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이 고향팀 KIA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6일 광주 kt 위즈전을 끝으로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고 발표했다. 김기태 감독은 15일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16일 이를 수용했다.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는 퓨처스 팀을 이끌던 박흥식 감독이 1군 감독대행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2014년 10월 KIA의 8대 감독으로 취임한 김기태 감독은 2017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비롯해 KIA 감독을 맡은 지난 4년 동안 KIA를 세 번이나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과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 겹치며 선두 SK 와이번스에 무려 16.5경기 최하위로 밀려났고 끝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골든글러브4회-개인타이틀6회의 '슈퍼스타' 김기태에서 '런기태' 굴욕까지
 
 16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사퇴를 선언한 KIA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 홈경기에 나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16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사퇴를 선언한 KIA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 홈경기에 나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은 누구보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첫 해부터 2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장종훈에 이어 홈런 2위에 올랐고 1992년엔 출루율 1위에 오르며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방위병으로 복무했던 1994년 단 108경기에만 출전하고도 25개의 홈런으로 역대 첫 좌타자 홈런왕에 등극했다. 김기태 감독은 쌍방울에서 활약하던 8년 동안 무려 6번의 개인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쌍방울은 1997년 외환위기로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박경완, 조규제, 김현욱 등 핵심 선수들을 팔아야 했고 김기태 감독 역시 1998 시즌이 끝난 후 김현욱과 함께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김기태 감독은 삼성에서도 2년 동안 54개의 홈런을 때리며 승승장구했지만 2001년 44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했고 2001 시즌이 끝난 후 6:2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또 한 번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김기태 감독은 SK 이적 후 스윙을 간결하게 바꾸며 2004년 통산 4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통산 타율 .294 249홈런923타점에 통산 출루율 .407의 화려한 성적을 뒤로 하고 2005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김기태 감독은 뛰어난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현역시절 뛰었던 모든 팀에서 주장직을 역임했을 만큼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 받았다. 

은퇴 후 SK에서 1군 타격보조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기태 감독은 2007년부터 일본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육성코치와 2군 타격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타격코치로 한국의 퍼펙트 금메달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LG트윈스의 2군 감독과 수석코치로 국내 현장에 복귀한 김기태 감독은 2012년 LG트윈스의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김기태 감독은 LG 감독 부임 2년 만에 LG를 가을야구로 이끌며 LG의 긴 암흑기를 끝낸 젊은 감독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LG는 2014년 개막 후 17경기에서 4승1무 13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추락했고 김기태 감독은 그 해 4월23일 자진 사퇴하며 팀을 떠났다. 김기태 감독의 별명이 '갓기태'에서 '런기태'로 바뀌며 LG팬들의 미움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고향팀 부임 3년 만에 우승 꿈 이뤘지만... 결국 시즌 중 불명예 사퇴

야구팬들을 더욱 놀라게 한 사건은 2014 시즌이 끝난 후에 있었다. 김기태 감독이 LG를 떠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KIA의 새 감독에 선임된 것이다. 당연히 LG를 최하위로 만들고 팀을 떠난 김기태 감독의 지도력은 많은 의심을 받았고 KIA는 2015년 7위에 머물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물론 김기태 감독은 그 해 '눕기태', '창조시프트', '1번타자 나지완' 등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 장면들을 대거 연출하기도 했다). 

KIA는 2016년 양현종,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로 이어지는 선발 트리오를 앞세워 5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KIA는 2017 시즌을 앞두고 FA 최형우와 외국인 선수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했고 군복무를 마친 '꼬꼬마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이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하며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렸다. 그리고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쁨을 만끽했고 김기태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최전성기를 달렸다.

현역 시절을 포함해 프로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기태 감독은 KIA와 3년20억 원이라는 거액에 재계약하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KIA는 2루수 안치홍과 전천후 불펜투수 김윤동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선수가 2017 시즌 대비 성적이 하락했고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17시즌의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5위는 결코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올 시즌에도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불혹을 바라보는 노장 이범호와 김주찬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에이스 양현종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 소화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마무리 김윤동마저 어깨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IA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결국 김기태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하면서 KIA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선언한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12년 동안 이끈 후 샌프란시스코를 13년째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KBO리그의 현역 최장수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2015~)이 됐다. 김응룡 감독 이후 김성한, 서정환, 조범현,선동열, 김기태 감독 등이 거쳐 간 KIA는 이제 '9대 감독'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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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자진사퇴 박흥식 감독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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