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프로야구 한화와 NC 경기.
한화는 그 해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리 13연패를 당했다. 그리고 4월 17일 NC와의 경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화 김태균의 역전 홈런으로 연패를 끊은 순간, 한화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승이 주는 소중함과 감동을 몸으로, 마음으로 직접 느낀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한화 주장 김태균은 인터뷰에서 눈물을 훔쳤으며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응용 감독도 끝내 울먹였다. 한화 팬들이야 말해서 무엇 하리. 당시 한화가 안겨준 우승보다 값진 1승의 무게는 한화 팬들은 물론, 야구팬들에게 두고두고 남을 만한 명장면이었다.

2019년 3월 17일 프로축구 2부리그 전남과 안양 경기.
전남 드래곤즈도 한화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전남은 이날 광양 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 3라운드 경기에서 안양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다. 전남은 전반 45분 최재현의 골을 끝까지 지키며 금쪽같은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1 승이 아니었다.

 
 전남드래곤즈 선수들이 17일 안양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얻은 후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전남드래곤즈 선수들이 17일 안양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얻은 후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전남드래곤즈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기장에 드러눕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첫 승의 감격을 나눴다. 관중석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승리를 맛본 팬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축하하며 승리의 감동을 맛봤다. 눈시울을 붉힌 팬들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구단 직원들은 더욱더 감격에 사무쳤다. 조청명 전남 드래곤즈 사장은 전반이 끝날 무렵 올 시즌 첫 선취골이 터지자 감격에 겨운 나머지 주변 사람들과 일일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후반전에는 경기장을 돌며 응원하던 팬들에게 다가가 격려하고 "한골만 더!"를 외쳐주길 간곡히 요청했다.

그리고 후반이 모두 끝난 후, 그토록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을 맛봤다. 전남 첫 외국인 감독인 파비아노 감독에게도, 지난 1월 취임한 조청명 사장에게도, 2부리그로 강등된 후 첫 승을 얻은 선수와 팬들에게도 1승이 주는 감동과 무게가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게 한 경기였다. 

전남은 리그전에서 지난 시즌 10월 20일 대구에 2-1로 패한 후 이날 경기까지 무려 9경기 만에 승리를 경험했다. 사상 첫 2부리그 강등 이후 코치진을 대대적으로 개편, 올 시즌을 쉽게 풀어갈 줄 알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홈에서 안산에 0-3, 대전에 1-3으로 대패하며 선수들의 사기는 속절없이 떨어진 것이다. 구단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매주 전남 팬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응원을 부탁하며 곳곳을 누볐던 구단 직원들은 잇따라 대패를 당한 상태에서 팬들 볼 면목이 없었다.

조청명 사장은 "올 시즌 선수, 직원들이 열심히 뛰고 팬들에게 직접 다가가며 소통을 강화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며 "막상 두 경기에서 대패를 하고 나니 팬들에게 면목이 없었다"며  그동안 마음 고생했던 심경을 솔직히 드러냈다.

조 사장은 "이제 선수들도 첫 승에 대한 부담을 씻어냈고 우리도 더욱더 힘을 내어 일할 수 있게 됐다"며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과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수고해준 직원들과 첫 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전남 파비아노 감독

경기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전남 파비아노 감독 ⓒ 이성훈


파비아노 감독은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면서 "승리에 대한 부담을 선수들이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파비아노 감독은 "세트플레이 대비를 더욱더 철저히 하고 훈련을 통해 꾸준히 해왔던 부분을 경기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승을 거둔 전남이 올 시즌 목표인 '승격'을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더욱더 험난하다. 연패를 당할 수도, 연승을 기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다. 전남은 9경기 만에 이룬 1승의 소중함과 그 무게를 가슴깊이 간직해야 한다.

2부리그 모든 팀들의 목표는 같다. 승격에 대한 열망이 절실하기 때문에 플레이는 거칠고 공수 전환도 빠를 수밖에 없다. 냉철한 야생의 세계에서 전남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는지 팬들의 눈과 귀는 온통 경기장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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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드래곤즈 파비아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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