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1월은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지정한 비활동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구단 차원에서 선수단을 소집하는 것도,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도 금지돼 있다. 2월 스프링캠프부터 11월 포스트시즌과 마무리 캠프 일정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휴식 없이 강행군을 치러야 하는 야구 선수들의 직업 특성상 비활동 기간에는 '공식적으로' 선수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보장해 준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마냥 편안히 휴식만 취하는 선수들은 좋은 시즌을 보내기 힘들다. 많은 선수들이 비활동 기간 동안 개인 훈련을 통해 체력을 끌어 올리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과 오재일, 정진호는 '재야의 고수' 덕 래타 코치에게 타격 수업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고 한화 이글스의 장민재와 LA다저스의 류현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동반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선수들이 비활동 기간에도 훈련을 통해 기량 향상에 매진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팀 내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일단 풀타임 주전 자리를 따내야만 계획했던 개인 목표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도 각 구단에서는 각 포지션과 보직 별로 경쟁이 유난히 치열한 자리가 있다. 과연 2019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보직과 포지션은 어느 구단의 어느 자리일까.

명예회복 노리는 유희관과 장원준, 변수는 현역 최다승 배영수
 
두산 선발 유희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 두산 선발 유희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땅한 토종선발이 없어 시즌 내내 고전했던 한화나 2015년의 크리스 옥스프링 이후 3년 동안 10승 투수가 없었던 kt 위즈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이다. 두산은 작년 시즌 조쉬 린드블럼(15승)과 세스 후랭코프(18승), 이용찬(15승), 유희관, 이영하(이상 10승)까지 무려 5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작년 팀 선발진이 100% 만족스럽지 못했다.

두 외국인 투수와 토종 에이스 이용찬, 큰 성장을 만들어낸 이영하까지는 올해도 큰 변수가 없는 한 선발 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작년 가까스로 10승을 채운 유희관은 평균자책점이 6.70에 달했고 풀타임 선발 투수가 된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전 한동민에게 결승 홈런을 맞은 것도 두산 팬들에게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년 3승 7패 2홀드 ERA 9.92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장원준은 '장꾸준'이라는 닉네임을 되찾기 위해 올 시즌 명예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2년 연속 부진에 빠지면 그 동안 쌓아온 명성에 커다란 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희관과 장원준이 올 시즌 나란히 구위를 회복한다면 김태형 감독은 2017년까지 10년 연속 세 자리 수 탈삼진과 14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장원준을 선발로 중용할 확률이 높다.

두 베테랑 좌완투수가 5선발 경쟁을 펼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또 하나의 변수는 현역 최다승(137승)에 빛나는 배영수의 존재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입단한 배영수는 불펜보다 선발 경험이 훨씬 풍부하다. 물론 다승왕에 올랐던 2013년 이후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적은 없지만 만약 두산의 두 좌완 선발이 올해도 부진을 이어간다면 베테랑 배영수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

'3년 동안 55홀드' 진해수, 홀드왕 명성 되찾을까

아직 군입대를 앞둔 양석환을 대신할 3루수를 구하지 못했지만 빅리그 43홈런에 빛나는 외국인 1루수 토미 조셉을 영입하면서 LG트윈스의 라인업은 어느 정도 균형이 갖췄다. 기대대로 조셉이 풀타임 1루수로 활약해 준다면 KBO리그 최고의 좌익수 김현수가 1루 미트를 끼고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김현수는 작년 시즌 LG의 주전 좌익수이자 주전 1루수였다).

문제는 역시 마운드. 그 중에서도 마무리 정찬헌에 앞서 등판할 셋업맨이다. LG는 작년 시즌 중반까지 김지용이 5승 6패 1세이브 13홀드 ERA 5.36을 기록하며 LG의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지용은 올스타전을 전후로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7월28일 kt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김지용은 작년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올 시즌 등판이 불투명해졌다. LG로서는 새로운 셋업맨을 구해야 하는 상황.

2019 시즌 LG의 가장 유력한 셋업맨 후보는 역시 좌완 진해수다. 진해수는 2015년 LG이적 후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55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2017 시즌 3승 3패 1세이브 24홀드 ERA 3.93으로 홀드왕에 오르기도 했다. 작년 시즌에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4개의 홀드를 기록하고도 평균자책점이 7.21로 치솟았지만 LG뿐 아니라 10개 구단 전체에서도 진해수만큼 연투 능력이 좋은 불펜 투수도 드물다.

경험보다 위력적인 구위를 우선한다면 프로 3년째를 맞는 영건 고우석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2017년 LG의 1차 지명 유망주 고우석은 루키 시즌 25경기에 등판한 데 이어 작년에도 56경기에 등판하며 1군 경험을 쌓아 셋업맨으로 활약할 자격을 갖췄다. 이 밖에 LG 마운드의 산증인이 된 베테랑 이동현과 사이드암 신정락, 7년 차의 늦깎이 유망주 배재준 등도 셋업맨을 소화할 수 있는 구위와 경험을 갖춘 투수들이다.

'진지한 남자' 박석민의 부활이 절실한 NC의 핫코너
 
배트 건네는 박상원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6회 말 1사 1,3루 NC 6번 박석민이 타석때 배트가 투수 앞으로 가자 한화 투수 박상원이 배트를 건네고 있다.

▲ 배트 건네는 박상원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6회 말 1사 1,3루 NC 6번 박석민이 타석때 배트가 투수 앞으로 가자 한화 투수 박상원이 배트를 건네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까지 삼성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던 박석민은 2016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후 첫 해 타율 .307 32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NC의 핫코너 고민을 완전히 지웠다. 하지만 박석민은 2017년 타율 .245 14홈런 56타점, 작년 타율 .255 16홈런 55타점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무려 96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박석민이 부진하면서 NC의 핫코너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NC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역시 두 차례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는 박석민이 부활하는 것이다. FA포수 양의지 영입으로 NC의 중심타선이 보강된 만큼 박석민이 올 시즌에는 꼭 중심타선에서 3할 30홈런 100타점을 때릴 필요는 없다. 박석민이 3루수로 80경기 이상 소화하면서 6, 7번 타순에서 20홈런 80타점 정도의 성적만 올려줘도 NC의 3루 고민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작년 FA 시장에서 가장 먼저 계약한 모창민도 주 포지션이 3루다. 물론 작년 시즌에는 족저근막 파열로 8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풀타임을 소화했던 2017 시즌에는 3할 타율과 함께 90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모창민은 작년에도 287타수 동안 17홈런을 때려낸 만큼 건강하게 풀타임 3루수로 나선다면 충분히 2017년을 능가하는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NC 핫코너 경쟁의 복병은 프로 7년 차 내야수 이상호다. 2012년 육성선수로 NC에 입단해 2013년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25도루를 기록했던 이상호는 전역 후에도 2년 연속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다. 비록 통산 홈런 1개, 장타율 .322일 정도로 장타는 거의 기대할 수 없지만 폭발적인 주력은 박민우와 함께 팀 내 최고다. 따라서 이상호에게 충분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파워보다 스피드를 앞세운 독특한 유형의 3루수가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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