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6일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 특히 손흥민 팬들이라면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도르트문트 킬러' 손흥민을 데리고 있는 토트넘이 바로 그 도르트문트와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을 갖는 날이기 때문이다.

홈구장에서 치러진 1차전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환상적인 선제골과 중앙 수비수가 아닌 측면 수비수로 뛴 얀 베르통언의 활약에 힘입어 도르트문트를 3-0으로 완파했다. 
 
 2018년 11월 2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 챔피언십 토트넘과 인터 밀란의 경기에서 토트넘 해리 케인이 득점을 자축하고 있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 ⓒ EPA/연합뉴스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는 1, 2차전을 합계하여 양 팀의 득점 수가 같을 경우 원정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홈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토트넘은 원정 경기인 2차전에서 4-1로 대파 당해도 8강전에 올라갈 수 있다. 주말에 리그 경기도 있고 이번 시즌 영입 선수가 없어서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토트넘 입장에서는 전력을 다해서 임하지 않아도 될 경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도르트문트 경기는 토트넘에는 매우 중요한 경기이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이기도 하다. 4-1로 대파당해도 8강에 올라갈 수 있는 경기에 토트넘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토트넘의 에이스 케인 때문이다. 

케인 복귀 후 승리 없는 토트넘

한국 속담 중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어쩌면 지금 토트넘의 케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최근 주전 공격수 케인이 부상에서 조기 복귀하자마자 리그 우승 경쟁까지 하던 토트넘의 상승세가 확연히 꺾여 버렸다. 토트넘의 에이스인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는 동안 토트넘의 또 다른 핵심 선수인 알리마저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손흥민도 아시안컵 차출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른바 토트넘이 자랑하는 공격 라인인 'DESK' 중 'DSK' 세 명이나 빠지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그나마 토트넘 입장에서 다행이었던 것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예상 외로 빨리 탈락하는 바람에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에 조기 복귀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 시작 전 월드컵부터 시작해서 아시안 게임에 이어 아시안컵까지 치른 손흥민은 분명히 지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이 조기 복귀했다 해도 케인과 알리가 없는 토트넘은 여전히 이번 시즌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케인과 알리마저 없는 토트넘이 오히려 연승을 달리기 시작한 건 손흥민이 복귀한 직후였다. 그리고 연승 행진도 상당히 극적이었다. 왓포드 전에서는 1-0으로 끌려가다가 80분 손흥민 동점골, 87분 요렌테의 역전골로 승리를 거두었다. 뉴캐슬전에서도 83분이 되어서야 나온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레스터전에서는 2-1로 앞서가고 있기는 했지만 레스터의 반격이 불을 뿜는 상황이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다 후반 추가 시간인 91분에 터진 손흥민의 쐐기골로 승리하게 되었다.

진정한 강팀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긴다는 말이 있다. 케인과 알리가 없는 동안 토트넘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아니, 리그 경기가 아닌 챔피언스 리그 경기까지 본다면 토트넘은 그저 꾸역꾸역 이기는 것만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무려 분데스리가 1위를 달리고 있던 강팀 도르트문트를 무려 3-0으로 완파하기까지 하며 그저 어떻게든 승점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화끈하게 이기는 모습까지도 보여준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케인이 부상에서 조기 복귀한 것은 토트넘에게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은 것처럼 보였다.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케인이 돌아오면 토트넘의 화력이 더욱 불을 뿜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케인의 복귀가 토트넘을 멀어진 줄 알았던 리그 우승 경쟁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해줄 것이라고 팬들을 믿게 했다.

그런데 오히려 케인 복귀 후 가진 리그 3경기에서 토트넘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 2패를 기록했다. 아스널전에서 거두었던 무승부도 심판의 오심과 오바메양의 패널티킥 실축이 없었다면 가져올 수 없었던 결과였다. 

다가오는 도르트문트 2차전이 토트넘에 중요한 이유

이런 상황이 도르트문트전까지 이어진다면 토트넘의 에이스인 케인은 심적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팀에 없었을 때는 팀이 연승을 달리다가 자신이 팀에 복귀한 후 연패를 당한 상황이라면 심리적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것이 팀내 에이스로 불리는 선수라면 그 심리적 압박감은 더 대단할 것이다. 
 
도르트문트전서 '결승 골 폭발' 손흥민의 세리머니 손흥민(토트넘, 왼쪽)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팀의 첫 골을 넣은 뒤 양팔을 펼치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후반 2분 결승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토트넘, 왼쪽)이 지난 2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팀의 첫 골을 넣은 뒤 양팔을 펼치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후반 2분 결승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 EPA-연합뉴스

 
그리고 그런 심적 부담감이나 압박감은 조급함을 불러올 수 있고 그 조급함은 경기 중 시야가 좁아지는 등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케인의 경기력 저하는 분명 토트넘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트넘은 도르트문트 전 승리를 통해 케인이 빨리 이 심적 부담감을 덜어내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 축구 팬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볼 손흥민을 위해서라도 도르트문트전 승리가 꼭 필요하다. 케인 복귀 후 불을 뿜던 손흥민의 발끝이 조용해지자 여러 곳에서 손흥민과 케인의 공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손흥민에게도 좋을 것은 없다. 

케인과 손흥민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두 선수가 함께 뛸 때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난다면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둘 중 하나를 벤치에 두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감독은 케인과 손흥민 중 누구를 택할까? 국내 축구 팬들이라면 당연히 손흥민을 택하기를 원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주전 자리는 케인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케인은 지난 몇 시즌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경쟁을 해오는 뛰어난 스트라이커이다. 손흥민 역시 뛰어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런 케인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술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케인 복귀 후 손흥민의 교체 타이밍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번리전에서는 88분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되었고 첼시전에서는 80분에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되었고 아스널전에서는 79분 요렌터와 교체되었다. 케인이 뛰지 않았던 왓포드, 뉴캐슬, 레스터 시터전에서는 뉴캐슬전에서만 유일하게 경기 막판인 89분에 교체되었다. 그것도 사실 시간끌기용 교체에 가까워 보였다. 

즉, 일각의 주장대로 케인과 손흥민이 경기장 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효과를 낸다고 감독이 판단한다면 그 희생양은 손흥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손흥민으로서는 이번 도르트문트전을 통해 케인과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수밖에 없다. 항상 놀랍도록 성장하는 선수이니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케인과 손흥민이 선발로 나선 도르트문트전에서 패배를 하게 된다면, 혹시라도 도르트문트에 밀려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까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이한다면 토트넘은 한동안 끝없는 부진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토트넘 '공격의 핵' 케인의 심적 부담감과 압박감은 더 심해질 것이며,  토트넘은 절정의 폼을 보이던 손흥민이라는 칼을 뽑아보지도 못하고 벤치에 고이 모셔두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 도르트문트전은 토트넘의 분위기 반등을 위해서 무엇보다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토트넘이 과연 이번 도르트문트전을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토트넘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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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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