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지훈.

배우 정지훈이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시대극에 도전했다. 엄복동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대표해 자전거 경주에 나가 우승하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은 실제 인물. ⓒ 레인컴퍼니

 
7년 만에 대형 상업 영화로 복귀한 정지훈은 그만큼 의지가 강해 보였다. 지난 19일 그의 출연작 <자전차왕 엄복동>이 언론에 선 공개된 이후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언론 인터뷰에서 정지훈은 시종일관 밝은 기운으로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언론 홍보 인터뷰의 마지막 시간대였던 21일 늦은 오후 역시 그랬다. 일제 강점기 때 자전거 경주 우승으로 환호받았던 실존 인물 엄복동을 연기한 그는 "사실인 부분을 알리고 싶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영화의 시작

시작은 동료이자 선배인 배우 이범수의 권유였다. 알려진 대로 이범수가 정지훈을 찾아 시나리오를 건넨 뒤 출연 의사를 타진했다. 정지훈은 "멋있는 배우들이 많은데 그들을 찾지 않고 절 찾은 건 아마 묵묵히 불만 없이 머슴처럼 할 사람이 필요해서지 않을까"라며 출연 당시 일화를 재치 있게 언급했다.

"처음 읽었을 때 사실 손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많아서 여쭤보니 다 사실이라더라. 거기서 놀랐고, 일제 강점기 때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에 슬펐다. 그래서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일본 선수와 대결 때 마지막 바퀴에서 엉덩이를 들고 탄 것도, 경기에서 일본 측이 강압적으로 승리를 뺏으려 하자 관객들이 뛰쳐 나와 엄복동을 에워싸고 보호하려 한 것도 사실이더라. 그런 걸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한 장면.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한 장면. ⓒ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애국심을 지극히 강조하는 설정, 속칭 '국뽕' 요소가 많다는 지적에 대한 나름의 답이었다. 이어 정지훈은 막힘 없이 엄복동 관련 논란에 대해 차례로 언급했다. 영화는 말미에 엄복동의 우승이 마치 민족 정신을 고양시키고 이후 3.1운동과 임시 정부 수립에도 영향을 미친 것처럼 표현했다.

"이순신 장군님은 <난중일기> 등 위인전이 수없이 많잖나. 엄복동은 사실 위인이기보단 스포츠 영웅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 박지성 선수가 골 넣으면 다들 기뻐했잖나. 그때도 그랬는데 그보다 더 열악하고 비참했던 일제 강점기 땐 얼마나 더했겠나. 일제가 우수한 민족이라고 선전하던 때에 조선을 대표한 선수로 우승했으니.

(엄복동이 당시,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자전거를 훔쳐 팔았다는) 그 사실은 언론 시사 때 처음 알았다. (일본에게 강제로 승리를 뺏긴 이후) 4년을 칩거하고 그 뒤로도 몇 년의 행적이 불명확하더라. 우리 아버지 시대도 배고팠던 때인데 일제 강점기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그 분이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절도를 했는지 애국단을 돕기 위해 훔쳤을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여러 가설이 있는데 저 역시 최근에 그 사실을 알았다. 엄복동 선생에 대해 저 역시 궁금한 마음이다."


영화 설정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자전차왕 엄복동>은 촬영 때 감독이 교체됐다가 김종현 감독이 연출 자문이라는 낯선 직함을 달고 투입됐다. 이후 다시 김유성 감독이 돌아와 현장을 지키는 등 내홍 또한 있었다. 이에 대해 정지훈은 "비가 와서 보름 넘게 촬영이 멈춰있을 때, 그리고 그런 상황 때는 제 분량 촬영이 없던 때였다"며 "감독님이 돌아오셔서 그런 돌발상황을 잘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엄복동의 승리가 3.1운동 등에 영향을 줬다는 자막 설명에 대해) 저 역시 지나친 것이라 생각한다. 3.1운동운 유관순 열사로부터 일어난 것이잖나. 엄복동은 위인이 아니다. 다만 우리 정신만 살아있다면 우리가 정신줄만 놓지 않는다면 독립이 이뤄질 것이라는 그 생각을 (자막 등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 저 역시 부정적 의견을 내긴 했다. 개봉 땐 아마 수정되지 않을까?"
 
