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수원 골을 넣고 기뻐하는 데얀

▲ 제주-수원 경기 골을 넣고 기뻐하는 데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의 실마리는 바로 한 방이었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공·수 집중력과 전술 변화 등 유효타가 터진 것이 주효했다.

12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1 2019 11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FC(이하 제주)와 수원의 경기에서는 원정 팀 수원이 홈 팀 제주를 3대1로 꺾으며 5경기 만에 승점 3점 추가에 성공했다. 수원은 전반 23분 권순형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39분 데얀의 동점골, 후반 3분과 7분 구자룡과 타가트의 릴레이 골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제주 스리백+역습에 고전한 수원

수원은 이번 라운드를 앞두고 위기를 맞았다. 지난 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결과를 얻지 못하며 리그 하위권 탈출에 실패했다. 이 경기 이전까지 수원의 성적은 2승 4무 4패.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 가운데 지난 라운드 꼴찌 탈출로 분위기 반전을 만들어낸 제주를 만난 점도 악재라면 악재였다. 제주는 조성환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임하며 팀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반등에 성공했다.
 
예상대로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제주의 수비를 깨는 데 애를 먹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가동한 김동우-알렉스-김승우로 이어지는 제주 스리백 라인에 공격진이 꽁꽁 묶였다. 데얀과 타가트, 염기훈 조합은 부지런히 뛰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데얀과 타가트는 상대 수비에 묶여 쉽게 슈팅 찬스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염기훈은 측면에서 맴도는 모습이었다. 이는 2선과의 고립을 야기했다. 최전방 공격수들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중원의 사리치와 최성근이 쉽게 공격적인 패스나 크로스를 시도하기란 부담이었다. 

이처럼 수원이 무딘 공격을 이어가자 제주의 역습이 불을 뿜었다. 사실 전반전 수원이 경기 자체를 밀린 것은 아니었다. 공격진에서 별다른 공격 찬스가 많지 않았을 뿐이지 점유율 자체는 높이 가져가며 상대를 압박해갔다. 제주는 이를 역이용했다. 라인을 올려 맞불을 놓기보다는 이미 안정감을 갖춘 수비 라인을 내리며 수원이 라인을 올리는 것을 유도했다. 이후 수비진에서 수원의 공격을 끊고 빠르게 역습으로 이어나갔다. 수원 공격수들이 워낙 높은 지역까지 올라오다 보니 제주는 공격 과정에서 쉽게 수적 우세를 가져갔다. 그 과정에서 전반 23분 권순형이 호쾌한 중거리포로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수비에서 마그노, 권순형까지, 단 세 선수를 거친 간결한 역습의 정석이었다.

한 방 싸움 중요성 보여준 수원

이른 시점 선제골을 허용한 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압박당했다. 올 시즌 답답한 흐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쉽게 경기를 뒤집어 내지 못한 수원이기에 불안감은 계속됐다. 공격에서는 여전히 빈공이 이어졌고, 수비마저 제주의 역습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위기의 순간 수원을 구한 것은 데얀의 한 방이었다. 이전까지 답답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데얀이 전반 39분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신세계의 크로스를 알렉스가 제대로 클리어링하지 못했고, 이를 데얀이 '원샷 원킬'로 마무리 지었다. 데얀의 진가를 제대로 볼 수 있던 장면이었다. 아무리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는 놓친 적이 없었던 데얀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데얀이 살아나자 수원의 기세도 덩달아 올라갔다. 데얀이 상대 페널티 박스 아래로 내려오면서 제주의 수비 라인을 흔들고, 스피드에 강점을 보이는 타가트가 공간 침투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원은 후반 3분 만에 경기를 뒤집어냈다. 수원은 올 시즌 염기훈의 페널티킥과 직접 프리킥 제외하면 세트피스에서 큰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코너킥과 프리킥에서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을 가져갔으나, 매번 약속된 플레이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염기훈의 프리킥 이후, 수비수 구자룡이 제주 이은범을 찍어 누르면서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홍철과 염기훈, 사리치 등 킥이 좋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수원이기에 이후 경기에서 세트피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고무적인 득점이었다.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에 더해 이임생 감독의 묘수가 통한 점도 이번 승리의 주된 요인이었다. 이임생 감독은 전반전 데얀의 동점골 이후 염기훈을 측면에서 중앙으로 배치했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열세를 보이자 염기훈을 2선으로 내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꾀했다. 이는 상대의 허를 찔렀다. 염기훈이 정확한 패스와 볼 키핑으로 중원을 장악해갔다. 후반 7분 터진 타가트의 쐐기골도 중원의 염기훈으로부터 시작됐다. 염기훈이 공을 가졌을 때 사리치가 측면으로 돌아가면서 상대 윙백을 허물었고, 타가트가 사리치의 크로스를 쉽게 처리했다. 

연속 실점으로 급해진 제주는 후반 16분 찌아구와 김성주를, 후반 32분 이창민을 투입하며 총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수원은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상대 공세를 잘 이겨냈다. 구자룡과 박형진이 안정감을 이어간 가운데, 최근 불안한 수비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던 양상민도 이번 경기에서는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줬다. 후반 추가시간 5분까지 끈끈한 수비를 보여준 수원은 3대1로 승리했다. 리그 4경기 동안 부진이 이어지며 승리가 없었기에 기쁨은 배가됐다.

수원은 이제 울산현대축구단, 대구FC, 포항스틸러스로 이어지는 죽음의 3연전이 예고되어 있다. 수원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하고 최근 분위기가 좋은 팀들이기 때문에 험로가 예상된다. 아직까지 공·수 모두에서 불안감을 완벽히 지우지 못한 수원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보여준다면 이후 경기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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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FC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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