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가 탈꼴찌를 위해 몸부림치는 최하위 롯데를 4연패에 빠트렸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20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승리했다. 3연패의 사슬을 끊은 SK는 이날 NC 다이노스에 2-3으로 패한 2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7경기로 벌리며 다시 독주체제에 돌입했다(75승1무40패).

사실 18일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선발 등판하는 롯데의 외국인 선수 브록 다익손과 한 차례 로테이션을 쉰 김광현의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무게추가 SK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실제로 다익손이 3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반면에 김광현은 6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으며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이로써 김광현은 다승왕을 차지했던 2010년(17승) 이후 9년 만에 시즌 15승 고지에 올랐다.
 
SK 선발투수 김광현 2019년 8월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 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SK 선발투수 김광현 2019년 8월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 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입단 후 4년 동안 3번 우승시킨 비룡 군단의 좌완 에이스

2006시즌이 끝난 후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수석코치를 영입한 SK는 '스포테인먼트'를 구단의 모토로 삼았다. 스포테인먼트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재미 있는 야구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당시 이만수 수석코치는 시즌 첫 만원관중에 대한 공약으로 2007년 5월 홈구장에서 속옷 차림으로 운동장을 도는 재미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SK는 스포테인먼트 정신을 구현할 주역으로 '슈퍼루키' 김광현을 지목했다. 안산공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에이스로 이름을 떨치던 김광현은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LA다저스) 선배와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밝히던 당찬 신인이었다. 김광현은 2006년 U-20 야구월드컵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김광현은 예선 최종전부터 8강, 4강,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 입단 후에도 김광현은 기대대로 성장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22승 투수 다니엘 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SK의 역전 우승을 이끌었고 2008년에는 다승왕과 승률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두 번의 일본전에서 선보인 눈부신 호투 역시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김광현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SK를 세 번이나 우승으로 이끌며 두 번의 다승왕과 한 번의 평균자책점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1년 뇌경색과 어깨 통증으로 4승에 그친 김광현은 2012년에도 8승에 머물며 특급 에이스의 위용을 잃고 말았다. 2013년 10승9패 4.47로 3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올렸지만 리그를 호령하던 좌완 에이스의 구위는 아니었다. 그렇게 준수한 좌완 투수로 전락(?)하는 듯 했던 김광현은 2014년 13승9패3.42, 2015년 14승6패3.75, 2016년11승8패3.88을 기록하며 SK의 에이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광현은 해외리그에 도전할 거라는 전망을 깨고 원소속팀 SK와 4년 총액 85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2016 시즌 말부터 시작된 팔꿈치 통증으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인대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고 김광현은 구단과 상의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김광현으로서는 두 번째 FA 신청을 1년 늦춰야 하고 SK 역시 에이스 없이 2017 시즌을 보내야 했지만 김광현과 SK는 '완치'를 위한 수술을 선택했다.

부상 복귀 후 2번째 시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15승 달성

결과적으로 SK와 김광현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2017 시즌을 통째로 거른 김광현은 작년 시즌 마운드에 복귀해 25경기에서 11승8패2.98로 멋지게 재기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내야코치)의 철저한 이닝 관리로 인해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2.98의 평균자책점은 조쉬 린드블럼(두산, 2.88)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김광현은 6년 만에 출전한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서 7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SK의 단장에서 감독으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부상 후유증을 털어버린 김광현에 대한 이닝 제한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대신 투구수를 100개 안팎으로 제한하며 관리를 이어갔다). SK팬들은 2007~2010년처럼 마운드에서 시원스런 강속구를 뿌려대던 김광현의 진정한 부활을 기대했고 김광현 역시 2019 시즌의 대활약을 다짐했다. 

김광현의 올 시즌 활약은 SK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고 있다. 올 시즌 24경기에서 150이닝을 던진 김광현은 15승3패 2.34로 다승 공동 2위, 탈삼진(145개), 승률(.833) 2위,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 있다. 김광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꼽히지만 15승을 넘긴 시즌은 2008년(16승)과 2010년(17승)에 이어 통산 3번째다. 그리고 김광현이 15승을 넘겼던 지난 두 시즌은 모두 SK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SK 선발투수 김광현 2019년 8월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SK 선발투수 김광현 2019년 8월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광현과 SK에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시즌을 치를수록 김광현의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월까지 3.4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김광현은 5월 이후 한 번도 월간 평균자책점이 2.50을 넘긴 적이 없다. 특히 8월에는 3경기에서 21이닝 동안 단 1점의 자책점을 기록하는 완벽한 투구로 0.43의 월간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광현은 20일 롯데전에서도 1회 1사 만루 위기를 넘긴 후 한 번도 연속으로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현재 두산의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은 4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2011년의 윤석민(KIA 타이거즈) 이후 투수 부문 4관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다른 부문은 사실상 린드블럼의 적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탈삼진 만큼은 김광현이 7개 차이로 린드블럼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물론 KBO리그의 대표적인 '긍정가이' 김광현은 개인 타이틀 경쟁보다는 마운드 위에서 부상 재발 걱정 없이 마음껏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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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김광현 15승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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