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 우열을 가리는 축구에서 77.1%에 이르는 일방적인 점유율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뻔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어 버리는 축구의 의외성이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회 첫 이변의 주인공은 전 대회 우승국 호주를 꺾은 요르단이었다.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호주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에 있는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B조 요르단과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코너킥 세트 피스로 짜릿한 결승골

개최국 아랍에미리트도 바레인과의 개막전에서 진땀을 흘리다가 종료 직전에 겨우 페널티킥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한숨을 돌렸기 때문에 B조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함부로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호주는 바로 전(2015년) 대회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기에 요르단은 밀집 수비 전술을 들고나왔다. 공격수 모우사 술레이만을 역습 키 플레이어로 두고 필드 플레이어들이 겹수비를 펼친 것이다. 이러한 경기 양상을 호주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섬세하지 못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맨 앞 원 톱 역할을 맡은 맥클라렌은 요르단 수비수들에게 막혀 고립되는 양상을 자주 보였고 미드필더들의 패스 미스도 눈에 띄었다. 그나마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아워 마빌이었다.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 피스 전담 키커로도 활약한 아워 마빌은 경기 시작 후 13분만에 왼쪽까지 활동폭을 넓히며 첫 번째 유효 슛을 왼발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호주는 26분에 뼈아픈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요르단의 왼쪽 코너킥이 짧게 시작됐고 골잡이 모우사 술레이만의 왼발 크로스가 호주 골문 앞으로 날아갔다. 이 공을 기다렸다는 듯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아나스 바니 야신이 솟구쳐 헤더로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노련한 호주 골키퍼 매튜 라이언도 손을 쓸 수 없는 공이었다.
 
 호주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요르단의 아나스 바니 야신의 골 세리머니

호주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요르단의 아나스 바니 야신의 골 세리머니 ⓒ EPA/연합뉴스

 
아워 마빌의 골대 불운

멋진 선취골에 기세가 오른 요르단은 4분 뒤에 바하 압델라흐만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이 호주 골키퍼 매튜 라이언의 손끝을 스치며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약팀이라고 하지만 세트 피스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요르단 선수들이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었다.

호주로서는 심리적으로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43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리는 순간이었다. 왼쪽에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을 때 요르단 수비수 실바야의 왼손에 공이 맞았지만 아흐메드 알 카프(오만)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호주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풀백 리스던을 빼고 라이언 그랜트를 들여보냈고,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플레이 메이커 마시모 루옹고까지 74분에 불러들이며 잭슨 어빈을 들여보내 측면 크로스를 집중시키는 전술까지 주문했지만 요르단의 수비벽을 끝내 허물지 못했다. 

호주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아워 마빌은 78분에도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 실력을 자랑했는데 아쉽게도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오른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나오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호주는 86분에 골잡이 맥클라렌이 오른발 슛으로 요르단 골문을 열었지만 그에게 공이 굴러오기 직전에 2부심의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갔기 때문에 득점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아시안컵 호주-요르단 B조 1차전 경기 장면

아시안컵 호주-요르단 B조 1차전 경기 장면 ⓒ AP/연합뉴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도 다 끝날 순간에 호주는 후반전 교체 선수 이코노미디스의 왼발 슛이 요르단 골문으로 정확하게 뻗어갔지만 골키퍼 아메르 샤피의 슈퍼 세이브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았다.

조 3위 중에서도 승점이나 골 득실 기록이 좋은 경우에는 16강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호주의 첫 경기 패배의 파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C조 1위를 노리고 있는 한국이 1차 목표를 이루면 16강에서 A, B, F조 3위 중 한 팀과 만나기 때문이다. 

2019 AFC 아시안컵 B조 결과(6일 오후 8시,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알 아인)

★ 호주 0-1 요르단 [득점 : 아나스 바니 야신(26분,도움-모우사 술레이만)]

◎ 호주 선수들
FW : 제이미 맥클라렌
AMF : 로비 크루즈(55분↔크리스 이코노미디스), 톰 로기치, 아워 마빌
DMF : 마시모 루옹고(74분↔잭슨 어빈), 마크 밀리건
DF : 베히치, 세인즈버리, 데게넥, 조시 리스던(46분↔라이언 그랜트)
GK : 매튜 라이언

◎ 요르단 선수들
FW : 모우사 술레이만(72분↔바하 세이프)
AMF : 아티야, 야신 바키트(87분↔아흐마드 에르산), 라와슈데
DMF : 알무르잔(90분↔아마드 살레흐), 바하 압델라흐만
DF : 알아잘린, 아나스 바니 야신, 타레크, 실바야
GK : 아메르 샤피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호주 77.1%, 요르단 22.9%
유효 슛 : 호주 6개, 요르단 6개
슛 : 호주 19개(박스 안 12개), 요르단 10개(박스 안 6개)
가로채기 : 호주 9개, 요르단 18개
오프 사이드 : 호주 3개, 요르단 2개
코너킥 : 호주 9개, 요르단 2개
패스 : 호주 627개, 요르단 194개
롱 패스 : 호주 54개, 요르단 64개
패스 성공률 : 호주 88.7%, 요르단 58.8%
크로스 : 호주 36개, 요르단 5개
태클 : 호주 11개, 요르단 18개
걷어내기 : 호주 3개, 요르단 44개
반칙 : 호주 11개, 요르단 9개
경고 : 호주 1장(세인즈버리), 요르단 1장(모우사 술레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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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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