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키움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스윕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8-1로 승리했다. 주중 3연전 중 첫 2경기에서 키움에게 연패를 당했던 kt는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9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5승12패).

kt는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7.2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kt 투수 중 가장 먼저 시즌 2승째를 따냈다. 타선에서는 9번타자 심우준이 3안타3득점, 강백호가 시즌 3호 홈런을 때린 가운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개막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시즌 첫 2번 타자로 출전한 경기에서 시즌 5호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2득점을 폭발한 '머신' 황재균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수원 구장
 
 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초 1사 주자 2루 때 kt 장성우의 좌익수 뜬공에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초 1사 주자 2루 때 kt 장성우의 좌익수 뜬공에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가 2010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황재균은 2013년까지는 빠른 발과 준수한 타격실력을 겸비한 젊은 내야수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현대 입단 동기이자 트레이드 전까지 히어로즈에서 함께 활약했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일찌감치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떠오르며 '평화왕'으로 군림했던 것을 고려하면 황재균의 성장 속도는 다소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잠재력이 폭발한 황재균은 2014년 타율 .321 12홈런 76타점으로 A급 내야수 반열에 올라섰다. 2015년에는 타율이 .290으로 다소 하락했지만 26홈런을 때려내며 잠들어 있던 '장타본능'을 깨웠다. 그리고 황재균은 2016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고 그 해 성적을 통해 해외진출이 허황된 꿈이 아님을 증명했다.

황재균은 FA를 앞둔 2017 시즌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335 27홈런 113타점 97득점25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그 해 리그에서 .330 이상의 타율, 25개 이상의 홈런과 도루, 110개 이상의 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오직 황재균 뿐이었다. 홈런왕 최정(SK 와이번스)에 밀려 생애 첫 골든 글러브 수상은 좌절됐지만 황재균은 2016년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손색이 없었다.

FA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은 6월말 빅리그에 올라가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빅리그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고 황재균은 18경기에서 타율 .154 1홈런5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1년 만에 미국 도전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록 미국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KBO리그에서 황재균은 여전히 거물 FA였다. 황재균은 원소속구단 롯데를 비롯해 3루 보강이 필요했던 LG트윈스 등의 뜨거운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황재균의 마음을 사로잡은 팀은 kt였다. kt는 2017년 11월 총액 88억 원(계약금 44억+연봉44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온 거물 3루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타율은 낮지만... 시즌 초반 홈런 공동 선두 등극

황재균의 계약은 2015년 11월, 4년 60억 원에 계약했던 유한준을 훌쩍 뛰어 넘는 kt의 창단 최대 규모 FA계약이었다. 황재균은 당연히 kt의 중심타자로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kt는 작년 시즌 외국인 선수 멜 로하스 주니어와 슈퍼루키 강백호 등의 활약에 힘입어 팀 홈런 2위(206개)를 기록했지만 팀 순위는 고작 한 계단 상승한 9위에 머물렀다. 창단 첫 탈꼴찌에 만족하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황재균은 kt에서의 첫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 25홈런 88타점 76득점 14도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한 팀의 주전 3루수로서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좋은 기록이지만 10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황재균이기에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다. 일부 야구팬들은 특급 선수로 분류하기엔 다소 부족한 커리어를 가진 황재균에게 kt가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kt에 새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은 타격의 극대화를 위해 올 시즌 황재균을 1번 유격수로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황재균은 개막 2연전에서 10타수 1안타에 그치며 부진했고 '유격수 황재균' 카드는 일찌감치 무위로 끝났다. 3루수로 돌아와 주로 6번타자로 활약한 황재균은 시즌 개막 후 16경기에서 타율 .188 4홈런6타점으로 부진했다. 홈런은 많았지만 1할대 타율은 황재균의 이름값에 크게 미치지 못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황재균은 시즌 처음으로 2번 타자로 나선 11일 키움전에서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황재균의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1회 첫 타석부터 키움 선발 김동준을 상대로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린 황재균은 3회 희생플라이 타점에 이어 9회에도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시즌 첫 3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시즌 5호 홈런을 때린 황재균은 전준우(롯데), 토미 조셉(LG)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1일 경기의 활약으로 성적을 많이 끌어 올렸지만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여전히 .221에 불과하다. 아직 야구팬들이 황재균이라는 선수에게 기대하는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황재균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부상 같은 변수가 없으면 시즌을 치를수록 평균에 가까운 성적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황재균이 그의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는 경기가 많아질수록 kt의 타격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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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황재균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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