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왼쪽) 감독과 이승우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과 이승우 ⓒ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던 이승우가 극적으로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탈리아 세리에B의 엘라스 베로나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가 나상호(광주FC)의 대체 선수로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시즌 K리그2의 득점왕과 베스트11, MVP를 싹쓸이한 나상호는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어 아시안컵 대표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에 입단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승우는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작은 체격(173cm 63kg) 때문에 평가전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다. 그렇게 A대표팀과 멀어지는 듯했던 이승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였던 나상호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어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한다. 이승우에게는 대표팀 내에서의 불안했던 입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축구팬들 열광시키던 '내추럴 본 스타' 이승우

이승우는 2011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과 계약했다. 당시 이승우를 비롯해 백승호(CF 페랄라다-지로나B)와 장결희(포항 스틸러스)가 '바르셀로나 3인방'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모았는데 그 중에서도 이승우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이승우는 2011-2012 시즌 26경기에서 38골, 2012-2013 시즌에는 12경기에 출전해 21골을 기록하며 남다른 떡잎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의 유망주로 한창 성장하던 2013년, '해외 이적은 만 18세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FIFA의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3년간 공식 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승우는 징계기간 동안 수원FC에 합류해 훈련을 이어갔지만 아무래도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는 것과 개인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승우는 징계 해제 후 바르셀로나B팀에 합류했지만 유소년 시절에 기대했던 만큼의 기량은 보이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 바르셀로나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성장이 느렸지만 한국에서 '특급 유망주' 이승우의 위상은 여전히 대단했다. 이승우는 2014년 AFC U-16 축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와 득점왕을 싹쓸이했다. 특히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두고는 "준비한 거만 잘 보여주면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 후 실제 일본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5년 U-17 월드컵에 출전한 이승우는 한국의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벨기에와의 16강에서는 페널티킥 실축도 있었지만 당시 이승우는 피파의 징계로 소속 클럽에서 2년 간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승우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도 1골1도움으로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넣은 골은 FIFA에서 뽑은 대회 베스트골 4위에 선정됐다.

이승우는 2017년 8월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의 엘라스 베로나로 이적했다. 이승우는 2017-2018 시즌 리그 14경기, 코파 이탈리아 2경기에서 대부분 교체로 출전했지만 지난해 5월 명문구단 AC밀란을 상대로 세리에A 데뷔골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승우의 소속팀 베로나는 2017-2018 시즌 19위에 머물면서 세리에B로 강등됐다.

극적으로 합류한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감동 재현해줄까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이승우는 만 20세의 나이로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당연히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였다. 이승우와 포지션이 비슷한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디종FCO)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이승우에 대한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승우는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교체 출전했을 뿐 기대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날려 버렸다. 이승우는 아시안게임에서도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6경기에서 4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금메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후 광고판 위에 올라가 펼친 골 뒤풀이는 이승우의 스타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이승우는 국내에서 '전국구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승우 세레모니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이승우 세리머니 지난 2018년 9월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승우는 소속팀으로 돌아간 후 12라운드까지 선발 출전이 단 한 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서히 폼을 끌어 올리기 시작한 이승우는 아시안컵 탈락의 아쉬움을 딛고 12월 30일 포자 칼초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6일 아시안컵 대표팀에 대체 멤버로 합류하면서 10월 평가전 이후 다시 벤투호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부상이 없었더라도 나상호가 아시안컵에서 맡을 역할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SV) 등 주전 공격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백업이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조별리그 첫 경기를 하루 앞두고 대체 발탁된 이승우 역시 대회 초반부터 주전으로 투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이승우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작년 아시안게임까지 이승우가 큰 경기에서 얼마나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는지 지켜 봤다. 그리고 이승우는 집중력이 최고조에 오르면 언제나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명장면을 만들어 왔다. 축구팬들은 이승우가 과거 여러 차례 보여줬던 멋진 장면을 5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아시안컵에서 재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해냈어'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연장 전반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과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연장 전반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과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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