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의 모습

권창훈의 모습 ⓒ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와 토트넘 핫스퍼의 크리스티안 에릭센, 파리 생제르맹의 앙헬 디마리오는 경기를 조율하고 공격수들에게 적절히 공을 배분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다. 흔히 플레이 메이커라고 불리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팀 내 간판 스트라이커처럼 많은 골을 넣진 못하지만 팀이 원활하게 공격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포지션이다.

한국에도 1990년대부터 노정윤,윤정환,고종수(대전 시티즌 감독)로 이어지는 걸출한 플레이메이커 계보가 있었다. 하지만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중국 U-21 대표팀 감독)이 강한 체력과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를 선호하면서 전통적인 테크니션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대표팀에서 점점 자리를 잃었다(2000년대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은 워낙 많은 포지션을 오갔기에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그러던 2010년대 중반 저돌적인 공격 본능과 뛰어난 드리블, 왕성한 활동량, 그리고 강한 슈팅 능력을 겸비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등장해 축구팬들을 설레게 했다. 비록 불의의 부상으로 작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6일 부상 후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골을 신고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프랑스 리그앙 디종FCO의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이 그 주인공이다.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 후 유럽 진출한 특급 유망주
 
 권창훈의 모습

권창훈의 모습 ⓒ 디종FCO 공식 홈페이지

 
서울의 양전초등학교와 중동중학교를 졸업한 후 수원 삼성의 유소년 학교 매탄 고등학교에 진학한 권창훈은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되며 한국 축구를 이끌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는 2012 AFC U-19 축구 선수권 대회 대표 선수로 출전해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권창훈은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수원 삼성에 입단하며 일찌감치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권창훈은 2013년 4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프로 데뷔 첫 골을 기록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곧바로 통할 리는 없었다. 권창훈은 K리그 8경기에서 도움 하나를 기록한 채 첫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했던 김두현(네그리 셈빌란)이 부상에 시달린 2014년에는 20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더욱 나아진 기량을 선보였다.

권창훈이 본격적으로 K리그에 적응한 시즌은 2015년이었다. A 대표팀에 선발돼 2015년 동아시안컵에 출전하며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끈 권창훈은 그해 리그에서 35경기에 출전해 산토스(12골)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0골을 기록하며 수원을 K리그 클래식 2위로 이끌었다. 시즌이 끝난 후 K리그 클래식 베스트11에 선정된 권창훈은 수원이 공들여 키운 유망주를 넘어 K리그 전체에서 돋보이는 젊은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권창훈은 2016 시즌에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총 31경기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기록했다. 권창훈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K리그 클래식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선정됐다. 만 22세의 젊은 나이에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권창훈은 2017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프랑스 리그앙의 디종으로 이적했다. 

프랑스 리그앙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어 유럽의 5대 빅리그로 꼽히는 수준 높은 리그다. 권창훈은 이적 첫해 뒤꿈치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팀에 무난히 적응했고 디종도 리그 16위를 기록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그리고 권창훈은 2017-2018 시즌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유럽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전 등극 첫 시즌 아킬레스건 부상, 복귀 첫 선발경기서 골 신고
 
 지난 5월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 이후 간만에 소식을 전한 권창훈

지난 5월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 이후 간만에 소식을 전한 권창훈 ⓒ 디종FCO 구단 공식 홈페이지

 
스타드 렌FC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리그앙 데뷔골을 기록한 권창훈은 36경기에 출전해 11골 4도움을 기록하며 디종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다. 마치 2015년 수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권창훈은 주전 도약 첫 시즌에 두 자리 골을 기록하며 디종이 리그 11위로 도약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유럽 5대 빅리그에서 한 시즌에 두 자리 골을 기록한 선수는 차범근과 박주영(FC서울), 손흥민(토트넘), 그리고 권창훈뿐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주전 도약 후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후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준비하던 권창훈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권창훈은 당연히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고 주전 출전이 유력했던 공격형 미드필더를 잃은 한국은 1승2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만큼 권창훈의 부상은 권창훈 개인에게도, 한국 축구에도 큰 불행이었다.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이재성(홀슈타인 킬), 이청용(VfL보훔), 황희찬(함부르크SV)이 나란히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으로 이적했다. 부상 후 재활 과정을 거치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권창훈은 자연스럽게 축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권창훈은 2019년 1월 복귀를 목표로 착실하게 재활 훈련을 받았고 작년 12월 리그컵과 리그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하며 부상 복귀를 알렸다.

권창훈은 6일 쉴티히하임(4부리그)와의 2018-2019 쿠프 드 프랑스(FA컵) 64강전에서 약 7개월 만에 선발로 출전해 복귀 골을 신고했다. 권창훈은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27분 훌리오 타바레스가 흘려준 공을 왼쪽으로 한 차례 접은 후 강력한 왼발 슈티으로 쉴티히하임의 골문을 흔들었다. 디종은 쉴트히하임을 3-1로 꺾고 프랑스 FA컵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저돌적인 공격본능과 뛰어난 탈압박 능력, 기습적인 슈팅까지 겸비한 권창훈은 경기 도중 상대 수비에게 여러 가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가끔 미드필더로서 지나치게 드리블이 길고 골 욕심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큰 무대 경험이 더 쌓이면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비록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볼 수 없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권창훈의 순조로운 부활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유럽축구 프랑스 리그앙 디종FCO 권창훈 공격형 미드필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