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령과 그의 밴드 스맥소프트(Smacksoft)가 멤버 재정비 후 2년만에 돌아왔다

황보령과 그의 밴드 스맥소프트(Smacksoft)가 멤버 재정비 후 2년만에 돌아왔다 ⓒ 스맥소프트


정규 6집 < Urban Sanity > 발매 이후 2년 만에 기지개를 켠다. 인디 뮤지션 황보령과 그의 밴드 Smacksoft가 멤버 재정비 후 지난 12월 23일 일요일 홍대의 한 라이브 클럽에서 Turning point란 이름으로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공연장은 이색적인 어울림 판이었다. 젊은 연인, 머리가 희끗한 중년, 부모님 손에 이끌려 왔을 어린아이까지. 황보령의 힘과 메시지, 그러니까 그 존재감이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서사보다는 단상에 가까운 가사와 거친 음압 폭격. 결코 쉽지 않은 그의 음악에 빠져들기란 어려운 일일지라도 일단 그 원형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대를 불문하고 공연장을 찾은 그 날의 관객들처럼 말이다.
 
 황보령=Smacksoft가 라이브 클럽 네스트 나다에서 공연 중이다

황보령=Smacksoft가 라이브 클럽 네스트 나다에서 공연 중이다 ⓒ 스맥소프트


황보령의 목소리는 많은 것을 품는다. 애써 가다듬지 않은 거친 음색과 꾸며내지 않는 감성은 작은 움직임에도 집중하게 하는 그만의 첫인사다. 잔잔한 반주로 시작해 강렬한 밴드 셋을 덧대 마무리한 첫 곡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은 그래서 더 적합한 머리 곡이었다. 날카롭고 황량한 이 노래로 그는 소식 없던 지난 몇 년에 대한 안부를 전했다.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 듯 부우하는 소음으로 공간을 채우고 진한 색의 신시사이저를 들이밀어 이질적인 교차를 만들어내며 'It is you & me'와 실로 오랜만에 정규 1집 <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 >, 2집 < 태양륜 >의 수록곡을 연이어 전달했다.

'Follow your heart', 제목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추억 건망증', '공간이동', 'Flying so high'가 바로 그것이다. 있는 힘껏 내리치는 드럼 비트에 맞춰 누군가는 박수를, 누군가는 발을 구르며 공연을 즐겼다. 음악의 뿌리를 찾자면 반항과 투쟁의 정수인 펑크, 그중에서도 한참을 삐딱하게 다리를 꼬았을 것만 같을 그의 음악을 이렇게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위로받고 즐기고 집중한다는 증명이 아니었을까.

 "건강하게"
 
 황보령=Smacksoft가 라이브 클럽 네스트 나다에서 공연 중이다

황보령=Smacksoft가 라이브 클럽 네스트 나다에서 공연 중이다 ⓒ 스맥소프트


잠깐의 쉼 뒤에 다시 돌아온 그는 깨진 소주잔 두 개를 손에 들었다. 강인한 에너지를 내뿜던 드러머 역시 한 손에는 드럼 채를 또 다른 손에는 호두를 부딪쳤을 때와 같은 따뜻한 공명을 내는 악기를 쥐었다. 이어진 곡은 '돌고래 소리'. 삐죽대는 음들 가운데서 맞닿은 유리잔은 맑은 울림을 전했고, "투명하게 맑은 그대여, 언제나 살아 있어 줘" 포효하는 보컬은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 한다는 짧은 소개와 함께 시작된 'Remember_dreamer of myths', 극적 전개가 돋보이는 '비상'까지 그날의 공연은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찌그러트리고,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소리를 모으며 연일 양극단을 오갔다. 마치 가장 가득 담은 듯 비어낸 그의 보컬처럼 말이다.
 
다시 한번 결코 쉽게 받아드릴 수 없는 그의 음악 세계에 많은 관객이 환호하는 건, 바로 이 양극단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소음인 높은음의 건반을 누르고, 배보다는 목으로 전달하는 그의 생생한 이야기는 직선적이기에 얽히고설켜 꼬여있는 우리의 고민과 삶의 찌듦을 털어준다.
 
'Sunshine', 'Apple_선악과'를 포함해 몇 개의 앙코르를 끝으로 마이크를 바닥에 훅 떨어뜨린 그는 말했다. 건강하게 살아보자고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몇 번이나 있는 힘껏 악을 쓰고, 혀를 내밀고, 뛰고, 주저앉아 볼까. 그 내면의, 본연의 모습이 메이드 바이 황보령 음악 어딘가에 있다. 작정하고 돌아가는 세상 속 작정하지 않은 노래. 그리고 목소리.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일요일이 유난히 기억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보령 스맥소프트 터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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