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리타:배틀엔젤> 포스터

영화 <알리타:배틀엔젤>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은 기술 개발을 통해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왔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전자기기들이 존재한다. 더구나 우리는 매일 컴퓨터와 다를 바 없는 휴대전화를 하나씩 들고 다니고 있다. 이런 기기들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또 다른 갈등과 소외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루종일 기계를 사용하게 되면서, 오히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점점 약해지고 멀어졌다.

사이보그 기술이 발달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알리타: 배틀엔젤>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은 지금보다도 더 기술이 발달한 먼 미래를 상상한 이야기다. 신체의 개별 부위 또는 몸 전체를 사이보그로 교체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이보그'화 되어있다. 엄청난 기술로 만들어낸 공중 도시 자렘에 많은 인구가 살았지만, 전쟁의 여파로 1개의 자렘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파괴되었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자렘이라는 공중 도시는 꿈의 도시로 부유한 특정 계층에게만 삶이 허락되는 곳이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고철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지상을 떠나 자렘으로 가고자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엄청난 기술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 모두가 그저 공중 도시만을 바라보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이들의 갈망은 현대를 사는 서민들의 계층 이동에 대한 갈망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그런 갈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유일한 인물은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를 발견하고 수리하는 이도 박사(크리스토퍼 왈츠)로 보인다. 그는 일종의 염세주의자로 '꿈의 도시는 없다'며 모든 세상을 불신한다. 과거 딸을 잃은 그는 아내 시렌(제니퍼 코넬리)과 별거 중이며, 사이보그 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상위 계급의 도시 자렘을 꿈꾸는 사람들과 알리타의 만남

이도 박사가 고철 더미에서 발견한 알리타는 두뇌와 심장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다시 몸을 붙여 살릴 수 있었다. 영화 속 사이보그도 결국은 두뇌가 살아있어야 각 부위를 연결하여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영화에 무수히 사이보그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는 내내 그들을 인간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알리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다소 큰 눈을 가진 얼굴도 이질적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캐릭터를 하나의 인물로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알리타가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좀 더 캐릭터에 감정을 실게 된다.

영화는 기본 설정에 계급이 나뉘어진 세계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사실 이번 <알리타: 배틀엔젤>에서는 계급 갈등적 요소는 다소 뒤로 두고 꿈에 대한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공중도시 자렘으로 가기를 꿈꾸지만, 새롭게 이 세계에 들어온 알리타는 그걸 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가진 꿈은 과거의 기억을 찾는 것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이다. 이건 다른 등장인물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은 이도 박사다. 그가 가진 따뜻함이 알리타에게 전달되었고, 그건 알리타를 통해 다른 등장인물에게 전달된다. 특히 남자 친구로 등장하는 휴고(키안 존슨)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인물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도 박사로부터 알리타에게 전달된 그 따스한 감정이 대부분의 등장인물에게 다시 전달될 때, 절정을 맞는다. 알리타 조차 자렘으로 가기를 희망하지만 숨겨진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선회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지상에서 알리타가 이도 박사나 휴고,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보낸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것처럼 이도 박사와 알리타는 유사 부녀 관계로 설정되어있고, 결국에는 알리타도 그것을 인정하고 아버지라는 호칭을 쓰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알리타가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는 캐릭터가 아닌 옆으로 볼 줄 아는 인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관계다.

알리타의 액션과 감정을 살린 훌륭한 그래픽 기술

영화 제목에 '배틀엔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알리타는 과거 전사 교육을 받은 인물로 엄청난 액션을 무의식 중에 보여주게 되는데, 실제로 각 액션 장면은 굉장히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인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질감이 전혀 없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액션 장면들은 힘이 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이 액션 장면들은 원작 만화 코믹스 <총몽>에 있는 액션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그래픽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알리타는 모션 실사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제작을 맡은 제임스 카메론은 영화 <아바타>에서 보여줬던 기술력을 <알리타: 배틀엔젤>에 그대로 도입해, 알리타라는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만들었으며 다른 인물과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감정적인 연기 역시 슬픔이나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가 가진 피부 질감, 머릿결, 몸의 움직임 등은 거의 모션 연기를 하는 배우 로사 살라자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래픽 기술은 다양한 사이보그들에게도 현실감을 불어넣으면서 이야기의 감정에 살을 더한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아쉬운 점은 있다. 평범한 빌런으로 등장하는 벡터(마허샬라 알리), 그리고 이도 박사의 아내 시렌은 영화의 악역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인물이 가진 생각이나 변화 이유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 그저 소비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들이 영화에 큰 긴장감을 불어넣거나 압도적인 악함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악역을 약화시키면서 이 영화가 더욱 집중한 건 역시 알리타의 성장이다.

알리타의 성장이 주변 인물들을 변화시키다

알리타의 성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기술에 맹목적으로 매달려 계급 상승을 꿈꾸던 이들은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알리타는 모든 사람의 꿈과 대결하기 위해 준비한다. 일종의 계급 대결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것은 결국 알리타의 과거와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알리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은 자렘을 이끄는 자인데, 이번 편에서 확실한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알리타가 세상 밖으로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꿈이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부딪혀 이겨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결국 이번 이야기가 알리타의 성장 속에 변화하는 지상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다음에는 계급과 계급이 부딪히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아니라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다. 그래서 원작 총몽이 가지고 있는 암울한 분위기를 좀 더 밝고 가족적인 분위기로 바꾸었고, 사지 절단 액션과 좀 더 빠른 액션 연출 등을 통해 감독 자신의 인장을 분명하게 새기고 있다. 매우 뛰어난 기술을 이용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은 이번에 개봉하는 1편이 성공해야 3부작으로 기획된 남은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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