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은 20일(이하 한국 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연전으로 막을 올렸다. 그러나 일본에서 열리는 정규 시즌 이벤트였기 때문에 시범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2경기만 다소 일찍 시작했다.

아메리카 대륙 본토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개막은 오는 29일이다. 한국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한국인 선수들의 출전 소식을 기다리며 졸린 눈을 비비고 일찍 일어나 어떤 경기를 선택해서 봐야 할지 고민에 빠질 시간이다.

일단 2019년 시즌은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한국인 선수 5명이 모두 팀내 주전 역할로 시즌을 시작한다. 개막전 선발투수부터 시작하여 야수들도 선발 출전이 유력하고 필승조 등판까지 최대 5명이 모두 개막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개막전 선발 등판하는 류현진, 박찬호 이후 17년 만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아메리칸패밀리필즈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1회에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아메리칸패밀리필즈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1회에 역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했던 류현진은 스프링 캠프를 시작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확정한 뒤 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당초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은 최근 몇 년 동안 클레이튼 커쇼의 차지였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커쇼의 뒤를 이어 2번째 경기로 시즌을 시작했고 2014년에는 미 대륙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하기도 했다. 당시 커쇼가 호주에서 1경기를 등판한 뒤 부상자 명단에 올라갔던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커쇼의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부상으로 인하여 뒤늦게 투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개막전까지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질 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개막전 선발투수 대안을 찾아야 했다.

차세대 오른손 에이스 워커 뷸러 역시 지난해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타이 브레이커와 포스트 시즌 등판을 치렀고, 이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공을 늦게 던지고 있다. 일단 다저스는 류현진(좌), 리치 힐(좌), 마에다 겐타(우), 훌리오 유리아스(좌), 로스 스트리플링(우) 등으로 로테이션을 시작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베테랑 왼손 투수 힐마저 무릎 부상을 입으며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른 투수들의 임팩트를 생각하면 류현진 이외에는 개막전 선발투수 대안은 없었다. 뷸러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지만 보호 차원에서 등판 순서는 다소 늦게 배치했다.

이렇게 류현진은 박찬호(2001, 2002)에 이어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2번째 한국인 투수가 됐다. 박찬호는 2001년 다저스 소속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개막전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되었고, 2002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애슬레틱스와의 개막전에서 5이닝 6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개막전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류현진의 각오는 남다르다. 2013년을 제외하고 규정 이닝을 넘긴 적이 없는 류현진은 올 시즌 목표를 20승으로 정했다. 건강하게 풀 타임 시즌을 보내야 이뤄낼 수 있는 성과이기 때문에 건강한 시즌을 보내겠다는 또 다른 다짐을 보인 것이다.

주전 라인업으로 시작하는 강정호, 최지만, 추신수

한국인 야수 3명은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개막전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음주운전 재판의 영향으로 보여준 것이 없었던 강정호도 시범경기에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콜린 모란을 제치고 내야수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강정호가 없었던 2년 동안 그의 빈 자리를 확실하게 채우지 못했다. 고국에서 사건을 일으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취업 비자도 받지 못하여 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선수를 받아줄 가능성은 아주 낮았고, 강정호는 이전 계약에 포함되었던 옵션을 실행할 만한 이유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어리츠는 강정호를 다시 한 번 믿기로 했다. 물론 2년 동안 성적을 내지 못했기에 옵션을 실행할 순 없었고, 당초 연봉 100% 보장이었던 옵션 내용을 수정하여 인센티브 비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다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 스프링 캠프에서 강정호의 시범경기 성적은 26일까지 16경기 7홈런 11타점으로 압도적인 힘을 발산하고 있다. 44타수에서 18번의 삼진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타율은 0.250 정도이지만, 0.773의 장타율을 토대로 OPS가 1.113에 달한다.

지난 시즌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기회를 잡은 최지만 역시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개막전에 대타로 출전하여 결승 득점을 올린 뒤 바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최지만은 당시 백업의 설움을 딛고 트레이드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비록 플래툰으로 출전했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전 1루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26일까지 17경기 출전에 타율 0.375에 OPS 1.090을 기록했다(2홈런 7타점).

코리안리거 중 맏형인 추신수 역시 올시즌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올스타 게임에도 출전했던 추신수는 올해에도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뛰어난 출루 능력을 통해 팀 득점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추신수의 시범경기 성적은 15경기 타율 0.211에 출루율을 0.319로 홈런 없이 5타점을 기록했으나 볼넷이 7개나 됐다. 다만 시범경기의 성적이 추신수의 입지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애드리안 벨트레가 은퇴한 이후 추신수는 레인저스 클럽하우스에서 큰형 역할을 맡으며 주전 외야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경우에 따라 외야수로 출전할 수도 있다.

필승조 역할로 대기하는 오승환, 승리 요건 갖추면 출전
 
힘차게 공 뿌리는 오승환 콜로라도 로키스의 오승환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 꾸려진 팀의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 힘차게 공 뿌리는 오승환 콜로라도 로키스의 오승환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 꾸려진 팀의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현진이나 다른 야수들과 달리 오승환은 경기 시작부터 출전 여부를 장담할 순 없다. 경기 상황에 따라 출전하는 구원투수 역할의 특성상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오승환이 콜로라도 로키스 불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마무리투수 웨이드 데이비스 다음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로키스는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로 개막전을 시작하는데, 말린스의 전력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압도적이지는 못한 점을 감안하면 로키스의 리드 상황에서 오승환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을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맺었던 계약 조항으로 인해 옵션이 실행되었고, 올 시즌까지 로키스에서 뛰게 된다.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나오거나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KBO리그에서 72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발효되어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진로 선택의 폭은 좁아 보인다. 오승환 이외에도 강정호와 류현진이 올 시즌 1년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향후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낼 필요가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소속되어 있는 한국인 선수 5명 중 개막전에 출전했던 선수는 추신수와 최지만 뿐이었다. 다만 최지만은 연장 승부에서 대타 투입 이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임시 출전 선수였고, 선발 출전은 추신수가 유일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한국인 선수가 가장 많았던 시절은 2016년으로 당시에는 무려 8명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시즌 박병호(현 키움 히어로즈)와 추신수를 제외하고 개막전에 출전한 선수는 없었다. 당시 강정호와 류현진은 부상으로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고, 김현수(현 LG 트윈스)와 최지만은 벤치, 이대호(현 롯데 자이언츠)와 오승환은 교체 출전이었다.

개막전에 출전한다는 것은 야수는 경쟁 속에서 우위를 보여 선발로 출전해야 하고, 투수는 그 확률이 더 낮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까지 10년 연속 개막전 선발 라인업 출전인데 이는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 엘비스 앤드류스(레인저스)와 함께 이 부문 현역 공동 2위에 올라 있다(1위 야디어 몰리나 14년 연속).

그 만큼 개막전 선발 출전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도 꿈과 같은 자리다. 또한 그 동안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거쳐갔지만 그 동안 입지를 단단하게 굳혔던 선수들이 적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수많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해온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해에도 선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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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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