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언론 시사회 현장.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언론 시사회 현장. 왼쪽부터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 송원근 감독, 김정환씨. ⓒ 엣나인필름

  
"나이는 아흔, 이름은 김복동입니다."

그는 연단에 설 때마다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간결하고도 분명한 어투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억눌린 채 살아온 한과 해방 후 반세기가 훌쩍 넘도록 자신의 잘못에 전혀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다큐멘터리 <김복동>은 그렇게 인생의 후반 27년을 투쟁한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는 그의 삶과 정신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미디어몽구로 잘 알려진 김정환,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 연출자인 송원근 감독이 참석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

송원근 감독은 피해자를 넘어 인권운동가로서의 김복동을 강조했다. "단순히 피해자로서가 아닌 평화와 인권운동을 하면서 거의 자길 버리다시피 하시다 돌아가셨다"며 그는 "그렇게 처절하게 싸운 할머니는 무엇을 봤을지, 무엇을 바라보고 싸웠을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론 자신이 잃어버린 젊은 시절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소회를 밝혔다. 

미디어몽구 김정환씨는 2011년부터 김복동 할머니와 연을 맺고 꾸준히 그의 영상을 담아왔다. 지금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대부분이 그의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김정환씨는 "우연히 할머니가 타고 다니던 승합차가 고장났다는 기사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수요집회를 취재하기 시작했다"며 "그때 인연으로 매주 일요일 봉사모임을 만들어 할머니 말동무도 해드리고 소녀상도 청소하곤 했다"고 운을 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평소 강인하셨던 할머니께서 절 대할 땐 손주 맞이하듯 하셨다. 강인한 모습은 제 앞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딜 다녀오시면 늘 뭘 사오셨다. 마지막 병상에서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진짜 살고 싶어 하셨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살고 싶어하셨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 아팠다. 지금 영화를 보면서도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처음 생겼을 때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안 주려고 매주 일요일 찾아갔다. 겨울엔 목도리와 모자를 입히기도 했다. 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전태일 동상에도 목도리를 해드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다음 생에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 (김정환)


정치적 접근 넘어 다른 접근 필요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언론 시사회 현장.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언론 시사회 현장. 미디어몽구 김정환씨(왼쪽)가 발언 중 눈물을 참고 있다. ⓒ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언론 시사회 현장.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언론 시사회 현장. ⓒ 엣나인필름

 
꺽꺽 눈물을 참으며 발언하는 김정환씨를 위로하며 윤미향 대표가 말을 이었다. "해외 일정을 가실 때마다 할머니께선 영상을 찍으라고 하시면서 '몽구야, 잘 있나? 난 잘 왔다'고 하곤 하셨다"며 윤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 정치적 문제로 몰아가기보다 역사 청산, 여성 인권, 평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김복동 할머니가 가장 앞에 서 계셨다"고 말했다.

"국내뿐이 아닌 전 세계 사람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이 처절하게 1년에 수차례씩 해외를 다니며 싸울 때, 미국, 노르웨이 정부 대표를 만나고 유엔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만날 때 우린 무엇을 했었나,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본 시민들이 꼭 봐줬으면 좋겠다. 할머니의 증언을 폄훼하는 일본 우익들도 이 영화로 다시금 사안을 바라보길 바란다. 또 무력 분쟁 지역 국민들도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 그 지역 여성들이 희망을 갖길 바란다." (윤미향 대표)

이어 윤 대표는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시급하게 할 사업으로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기가 있다"며 "할머니와 대화가 될 때 늘 휴대폰을 들고 녹화를 하거나 녹취하는 등 기록을 남겨왔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아카이빙이 필요한데 우리도 큰 숙제로 안고 사업을 진행하겠다. 정부에도 이 사업을 요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김복동 일본 위안부 제국주의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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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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