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연경'으로 불리던 정호영이 최하위 인삼공사의 품에 안겼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4일 서울 홍은동의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해 선명여고의 윙스파이커 정호영을 지명했다. 올해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35명의 고교 졸업 예정자들 중 수련선수 2명을 포함해 17명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취업률은 48.6%로 아쉽게 50%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2순위 지명권으로 박은진을 선택했던 인삼공사는 올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내면서 정호영을 얻었다. 이로써 인삼공사는 2018년 선명여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2, 3학년 에이스를 모두 품었다. 반면에 1순위 당첨 확률이 20%였던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9%의 GS칼텍스 KIXX는 물론, 4% 확률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도 밀리며 전체 5순위 지명권에 그치는 불운을 겪었다.

'초대형 유망주' 정호영 품은 인삼공사와 높이 보강한 현대건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2020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KGC인삼공사에 1순위 지명된 정호영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9.4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2020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KGC인삼공사에 1순위 지명된 정호영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9.4 ⓒ 연합뉴스

 
작년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근래 보기 드문 풍년이었다.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지명된 이주아와 2순위 박은진(인삼공사)은 시즌 중반부터 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했고 이주아는 루키 시즌부터 우승반지를 얻었다. 그리고 4순위 정지윤(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은 29경기에서 210득점을 올리며 이주아와 박은진을 제치고 생애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도 작년 못지 않게 좋은 유망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특히 선명여고의 정호영은 광주체중 시절부터 190cm에 육박하는 신장으로 '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의 뒤를 이을 인재로 주목 받았다. 물론 고교 졸업반 당시 이미 완성된 기량을 갖추고 있던 김연경에 비하면 고교 시절 성장 속도가 다소 아쉽지만 정호영이 갖춘 큰 신장(190cm)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격력은 여전히 모든 구단이 탐낼 만한 최고의 재능이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인삼공사의 선택은 이변 없이 '포스트 김연경'으로 불리는 선명여고의 정호영이었다. 아직 프로무대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평가 받고 있지만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에서 정호영을 능가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인삼공사는 염혜선 세터를 영입하기 위해 주전 센터 한수지를 GS칼텍스로 보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신장이 좋은 정호영을 중앙공격수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윙스파이커 혹은 세터 지명이 예상됐던 현대건설의 이도희 감독은 의외로 중앙여고의 센터 이다현을 호명했다. 현대건설은 V리그 최고의 센터로 꼽히는 '거요미' 양효진과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을 거느리고 있지만 정지윤은 센터로서 신장(180cm)이 크지 않아 높이에서 약점이 있다. 따라서 이다현을 센터로 활용하고 공격력이 좋은 정지윤이 순조롭게 윙스파이커로 변신한다면 더 나은 포지션의 균형을 기대할 수 있다.

표승주(기업은행)가 떠나면서 윙스파이커 자원이 약해진 GS칼텍스는 대구여고의 왼쪽 공격수 권민지를 선택했다. 180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권민지는 공격력뿐 아니라 서브리시브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기본기가 탄탄한 윙스파이커로 꼽힌다. 이미 이소영과 강소휘로 이어지는 젊고 강한 레프트 듀오를 보유한 GS칼텍스는 작년 박혜민에 이어 올해 권민지까지 합류하면서 윙스파이커의 선수층이 더욱 강해졌다.

4%의 확률로 4순위 지명권을 따낸 도로공사는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공격수가 아닌 남성여고의 세터 안예림을 지명했다. 현재 V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181cm의 장신세터 안예림은 서브가 좋고 포지션 대비 공격력도 뛰어난 세터로 꼽힌다. 불혹의 나이가 된 이효희 세터의 은퇴가 멀지 않은 만큼 안예림은 이원정 세터와 함께 훗날 도로공사를 이끌어 갈 야전사령관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한편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고도 드래프트 불운이 이어진 기업은행은 일신여상의 센터 최가은을 지명했다.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 김희진을 센터로 활용했던 기업은행은 최가은이 김수지와 중앙을 지켜 준다면 김희진의 활용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은 공격력이 좋은 일신여상의 주장 김다은을 지명했다. 레프트 변신이 유력한 김다은이 프로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서브 리시브와 수비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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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019-2020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정호영 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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