서며 계속 부딪혔다. 기회를 잡을 때마다 과감하게 슈팅을 날렸다. 울산은 팀의 자랑인 '불윤 라인(불투이스-윤영선)'과 국가대표 수문장 김승규가 지키는 수비진이 뒤를 받쳤다. 믹스와 김보경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빌드업을 이어 나갔다.

포항은 주포 일류첸코가 경고 누적으로 빠졌지만, 송민규를 제로톱으로 세우는 변칙 포메이션과 측면의 완델손, 심동운으로 속도감 있는 공격을 전개했다. 중원에는 포항의 자랑인 이수빈, 최영준, 그리고 울산 현대 출신인 정재용이 단단하게 버텼다. 전반 양 팀은 무수히 많은 슈팅을 날리고도 큰 소득 없이 0-0으로 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울산은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이는 머지않아 골로 이어졌다. 후반 5분 주니오의 슈팅이 강현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노 마크 상태였던 김태환이 이를 그대로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이 골로 울산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절대 물러설 수 없었던 포항은 곧바로 공격수 허용준과 이광혁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스피드가 좋은 두 선수의 투입으로 포항은 더욱더 빠르고 강력하게 울산 수비진을 공략했다. 수문장 김승규가 여러 차례 엄청난 선방을 보여주며 울산은 아슬아슬한 리드를 유지했다.

결국 울산도 리드를 굳히기 위해 스피드가 좋은 황일수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마지막 교체카드로 창의적인 팔로세비치까지 투입한 포항은 끝내 결실을 보았다. 후반 41분 팔로세비치의 패스를 완델손이 받아 슈팅하려는 시점에 김창수가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얻게 된 것이었다. 팔로세비치가 이를 성공시키며 정규시간 종료 4분을 남기고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울산은 경기 막판 공격수 주민규를 투입하며 승리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고, 스틸야드는 더욱 불타올랐다.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려던 찰나, 이광혁이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울산 골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스틸야드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고, 경기는 포항의 2-1 승리로 종료되었다. 이 승리를 통해 포항 스틸러스는 다른 팀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파이널A행을 확정 지었다. 반면 선두를 뺏길 위험에 처한 울산은 2위 전북 현대가 인천 유나이티드와 비기면서 승점 1점 차 아슬아슬한 선두를 유지하게 되었다.
 
 역전 골의 주인공 포항 이광혁

역전 골의 주인공 포항 이광혁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동해안 더비는 지난 2013년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우승을 놓고 다툰 시즌 최종전에 필적할 만큼 대혈투가 펼쳐졌다. 양 팀은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로 경기 내내 강한 공격 축구를 펼쳤고, 필요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태클과 몸싸움을 선보이며 전혀 지루하지 않은 '꿀잼' 경기를 선사했다.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는 본인들이 K리그 최고의 명문 팀들임을 스스로 입증해내었다. 또한 이날 경기는 왜 동해안 더비가 FIFA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할 만큼 유서 깊고 볼거리 넘치는 K리그 최고의 더비전인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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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임상현
포항 스틸러스 K리그1 이광혁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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