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16일 MBC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법원 복직 결정 이후 우리는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별도 공간에 격리됐고, 사내 전산망 접속이 차단됐다"라고 밝혔다.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16일 MBC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법원 복직 결정 이후 우리는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별도 공간에 격리됐고, 사내 전산망 접속이 차단됐다"라고 밝혔다. ⓒ 김윤정

 
2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중단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한 뒤 언론·시민 단체가 낸 첫 공식 성명이다.
 
민변 노동위는 성명에서 "이들이 MBC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유는 지난 MBC 파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는 정권 순응적인 MBC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면서 "현재 MBC 구성원들에게 지난 파업 기간의 상흔이 남아있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클 수 있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은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지위를 이용하여 공정방송투쟁 탄압을 시도한 자들에게 있음을 기억하고, 노동인권의 관점으로 16, 17사번 아나운서들과 연대해주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민변 노동위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향해 'MBC 파업의 대체인력이다. 적폐세력의 부역자'라는 비난을 하며 이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이들이 입사하기 전 2012년 파업은 종료된 상태였으며, 이들이 입사하기 전 다른 부서로 전보된 11명의 아나운서들은 현재 부사장, 국장, 차장 등 각종 보직을 맡고 있는 10~20년차 선배들이다. 당시 신입사원인 이들이 전보된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대체 진행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파업대체인력이라기 보다는, 지난 경영자들의 통제 전략에 의해 열악한 조건으로 입사한 자들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MBC가 지난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재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고, 이 결과에 따라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5월 MBC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MBC 아나운서국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됐으며 업무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MBC가 본안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이들에게 업무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고용노동청에 MBC를 신고했다.

아래는 민변 노동위의 성명 전문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중단을 촉구한다

1.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행된 2019. 7. 16. 서울고용노동청 본청에 직장 내 괴롭힘 1호 진정이 접수되었다. 진정한 사람들은 2016~2017년 MBC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아나운서들이다.
 
2. 이들이 MBC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유는 지난 MBC파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공중파인 MBC가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이는 정권순응적인 MBC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노조에 가입하거나 파업에 참가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정규직을 해고하기는 어렵지만, 계약직의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쉽기 때문이다.
 
3. 정권이 교체된 이후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이듬해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대상으로 명목상 '특별채용절차'를 진행했다. 11명의 아나운서 중 단 한명만 합격시킨 이 특별채용은 사규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사실상 해고당한 아나운서들은 2018년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재심 신청은 기각되었다. MBC는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결국 아나운서 10명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해고무효사건의 판결 선고 전에도 이들의 근로자지위를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4. 노동위원회와 가처분법원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보는 법리이다.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와 가처분법원이 계약갱신기대권 또는 정규직전환기대권을 인정한 법적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이들이 채용될 당시의 채용공고문에는 업무를 평가하여 근로계약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며 고용형태가 변경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고, ② 아나운서 업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이며, ③ 당시 채용절차 등을 볼 때 기존 정규직 아나운서 채용과정과 다르지 않았으며, ④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업무나 인사관리, 급여, 복리후생 등도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했다는 점, ⑤ 교육기간과 내용이 정규직 아나운서와 차이가 없는 점, ⑥ 특별채용 평가가 사규를 위반한 절차로 진행되었고, ⑦ 취업규칙상 특별채용 과정에서는 업무평가를 해야 함에도 이는 전혀 없었으며, ⑧ 시험평가 자체도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점 등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회의록과 MBC 경영평가보고서에도 아나운서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노동위원회와 가처분법원이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것은 합당하다. 또한 가처분결정이 본안결정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되는 점, 해당 가처분결정문에서 이례적으로 '부당해고'임이 명백하게 설시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의 갱신기대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 일부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MBC파업의 대체인력이다. 적폐세력의 부역자이다"라는 비난을 하며 이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을 MBC파업의 대체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들이 입사하기 전 2012년 파업은 종료된 상태였으며, 이들이 입사하기 전 다른 부서로 전보된 11명의 아나운서들은 현재 부사장, 국장, 차장 등 각종 보직을 맡고 있는 10~20년차 선배들인데, 당시 신입사원인 이들이 전보된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대체 진행한 것도 아니다. 파업대체인력이라기 보다는, 지난 경영자들의 통제 전략에 의해 열악한 조건으로 입사한 자들인 것이다.
 
6. 해당 아나운서들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MBC에 출근했지만, MBC는 이들을 아나운서실이 있는 9층이 아닌 12층 콘텐츠부서 옆 빈 회의실에 출근하게 하였다. 회사는 임금을 지급하지만 업무를 전혀 주지 않고 근태도 관리하지 않았으며, '출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아나운서들은 사내인트라넷에도 접속할 수 없으며, 사내 공지도 전달받지 못한다. 이들을 회사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7.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관련 정보제공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 근로계약서에 나와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는 것,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로 들고 있다. MBC의 행태는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인격적으로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이다.
 
8. 우리는 MBC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여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를 부여하고 괴롭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물론 현재 MBC 구성원들에게 지난 파업기간 동안의 상흔들이 남아있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클 수 있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은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지위를 이용하여 공정방송투쟁 탄압을 시도한 자들에게 있음을 기억하고, 노동인권의 관점으로 16, 17사번 아나운서들과 연대해주길 호소한다.
 
2019. 7.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정 병 욱
MBC 계약직 아나운서 민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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