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을 지배했던 '막내형' 이강인의 전설이 리그에서도 시작됐다.

발렌시아CF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주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19-2020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6라운드 헤타페CF와의 홈경기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강인은 자신의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발렌시아가 기록한 3골에 모두 관여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고 경기는 양 팀이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라 리가 데뷔골을 넣은 이강인은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멀티골을 넣은 막시 고메스(8.1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7.3점의 평점을 받았다. 한편 이날 이강인과 나란히 선발 데뷔전을 치른 '일본의 희망' 쿠보 다케후사(마요르카)는 팀이 0-2로 패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첫 선발 출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데뷔골까지 기록한 '막내형'

이강인은 지난 6월 한국의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U-20 월드컵에서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이강인은 골든볼 수상으로 세계 최정상급 유망주임을 확인했지만 연령별 대표팀에서 최고로 인정 받은 것이 발렌시아 1군에서의 출전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라 리가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출전시간 확보를 위해 이강인을 임대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끝까지 지켰고 이강인과 함께 2019-2020 시즌을 맞았다. 이강인은 5라운드까지 리그3경기와 챔피언스리그 1경기에 교체출전했다. 물론 지난 시즌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의 기록을 깨고 한국인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교체 출전만으로는 이강인의 진가를 드러내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던 26일 헤타페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이강인은 드디어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며 기회를 얻었고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왼쪽 측면에서 꾸준히 기회를 엿보던 이강인은 팀이 0-1로 뒤진 전반29분 문전을 향해 얼리크로스를 한 공이 헤타페 수비의 머리에 맞고 고메스의 그림 같은 바이시클킥으로 연결되며 헤타페의 골문을 흔들었다. 사실상 이강인에게 어시스트를 줘도 무방한 득점 장면이었다.

이강인은 전반 34분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다니 파레호에게 연결한 공이 파레호의 크로스를 거쳐 고메스의 헤더골로 연결되면서 역전골에도 관여했다. 자신의 위치인 왼쪽 측면만 고집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기회를 노린 것이 역전골로 연결됐다. 그리고 전반 39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강인의 라 리가 데뷔골이 터졌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로드리고 모레노의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방향을 바꾸며 헤타페의 골문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뛰어난 위치선정과 침착한 마무리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비록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왼발은 아니었지만 이강인은 확실한 골 기회에서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았다. 이강인은 후반28분 곤살루 게드스와 교체되며 만점 짜리 활약을 펼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발렌시아는 전반 3-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헤타페에게 2골을 허용하면서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헤타페전을 통해 이강인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발굴하는 수확을 얻었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무대인 라 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은 그동안 큰 정신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이른 시점에 터진 리그 데뷔골로 인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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