 배우 정지훈.

"그 분이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절도를 했는지 애국단을 돕기 위해 훔쳤을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여러 가설이 있는데 저 역시 최근에 그 사실을 알았다. 엄복동 선생에 대해 저 역시 궁금한 마음이다." ⓒ 레인컴퍼니

 
정지훈의 진심은?

그는 최선을 다해 답했지만 개봉을 앞두고 평단의 반응이 냉혹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지훈은 "앨범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모든 작품에서 부족함이 있고, 혼날 부분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혼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이미 마블스튜디오의 CG 등에 익숙해져 있는 등 관객분들 수준이 높다. 그런 시대에 100억원대 예산으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낸 거면 훌륭한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기대를 덜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주 타깃층은 마블 영화를 보는 10대나 20대이기 보단 가족이거나 향수를 찾는 기성 세대여서 일 수도 있다. 전 이 영화로 제가 잘 되어야 하는 것보다는 엄복동이라는 세 글자를 관객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분명 다른 배우들이었다면 심적으로 동요될 수 있는데 비교적 정지훈은 안정돼 보였다. 어쩌면 데뷔 직전까지 어려운 가정 형편을 견뎌왔고, 데뷔 이후에도 최정상과 바닥을 두루 경험하면서 생긴 일종의 맷집이 아닐까 싶었다. 정지훈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매번 최선을 다하기에 억울한 면이 있지만 받아들여야지. 평가는 대중이 하는 것이니까 전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 국뽕 논란, 3.1운동 연관성에 대해선 우린 일종의 비유적 표현이라 생각했지 정말 연관을 지은 건 아니거든. 이런 오해를 하나하나 제가 풀어드리는 게 맞다고 본다. 제가 억울해도 엄복동이라는 글자만 알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엄복동의 신념이 무엇일까? 자전거를 타다가 애국심이 생긴 건지, 아니면 승부욕에 불탄 건지 아무도 모른다. 그 판단은 관객분들에게 넘기는 게 맞다고 본다.

말씀하신대로 어려웠던 과거 시절이 없었다면 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많이 다쳐봤기에 지금 스크래치에 안 다치는 것이지. 그때와 지금 천지차이다. 그땐 먹는 걸 제가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저 춤만 출 수 있으면 됐으니까. 정말 많이 한 얘기인데 그때는 정말 신이 내게 왜 이러나 싶었다. 엄마는 아프고 아버진 연락이 안 되던 때니까. 그 와중에 (박)진영 형을 만나게 된 거지. 다시 과거로 간다면 정말 못된 생각일 수 있지만 가수, 연기 안해도 된다. 그냥 풍족한 삶을 살고 싶다. 엄마만 살아있었으면 한다. 물론 그랬다면 지금의 가정을 이룰 순 없겠지만 엄마가 정말 보고 싶다."


이런 단련된 마음으로 정지훈은 올해도 달릴 예정이다. 연말 본인의 콘서트를 준비 중이고, 해외 작품 오디션도 꾸준히 보고 있다. 또한 엠블랙 이후 자신이 프로듀싱한 또다른 아이돌 그룹 역시 출격을 준비중이다. "준비된 상태에서 공개할 것"이라며 그는 "운이 좋다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다. 가수 출신이라 연기 기회를 얻거나 유명인이 키워서 무대에 서는 그런 프리패스는 있으면 안 된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배우 정지훈.

"매번 최선을 다하기에 억울한 면이 있지만 받아들여야지. 평가는 대중이 하는 것이니까 전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 레인컴퍼니

 
 
정지훈 자전차왕 엄복동 이범수 일제강점기 유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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